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하면서 듣기 좋은 노래, ♪재밌는 여행-안승준
오늘은 노래를 하나 소개하려고 한다. 이 노래를 소개하려면 음,팟캐스트 이야기부터 시작을 해야겠다.
나는 집순이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다. 일주일 중 약속이 없는 날이 더 적은 편이었던 20대를 보냈으니까. 하지만 20대의 끝을 잡고 임신을 했을 때, 임신 중반을 넘어가자 버스를 타는 것도 허덕이기 시작하며 어쩔 수 없이 집순이 생활을 했었다. 이 때 바이올린 꾸준히 연습하기, 코바늘로 물건 만들기 등 몇가지 집에서 할 수 있는 취미들이 생겼다. 물론 몸의 자유를 얻고는 대부분 뜸하게 하고 있다. 그나마 여전히 가깝게 남아있는 취미로는 팟캐스트 듣기가 있다. 특히 복직하면서 길어진 운전시간에 허전한 마음을 채워주는 좋은 친구이다.
처음에는 팟캐스트 제일 윗 순위에 있었던 ‘송은이, 김숙의 비밀보장’을 들으며 입문했다.(땡땡이입니다.)그런데 임신했을 때 집에서 듣는 시간이 너무 많아서 아기가 나오기 전에 다 들어버렸다. 그러다가 남편이 먼저 듣고 있던 xsfm의 ‘요즘은 팟캐스트 시대’를 영업당해 듣게 되었다. 여러 사람들의 ‘좋게 된’ 이야기들을 나누는, 즉 사연을 읽어주는 라디오 같은 특별하지는 않은 포맷이다. 그런데 오랜 시간 듣다 보니 정도 쌓이고,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에 덧붙여지는 ‘개념진행자’들의 이야기 덕분에 생각 해볼 거리들도 많아져 지금은 나의 최애 팟캐스트가 되었다.
요즘은 팟캐스트 시대의 진행자는 둘 다 남자인데, 한 명은 배우자를 ‘바깥양반’으로 소개하며 우리 부부에게도 본이 되어준 담당 PD를 겸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오늘은 또 한 명의 진행자에 안승준군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더 하고자 한다.
안승준군은 가정에서 육아를 전담하고 있다. 뭐 우리집도 엇비슷한 상황이니 크게 놀랄 일 없이 육아 이야기에 공감하며 이야기를 듣곤 한다. 어느날 사연을 읽다가 ‘스트레스를 받고 집에 돌아가 자녀에게 푸는’ 이야기가 나왔는데 안승준군은 “저는 약자에게 화를 내지 않습니다.”고 단언을 하는 것이었다. 깜짝 놀랐다. 뭐, 사실 ‘약자에게 화를 내지 않는다.’는 저 문장은 너무나 도덕적으로 맞는 말이고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나는 주변 양육자들에게서 ‘너무 힘들어서 소리를 질렀다.’ ‘오늘 애를 너무 혼내고 마음이 무겁다.’는 이야기를 더 많이 들어왔다. 물론 그들도 고의적으로 그런 것은 아니었다. 후회를 하고, 노력을 하고, 애를 쓰지만 그럼에도 가끔씩 튀어나오는 화는 스스로가 컨트롤할 수 없는 영역인 것 같았다.
나의 아기 노아는 17개월로, 뭔가 위험한 행동을 하는 것을 보고 놀라서 소리칠 일은 있어도 아직 아기랑 힘겨루기를 할 일은 거의 없다. 하지만 교실에서의 나를 생각해보면 나도 화를 완전히 컨트롤해오진 못했다. 험한 말이나 큰소리를 치지는 않더라도 무서운 표정, 가라앉은 말투에 답이 다 정해져있는 문장으로 교사의 ‘힘’을 썼던 일이 기억에 난다. 그러다보니 경험적으로 나도 약자에게 화를 내지 않는 것이 완벽하게 되기란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팟캐스트를 들으면서 나도 "약자에게는 화를 내지 않는다."는 저 당연한 문장을 당연하게 이야기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바라게 되었다.
오늘의 노래는 그 안승준군이 작사/작곡하고 부른 노래이다. 안승준군은 전직 밴드(보드카레인) 보컬이었고, 현재도 싱어송라이터로 육아에서의 경험들을 녹여 노래를 만들고 있다. 그 노래에 아내가 그림을 그리는 협동작업을 계속 해나갈 것이라 한다. 지금까지는 ‘어느 날, 우리는’(클릭하면 유튜브로 넘어가요!)이라는 그림책이 나와있다.
오늘은 그 다음으로 나온 곡, 재밌는 여행(클릭하면 유튜브로 넘어가요!)을 소개하려고 한다.
♬너랑 나랑은 너무 닮아서 처음부터 좋아했었지.(안승준-재밌는 여행 中)
사실 나는 처음부터 노아를 너무 좋아했던 것 같지는 않다. 내 뱃속에서 나왔지만 처음에는 너무나 낯설었던 존재여서, ‘널 어떻게 하면 좋지?’라고 바라만보던 산부인과 수유실에서의 장면이 아직도 생생하니까. 그래도 노아의 존재 속에서 나와 남편을 닮은 모습들을 하나 둘 발견했던 것이 이 아기에게 빠져들게 된 이유인 것은 맞았다.
♬보면 볼수록 내가 보여서 나중에는 걱정도 했어.(안승준-재밌는 여행 中)
처음에는 아기가 나를 닮은 모습을 보는 것이 반가웠다. 하지만 금세 걱정이 차오르곤 했다. 나는 엄마께 ‘너는 너가 스스로 컸지’라는 이야기를 정말 많이 듣고 자랐다. 막상 내가 아기를 낳고 보니 스스로 크지 못하는 시기가 너무 길어 당황하긴 했지만. 여튼 나는 스스로 주도권을 가지고 일을 하는 것을 좋아해서, 때로는 너무 큰 욕심이나 고집을 부리기도 했도 했다. 그러니 이 두 돌도 안 된 아기가 스스로 무언가 해보겠다고 하는 것이 기특하면서도 괜히 나의 단점으로 인해 힘들었던 시기가 겹쳐보이며 마음이 무거웠던 것이다.
♬내 맘대로 널 걱정한 게 좀 미안해. 우린 다른 게 더 많은데.(안승준-재밌는 여행 中)
그렇지. 너는 나랑 다른 존재였지. 나보다 훨씬 더 멋진 삶을 살아가겠지. 노래를 들으며 깨닫는다.
이 외에도 가사 하나하나가 너무 주옥같아서 육아에 지쳐 멍때릴 때, 아기를 재울 때, 혼자서 흥얼거리곤 한다. 아기를 바라보며 나와 비슷해서, 혹은 달라서 느꼈던 보석 같은 감정들을 다시 꺼내어본다. 그러다보면 육아에 임하는 내 마음이 한결 편안해짐을 느낀다.
♬사실은 넌 처음부터 멋졌던 것 같아. 내가 준 게 없을 때부터.
더 이상 내 말 듣지 않아도 될지 몰라. 너무 아는 척 그만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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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랑 나랑은 너무 좋아해서 화를 내지도 못하겠고(안승준-재밌는 여행 中)
또 이 노래는 어느 순간 아이 앞에서 강자인 척 힘을 쓰려는, 더 아는 척 가르치려는 내 마음을 잠재우는 주문이 되어주기도 한다.
내가 노아의 노아스러움을 가로막고, 왜곡시키는 엄마가 되진 않고 싶다고 다시 다짐하면서.
이 노래도 천천히 그림책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을 텐데, 어떤 그림들로 이 순간들이 표현될까 너무 궁금하다. 아기를 키우는 나의 순간순간에도 참 많이 머무른 노래이다보니 그림책도 애틋하게 와닿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