[말 안하기 게임] - 교실에서 아이들이 말을 하지 않는 아름다운 상상(1)
작년에 4학년, 올해 5학년을 맡으면서 자연스럽게 온작품읽기를 한 학기에 한 권씩 수업하게 되었다.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유익한 연수와 도서가 주변에 넘친다. 나 역시도 책을 좋아하지만 어떻게 ‘깊이읽기’를 가르치느냐는 막막했기 때문에, 처음 온작품읽기 수업을 시작할 때 연수와 도서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그게 뭐에요?”
처음 물었을 때 한 선생님께서 지나가는 말로 이렇게 대답해주셨다.
“되게 천천히 읽는 거래요. 한 권 가지고 한 달 정도? 책에 나온 장소도 직접 가보고 주인공이 버스타고 이동하면 애들도 버스 타보고. 이렇게 하면 한 줄 한 줄 읽는 게 곧 체험이 되니까 엄청 오래 걸리겠죠.”
우와. 상당히 신선한 교육이라고 생각했다. 해 볼 수만 있다면 정말 좋겠다.
올해 5학년에 올라와보니 이미 작년에 구입한 책이 있었다. ‘말 안하기 게임’. 도서실에 아이들 데리고 갈 때마다 틈틈이 읽었다. 물론 나 먼저. 미국 초등학교 5학년 생들이 남과 여로 나뉘어 말 안하기 게임을 하는 내용이었다. 주인공들은 그 안에서 대단한 깨달음을 얻었다.
“모두 좀 더 다정하고 신중하게 말하면서 깊이 생각할 줄 아는 아이들이 되었다.”
- 말 안하기 게임 중
물론, 현실의 아이들은 늘 예상치 못한 변수를 안겨준다. 이대로 될 리 없다는 걸 알면서도, 예상되는 다툼이 걱정되면서도, 해보고 싶었다.
1) 재밌겠다. 2) 약간의 깨달음은 있지 않을까.
마침 동료장학이 다가오고 있었다. 온작품읽기를 처음 해보는 선생님들께서는 막막하신 것 같았다. 책을 나눠주고 알아서 각자 읽으라고 시키신다고 했다. 온작품읽기 수업을 보여드리면 감이 오실 것 같았다.
“오늘부터 8차시 동안 한 학기 한 책 읽기를 할 거에요. 교과서를 집어넣고 ‘말 안하기 게임’ 책을 받으세요.”
아이들은 일단 교과서가 아니라는 것에 상당한 호감을 보였다. 반응이 좋다.
내가 나름대로 세운 온작품읽기의 원칙은 다음과 같다.
1. 절대로 먼저 읽지 않도록 한다.
2. 다함께 읽는다.
3. 중요한 장면에서 꼭 생각할 만한 질문을 던진다.
4. 중간중간 활동을 넣는다. (안하면 지루하다.)
[말 안하기 게임]의 경우, 생각해보고 활동할 만한 재미있는 장면이 몇 가지 있었다. 거기서부터 자연스럽게 활동을 끌어냈다.
활동 1. 세 마디 이하로 구성된 릴레이 이야기 만들기 (p.82)
“내가 너희를 차례로 가리키면 각자 세 마디로 이루어진 문장으로 말하는 거야. 이야기를 이어 나가려면 친구의 말을 잘 들어야 해. 그럼 해 볼까?”
- 모둠 안에서 릴레이 이야기를 만들고, 각자 생각공책에 적는다.
- 릴레이 발표를 통해 이야기를 반 친구들에게 공유한다.
활동 2. 세 마디 이하로 구성된 짝 토론하기 (p.140)
“두 아이가 주고받은 말은 많지 않았지만, 토론이 이어지는 동안 갖가지 생각이 교실을 가득 채웠다. 점차 언성이 높아졌다. 세 마디로만 말하기는 확실히 어려웠다. 하지만 두 아이는 아주 짧은 말에 많은 뜻을 담아냈다. 마치 짧은 시로 말싸움을 하는 것 같았다.”
- 짝과 세 마디 이하로 구성된 토론을 한다.
- 주제 : 교실에서 동물을 키우자.
• 다섯 문장 이하로 구성된 짝 토론하기
- 세 마디 이하로 구성된 짝 토론의 한계점을 이야기한다.
- 생각을 간결하고 명료하게 표현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토의한다.
- 다섯 문장 이하로 내 생각을 구성하고 짝 토론한다.
* 특히 활동 2의 경우 처음에는 세 마디 이하 토론으로 구성하였지만 단편적이고 단발적인 사고만이 오가는 것을 발견하였다. 토론은 생각의 깊이를 심화시켜나가는 만큼 마디 수 제한이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황에 따른 적절한 화법을 알기 위해 마디 수에 제한을 두지 않고, 문장 수에 제한을 두자 자신의 생각을 모두 쏟아붓기 위해 훌륭한 문장들이 나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활동 3. 인상깊은 장면 타블로 퀴즈 맞히기
- 모둠별로 인상깊은 장면을 정해 타블로로 구성한다.
- 다른 모둠에서 보여주는 타블로를 보고 몇 챕터의 어떤 장면인지 모둠 칠판에 정리한다.
- 모둠별 퀴즈 형태로 진행한다.
활동 4. 가장 마음에 드는 선생님 캐릭터 묘사하기
- 등장하는 수많은 선생님 캐릭터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선생님 캐릭터를 그리고 인물 소개를 쓴다.
활동 5. 실제로 말 안하기 게임 해보기
- ‘남vs여’의 구도는 반 내의 싸움으로 번질 수 있으므로 ‘교사vs학생’으로 진행한다.
- 게임 중 문제가 생기면 규칙을 수정할 수 있다.
- 하루 동안 게임을 진행하고 느낀 점을 쓴다.
활동 6. 이어질 내용 예상하기
활동 7. 인상깊은 구절 적기
활동 8. 작가의 다른 책 찾아보기
활동 9. 내가 생각하는 ‘쿠티’ 적고 공유하기 (쿠티 : 내가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이나 편견 또는 이해가 가지 않는 남/여의 행동)
등등... 다양한 활동을 그때그때 만들어 사용하면 된다. 이 중 나는 활동 1,2,3을 사용해 읽기 후 2차시 수업으로 계획했다. 그리고 공개수업일에 오전부터 ‘말 안하기 게임’을 진행해보기로 마음먹었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수업일을 기다리면서. 지도안은 첨부한 것과 같다. 본격적인 수업 후기는 2부에!
+ 다음은 온작품읽기를 하면서 내가 가졌던 의문점들과 고민 끝에 찾은 답.
Q. 먼저 읽은 아이들은 어떻게 하나요?
A. 예전에 먼저 읽은 경험이 있는 아이들이 스포(?)하지 않도록 합니다. 뒷이야기 상상이나 인물 행동의 이유를 묻는 질문 시, 책 속에 있는 답이 아니라 상상으로 답하게 합니다. 사실 가장 좋은 것은 책을 고르기 전에 아이들에게 의견을 물어 모두가 읽지 않았고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책을 고르는 것입니다.
Q. 긴 책의 경우, 모두가 함께 읽는 것에 무리가 있지 않나요?
A. 맞습니다. 그래서 교사가 먼저 읽고 ‘함께 읽었을 때 의미가 있는 장면’을 추린 뒤, 그 부분만 함께 읽는 것도 가능합니다. 다른 장면은 스스로 묵독하는 것이죠. 모두가 같이 읽는 방법은 다양합니다. 교사의 낭독, 전체독, 배역 맡아 읽기, 모둠 내에서 읽기, 짝에게 읽어주기 등. 그때 그때 적절한 방법을 선택하여 읽으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