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가자, 우리 - 교탁에서의 사유 (2. 우리도 사랑을 알아요(1))
우리 반 진규(가명)는 소문난 개구쟁이에 말썽꾸러기다. 가끔 도를 지나친 못된 장난으로 교사는 물론 아이들 사이에도 정평이 나 있다. 어느 방과 후, 갑자기 몇 명의 여자 아이들이 상기된 표정으로 교실로 뛰어왔다.
“선생님!! 진규가 지영(가명)이한테 고백했어요!!”
뭐? 나도 모르게 자리에서 벌떡 튀어올랐다. 여자에게 관심 있는 기색도 없던 녀석이 뜬금없이?
“뭐라고 했는데?”
나 역시 이슈의 한가운데로 뛰어들었다.
“나 너 좋아한다. 정말 좋다.”
“지영이가 ‘알았어.’ 했어요.”
목소리 톤이 한껏 높아진 아이들이 신이 나서 떠든다. 그 중 한 녀석은 사랑고백의 현장을 생생히 영상으로 남겼다. 배경은 화장실, 지영이는 대걸레를 빨고 있다. 그 뒤로 야구배트를 들고 주춤주춤 다가선 진규가 지영이에게 수줍은 고백을 투척한다. 웃음이 나오지 않을 수 없는 광경이었다. 진규에게 이렇게 귀여운 구석이 있었다니!
잠시 뒤 쑥쓰러움과 의기양양함으로 표정을 감출 줄 모르는 진규가 반 앞을 지나갔다. 나는 진규를 부르고 “이열~ 진규~” 하며 즐거워했다. 녀석은 은근히 관심을 즐기는 눈치였다. 많은 아이들이 놀리듯이 낄낄댔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다음 날 학교에 온 아이들은 또 야단법석이다.
“선생님, 진규가 여자아이들은 어떤 음식을 좋아하냐, 어떤 데이트를 좋아하냐고 물어봐요.”
“진규가 지영이한테 금요일에 학교 끝나면 버스카드 들고 우리 반 앞으로 오라고 했대요.”
“둘이 공원 가서 논대요.”
나는 혼자 입을 가리고 배꼽이 빠져라 웃었다. 아니, 이렇게 귀여워도 되나. 진규는 사랑하는 여자 앞에서 한없이 스윗했다.
쉬는 시간에 아이들은 진규와 지영이의 ‘손잡기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둘이 복도에서 마주치는 순간을 노려 억지로 손을 갖다 대 준 것인데, 차려진 밥상에 진규는 지영이의 손을 덥석 잡은 것이다. 복도는 부러움과 흥미에 찬 환호성으로 순식간에 소란스러워졌다.
방과 후 진규와 지영이는 서로 제대로 눈도 마주치지 않고 만면에 미소를 가득 띤 채 학교를 빠져나갔다. 아이들이 한편으로 걱정되기도 했던 나는 집에 가는 둘을 붙잡아 어디로 가는지, 보호자는 가는지 물었다.
“지영이네 집에 가는데요.”
뭐라고...? 아니 이런 얘들아 아직 너네 그러면 안ㄷ...
순간 주위에 함께 있던 아이들이 해맑은 표정으로 덧붙인다.
“저희도 같이 가요!”
“부모님은?”
“지영이 어머님 계세요.”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아이들이 대답한다.
...선생님이 미안하다.
(2편에서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