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우먼은 못 하겠다] 8. 천사같은 우리 아기가 운다. 계속 운다(1) (19개월)
당연히 아기는 운다. 계속 우는 존재이다.
근데 우리 아기는 이제 슬슬 자기 하고 싶은 것을 말 할 수 있는 나이, 19개월이 됐다.
싫으면 ‘시져’, 아프면 ‘아파’먹고 싶고 갖고 싶으면 ‘죠’ 할 수 있는 이 아기가계속 운다.
왜 이러지.
시작은 저녁 식사시간부터였던 것 같다.
노아는 원래 왠만하면 식사시간에 밥그릇은 다 비운다. 남편이 육아를 전담하는 정신없는 아침시간에는 안 그럴 때도 있는 것 같긴 했다. 어린이집 등원하면 바로 간식시간이기도 하고 내 담당 시간이 아니니 뭐 그 때는 패스. 하지만 내가 먹이는 시간, 특히 이 저녁이간에는 얄짤없다. 배가 든든해야 아침까지 양질의 잠을 잘 수있으니 열심히 챙겨먹인다. 물론 안전벨트가 없었다면 수시로 돌아다녔을 것이다.(지금은 안전벨트 끼울 줄만 아는데, 빼는 법은 정말 천천히 알았으면 좋겠다.) 물론 노아도 순순히 잘 먹지 않는 날도 있다. ‘노아 그럼 조금 기다려. 엄마 아빠 밥부터 먹을 거야.’하며 시간을 두기도 하고, “10숟가락 남았습니다~~” “9숟가락~~” 노래 노래를 불러가며 흥겹게 한 숟가락, 한 숟가락 더 입에 넣어준다.
하지만 그날은 달랐다. 초반에는 잘 먹었는데 어느 순간 잘 안 먹어지는지 짜증을 냈다.
‘숟가락질이 아직 능숙하지 않아서 그런가?’ 먹여주려고 숟가락을 가지고 왔더니 운다.
‘어라, 자기가 하던 걸 엄빠가 만져서 성났나?’ “노아 해~” 놔줘도 계속 운다.
울다 엎을까봐 치우니 더 운다.
다시 내줘도 운다.
이런 걸 악에 받친 울음이라고 하나? 예사 울음이 아니었다. 나는 개학한지 얼마 안 되어 체력이 얼마 없었다. 게다가 학교에서, 지역에서 계속 코로나 이슈가 터지고 있어 아무래도 더 피곤했다. 울음소리를 계속 듣고 있을 힘이 없었다. “그럼 먹지 말자” 벨트를 푸르고 내려주었다.
먹다 흘린 것이 있어서 옷을 갈아입히려고 벗기니 운다.
기저귀를 벗기니더 자지러지게 운다.
“벗는 게 싫었어? 다시 입혀줘?”
이제 뭐 손도 못 대게 몸을 비틀어가면서 서럽게 운다.
밥먹을 때는 뭔가 심기가 불편했겠지, 그럴 수 있다 싶었다. 근데 이렇게 옷 입히고 기저귀를 벗기는 것에까지 우니까 나도 손을 떼는 수 밖에 없었다. 절레절레. 천사같던 우리 아기가 도대체 왜 이럴까.
이유를 모르겠다.
아니, 사실 후보는 너무 많았다.
1. 18개월이 왜 18..개월인지...이 쯤 아기들이 많이 그런다며 고개를 젓던 육아 선배들의 숱한 일기가 떠오른다.
2. 재접근기 쯔음인데 내가 방학이 끝나서 좀 떨어져 있느라 더 그런가?
3. 어금니가 나려고 하나?
4. 코로나가 심해져서 어린이집도 못 가고.. 집 밖에 잘 안 나갔더니 아기도 답답하고 심심한가?
5. 그동안.. 너무 못 놀아줬나..?
5번의 마음이 들기에, 내가 찔리는 것이 있기에 저번처럼 끝장 훈육의 상황은 아니었다. 사실 약 한 달간 방학이었지만 더 ‘나답게’살기 위해 애썼던 시간이여서 연수도 듣고, 공부도 하고, 글도 쓰느라 육아의 전념하는 시간이 더 줄어들었다. 그만큼 아기는 엄빠가 아닌 다른 것들을 찾는 시간이 늘어났다.
아기가 웬만큼 울 때는 왠만하면 엄마가 몸으로 놀고 춤추고 웃기면 넘어오는데 그것조차도 안 먹힌다. 안기기조차 거부한다. 너무나 속상하게도 엄빠가 아닌 다른 것들을 찾는다.
-글이 길어져 2편으로 이어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