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그리 미디작곡(미디작곡 첫걸음-1)
HUNGRY 미디작곡
미디작곡 첫걸음-1
Intro.
몇 년 전부터 아이들과 작곡 동아리를 만들어 노래를 만들었다. 그보다 더 몇 년 전부터는 나혼자 뚱땅 거리며 노래를 만들었다. 작년부터는 강원도 영재 아이들과 영상과 함께 노래를 만들고 있다. 영어에 ‘From the scratch’라는 표현이 있다. 모든 것을 처음부터 직접 만들었다는 말이다. 내가 그렇다. 처음부터 신나게 맨땅에 헤딩을 했다. 지금도 헤딩 중이다. 내 이마에 있는 까진 상처들을 보고 다른 선생님들은 고생하지 말라고, 아주 작은 정보를 나누어 보려 한다.
미디(Midi)작곡이 뭔데?
미디를 가지고 작곡하는 것을 의미한다. 미디라고 하면 거창해 보이지만 사실 별것 아니다. 우리가 키보드에서 ‘S’를 누르면 화면에 ‘S’라고 보이게 되고 원하면 프린터로 출력된다. 마찬가지로 컴퓨터 건반에서 ‘도’를 누르면 컴퓨터에 ‘도’가 입력되어 ‘도’라는 소리가 프로그램을 거쳐 스피커 소리로 출력되는 것이다. 이 신호를 각 악기 제조사마다 제멋대로 만들면 안되기 때문에 표준 규격을 이용해 신호를 전송한다. 이게 미디 신호이고 여기에는 음의 높낮이, 음의 길이, 음의 세기 정보가 포함된다. 이러한 신호를 가지고 여러 가지 가상 악기에 적용하면 다양한 소리가 나오는데, 이런식으로 컴퓨터를 이용해 노래를 만드는 것이 미디작곡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작곡 프로그램이 설치된 컴퓨터만 있으면(심지어 건반이 없어도) 어떻게든 노래는 뚝딱 만들어 낼 수 있다.
준비물은?
미디작곡을 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순서대로 이야기 해볼까 한다. 그 중 첫번째는 DAW(Digital Audio Workstation)가 설치된 컴퓨터이다. 사실 이것만 있어도 음악을 만들 수 있다. 컴퓨터 사양은, 높지 않아도 된다. 높은 사양을 필요로 하지 않지만 높은 사양이 있으면 좋다. 가상 악기 등의 플러그인을 설치하다 보면 많은 저장공간이 필요하다. 그러려면 용량이 큰 하드디스크가 필요하고 악기의 트랙이 많아질수록 가상메모리(Ram)가 많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당장 미디작곡을 위해 컴퓨터를 사야하는지를 묻는다면 말리고 싶다. 우선 내가 가진 컴퓨터로 돌려보고 나중에 필요하면 구입 하면 된다. 내가 이야기 하는 기준은 헝그리 정신으로 시작하려는 분들을 위한 조언이다. 여유가 있으시면 요즘 나오는 가성비 좋은 피씨를 구입하시는게 당연 스트레스 없고 좋다.
Daw 무엇을 써야 하나?
여기서 DAW를 말하지 않고 넘어갈 수가 없다. 종류가 여러 가지기 때문에 내가 원하는대로 골라서 시작하면 된다. 많이 쓰는 것은 큐베이스, FL스튜디오, 로직프로, 에이블톤라이브 등이 있다. 로직프로의 경우 맥에서만 작동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내가 쓰는 것은 큐베이스다. 윈도우에서 구동되며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고 있다. 윈도우 사용자라면 혹은 미디 작업을 학교 피씨로 해야 한다면 큐베이스로 시작하면 무난할 것이다. 그런데 이게 가격이 비싸다. 최근에 출시된 큐베이스 11 프로 버전 기준으로 정가는 76만원 정도이다. 이게 각 버전마다 가격이 다른데 가장 기초적인 엘리먼트 버전의 경우 13만원부터 시작한다. 버전별 차이는 얼마나 많은 가상악기를 제공하는지, 얼마나 많은 음원 소스를 제공하는지, 어떤 FX(효과)를 제공하는지 등의 차이가 있다. 당연히 비싼게 기능이 더 많다. 예를 들어 내가 사용하고 있는 9.5버전의 경우 프로 버전은 녹음 후 목소리의 음정을 조정해 줄 수 있는 VARI AUDIO 기능을 제공한다. 노래를 좀 못불러도, 박자를 조금 틀려도 컴퓨터로 수정이 가능한 것이다. 하지만 하위 버전에서는 제공 되지 않는다. 이렇기에 이왕 시작한다면 프로 버전을 구입하는 것을 추천한다. 맛만 보고 싶다만 엘리먼츠로 시작해도 무방하다.
너무 비싸서 엄두가 안나는 당신에게.
76만원이라니! 너무나 비싸다 그렇기에 트라이얼 버전을 소개한다. 현재 큐베이스 11 Trial 버전을 설치하면 한 달 정도 무료로 사용할 수 있기에 사용해 보길 권장한다. 이마저도 프로는 아니고 엘리먼츠를 제공하는 단점이 있지만 공짜니 한 번 속는셈 치고 설치해 볼 수 있다. 또한 희소식 한가지는 교육용 버전을 구매하면 보다 싼 값에 구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학생이나 학교 근무자는 교육용 버전을 구입할 수 있으며 관련 서류를 작성해 큐베이스 판매처에 한 장 제출하면 할인을 해준다. 할인율은 대략 40%정도이다. 할인율이 업체마다 비슷하기 때문에 오픈 마켓에서 한 업체를 선정해 학교에서 사용하겠다가 이야기하고 라이센를 구입하면 되겠다.
큐베이스=종합 선물세트.
큐베이스를 구입하면 각종 가상 악기가 프로그램 내에 깔려있다. 내가 원하는 악기를 불러와 연주하면 그 음색을 사용할 수 있다. 피아노부터 시작하여 트럼펫 실로폰 드럼 기타 등등 내가 한번쯤 들어본 악기들이라면 모두 들어있다. 일종의 번들처럼 드럼 및 다양한 악기들을 사용할 수 있게 해놓았으며 이것들만 사용 해도 사실 소리는 충분하다. 큐베이스 9.5 pro 버전 기준 드럼이 200여개, 가상악기가 1000여개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소리 이외에도 본인이 소리를 만드는 방법이 있는데 소리가 만들어지는 원리를 공부하고 사용한다면 내가 원하는 악기 소리를 무한대로 만들어 낼 수 있다. 저렴한 통기타 한 대가 5만원쯤 한다고 치고 악기 1000개를 어림잡아 보면 5,000만원쯤 할 것이다. 그 소리들이 모두 구현된다면 생각보다 값싼 가격에 귀를 호강 시켜줄 수 있는게 아닐까?
두 번째로 필요한 것?
두 번째로 건반이 필요하다. 마스터 키보드라고 하는데, 건반으로 지칭하겠다. 앞에서는 DAW와 컴퓨터만 있으면 된다고 했는데 갑자기 구입할게 한가지 늘었다. 그런데 건반은 진짜 필요하다. 건반이 없이도 가상 키보드라는 것으로 프로그램 내에서 자판을 두드려서 건반‘처럼’사용 할 수는 있지만 엄청 피곤하기에 추천하고 싶지 않다. 건반 가격은 다우 프로그램에 비해서 저렴하기 때문에 구입하는 것이 좋다. 신디사이져를 사도 되는데 신디사이져는 이미 음원이 내장되어 있기 때문에 가격이 비싸다. 하지만 신디사이져는 컴퓨터 없이도 전원만 켜면 소리를 낼 수 있기에 여유가 되시는 분들은 신디사이져를 구입하는게 더 좋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처음에 미디 건반을 샀을 때 눌러도 아무 소리가 안나는 깡통이라는 사실을 알고 당황했었다. 말 그대로 컴퓨터 자판 키보드처럼 그냥 누르는 역할만 하는 것이다. 아무리 눌러도 소리가 나오지 않기에 꼭 DAW가 있어야 소리가 난다. 신디사이져와 결정적인 차이는 바로 이것이다.
신디사이져 VS 미디건반
신디사이져는 전원을 켜고 내장된 음원을 통해서 연주를 할 수 있기에 교실에서 바로 사용할 수 있지만(스피커가 있다면) 비슷한 용도로 건반을 사용하려고 한다면 컴퓨터를 켜고 큐베이스를 실행시키고 가상악기를 지정해 주어야 소리가 난다(스피커가 있다면). 이것 저것 연결하고 컴퓨터 키고 하다보면 아마 지칠 것이다. 반면 신디사이져는 컴퓨터에 연결하면 미디건반과 같은 역할을 하며 신디사이져 내 음원을 사용할 수도 있고 DAW에 있는 가상악기를 넣어서 사용할 수도 있다. 미디건반과 신디사이져와 차이점을 알았다면 용도에 맞게 구입하면 되겠다.
여기에 순차적으로 오디오 인터페이스, 모니터스피커 혹은 헤드셋, 마이크 등이 필요한데 사지 말라고 해도 미디작곡을 하다보면 꼭 필요하다고 생각되기에 구입하게 될 것이다. 그래도 우선순위만 따진다고 한다면 앞서 말한 피씨와 DAW, 건반을 이길 수는 없다.
음악은 장비빨이다. 예전에 카메라를 모르던 시절, 내가 가진 똑딱이 카메라로는 무슨 짓을 해도 아웃포커싱이 안되다가 DSLR카메라+단렌즈로 바꾸고 나서 별다른 기교 없이도 바로 배경이 날아가는 신세계를 경험한 적이 있다. 음악도 마찬가지다. 일반 헤드폰으로 음악을 들을 땐 그 헤드폰에서 강조하는 음역대가 있기에 왜곡된 소리를 듣게 된다. 모니터링 헤드폰으로 듣게 되면 왜곡 없이 내가 만든 그대로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것이다. 줌 수업에서 사용하는 마이크를 저가형 컨덴서마이크로 바꾸기만 해도 소리가 확 달라지는 것을 느껴보시길 바란다.
글로 풀어서 적으려니 이야기가 너무 길어졌다. 미디 작곡은 준비과정이 번거롭고 까다롭다. 이 단계만 잘 거치면 그 다음은 정말 쉽다. 다음 글에는 미디 작곡에 필요한 준비물을 모두 소개할 수 있게 되길 바라면 첫 번째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