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학년 담임으로 살아남기[지난 수업을 돌아봐요]
1학기의 반이 지났다.
시작이 반이라고 했으니 반의 반이 지났다고 할 수 있다.
학기 초 1학년 아이들의 특성을 파악하지 못하고 여러 수업에서 고전했다.
몇 가지 수업을 되돌아보며 1학년 아이들 수업에 관한 고민을 나누어 보고자 한다.
chapter 1. 어려움이 있었던 수업들
나에 대해 소개하기 진실 혹은 거짓 : 학기초 아이들과 자기 소개 놀이를 하는데 그냥 하면 재미가 없을것 같아 2개는 진실 1개는 거짓을 이야기 하는 '진실 혹은 거짓' 게임을 진행했다. 처음에는 한명씩 나와서 진행하려 했으나 반 아이들과 친해지는 것이 목표였기에 돌아다니며 여러 친구들을 만나서 서로 이야기 하며 나의 거짓말을 맞춘 친구에게 자신이 가지고 있는 스티커를 하나씩 주는 활동을 했다. 전체적으로 아이들이 이야기 나누는 것은 잘했으나 거짓말을 만드는 것을 너무 어려워했다. 어떻게 쓰는지 몰라서 나에게 오는 친구들에게는 거짓말을 하나씩 만들어 주었지만 그렇지 않고 본인이 적은 내용을 가지고 활동한 아이들을 나중에 살펴보니 내용이 엉터리였다. 많은 아이들이 진실 3개를 가지고 자기 소개를 하고 있었다. '그럴싸한 거짓말'을 만드는 것이 아이들에게는 아직 어려운 것이라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다. 다음에 한다면 내가 가지고 있는 특별한 진실(친구들에게 할말이 있는...)을 가지고 이야기 거리를 만들고 그것을 가지고 친구들과 서로 나누는 활동으로 진행하면 괜찮을 듯 하다.
한글 자음자 찾기 놀이 : 한글 자음을 모두 배우고 난 뒤, A4용지에 한글 자음을 크게 작게 3개씩 적은 종이를 나눠준 뒤 선생님이 불러주면 먼저 동그라미 치는 활동을 하였다. 짝활동으로 대부분의 아이들이 재미있게 활동했지만 너무 승부에 집착한 나머지 왼손으로는 친구의 연필을 막고 오른손으로 종이를 차지한 뒤 동그리마 치는 아이가 생겼으며, 내리 몇번을 찾지 못한 아이는 활동을 하고 싶지 않아했고 그 결과 상대방 친구도 활동에 즐겁게 참여하지 못했다. 사실 이 수업을 좀 더 아름답게 모두가 행복하게 할 수도 있었으나 약간의 경쟁이 있는것이 더 재미있겠다 싶은 마음에 짝-경쟁활동으로 수업을 진행했는데, 몇몇 친구가 서로 다투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좋지 않았다.
chapter 2. 성공적인 수업들
가족소개하기 : 가족 소개 카드를 만들기 위한 사전 작업으로 가족이나 친척에 관해 소개하고 싶은 내용(별명, 잘하는 것, 사는 곳 등등)을 과제로 제시하여 조사된 내용을 가지고 수업시간에 가족 소개 카드를 만들었다. 그림과 함께 소개하는 글을 쓰고 친구에게 우리 가족을 소개하고 친구의 소개를 듣게되는 활동이었다. 과제가 잘 준비되어서인지 아이들이 만드는 활동에도 잘 참여 하였고 소개받고 소개 하는 활동도 즐거워하였다.
새싹 연극하기 : 교육 과정에서 강낭콩을 키우기가 나온다. 이때 강낭콩이 성장하는데 필요한 햇빛, 물, 흙등을 배우고 강낭콩의 자람을 연극으로 표현하는 것이 있다. 처음 해보는는 역할극 이기에 아이들이 잘 할 수 있을까 걱정을 많이 했는데 결과는 꽤 훌륭했다. 먼저 대본의 경우 글을 모르는 아이들이 있으므로 아주 간단히 외울 수 있도록 작성해 주는게 필요했으며 선생님이 전체적인 흐름을 가지고 아이들과 함께 대사를 만들어 나갔다. 이 과정에서 벌써 대사를 외우는 아이들이 생겼다. 이후 모둠을 구성하고 모둠장을 뽑도록 하였는데, 처음 접해본 모둠장이라 당사자들도 모둠원들도 뭘 해야 하는지 몰랐지만 모둠장들을 특별 대우해주는 듯 불러모아서 무슨 미션을 주는 듯 이야기 해주었더니 자기 역할을 아주 잘 수행했다. 발표전에 한 모둠씩 선생님이 돌아가며 동선과 대사를 확인해 주었기에 완성된 결과로 나올 수 있었다. 손은 많이 갔지만 발표과정에서 아이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니 좋았다.
진화게임 : 동아리 시간에 학급 놀이 활동으로 하였으며 아이들 수준에 맞게 약간 재구성하여 진행하였다. 아이들과 단계별 동물을 함께 정하고(지렁이-개구리-거북이-토끼-고릴라-독수리) 그에 맞는 동작을 함께 만든 뒤 활동을 진행하였다. 마지막 독수리가 된 친구들은 선생님을 따라 교실 전체를 한바퀴 돌며 친구들을 관찰하도록 하였다. 놀이의 기준이나 방법등을 아이들과 함께 정해서 인지 즐겁게 참여하는 듯 보였다.
chapter 3. 시사점
나는 개인적으로 경쟁활동을 좋아한다. 그냥 하는 건 재미없고 운동할 때도 저녁내기라도 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다. 이러한 나의 성향이 수업에 반영되는듯 하다. 경쟁활동을 하면 좀더 스릴있고 재미는 있겠지만 많은 아이들이 즐겁게 한다 해도 따라오지 못하는 아이들이 소수이지만 생기기 마련이다. 이러한 아이들을 위해 경쟁은 하되 결과보단 과정을 즐기는게 중요하다고 이야기 하지만 1학년 아이들에겐 너무 무리란 걸 자꾸 잊는다. 하긴 6학년 아이들도 울고불고 싸우는데 1학년이 될리가 있나... 수업에서 경쟁의 요소는 맛깔나게 사용하면 참 재미있지만 잘못 사용하면 수업 분위기 전체를 흐려놓는 결과를 초래한다. 그렇기에 대부분의 활동은 협동이나 배려하는 쪽으로 수업을 진행하는게 더 적합하다는 생각이 든다. 반면 성공한 수업들의 경우 아이들이 과정에 잘 참여할 수 있도록 배려된 수업이 대부분이었다. 사전 작업도 조금 치밀해야 하고 수준에 적합해야 한다. 과정을 교사 혼자 만드는 것 보다는 아이들과 함께 천천히 그들의 언어로 만들어 가는 작업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렇게 진행하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1학년 아이들과 수업을 하면서 '이것도 안되는 거야?'하는 상황이 몇몇 있었다. 그럴때 차분한 마음으로 아이들을 불러서 아주 기초부터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게 설명해 주는 것이 꼭 필요했다. 반면에 몇명 상황에서 아이들이 이해한 내용은 교사의 기대보다 훨씬 더 훌륭하게 자기 것으로 만드는 것을 보았다.
망한 수업도, 잘한 수업도 사실 교사의 기준이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다를 것이다. 교사의 수업권은 매우 중시되고 있기에 그 누구도 나에게 교실에서 일어난 수업에 관해서 피드백 해주지 않는다. 수업을 공개하는 것도 어려울 뿐더러 그 수업이 진짜 내 수업의 모습인지는 나 자신이 더 잘 알것이다. 수업공개를 한다해도 피드백 받는 사람도 하는 사람도 매우 조심스럽다. 그렇기에 자기성찰의 관점에서 나의 수업을 정리하고 기록하는 일이 매우 의미있지 않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