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연극을 배우다03] 3월 2일, 첫날
너무 오랜만에 글을 다시 써서(죄송합니다)
잠시 정리하고 가는 지난 이야기!
[1번째 글]: 왜, 교육연극?
이것 저것에 관심 많은 교직 3년차 교사 이서로는
이제 뭐 하나 진득~하게 배워보고 싶다는 욕구가 올라왔다.
대학원을 갈 정도로 확신 있는 분야는 없어 고민고민하다가,
친한 선배가 소개해주어 ‘교육연극지도자과정’을 알게 되는데...
여기 저기 다니면서 살짝 맛본 교육연극의 경험이 너무 좋아서,
그리고 무엇보다도 교육연극을 통해서 ‘교사로서의 나를 알고 싶다’는 목표를 가지고
1년동안, 180시간의 ‘교육연극 지도자과정’을 배우기 시작했다.
[2번째 글]: 교육연극, 노는거야?
주 2회, 3시간의 수업, 통학시간만 2-3시간 걸리는,
말로만 들으면 굉장히 부담스러운 시간이었지만 막상 가니 엄청 놀았다.ㅎㅎ
심지어는 책을 읽고 토론을하면서까지, 잘 놀자는 결론을 내면서 놀았다.
하지만, 놀다보니, 너무나 굳어버려 참 못 노는 내 모습을 보게되고,
놀이를 하려고 할 때마다 삐걱대던 교실 속 아이들의 모습을 생각하며
내가 먼저 잘 놀아야겠다고 다짐한다:)
그리고 다시 이어가는 이야기! :-)
오늘은 시간을 조금 거슬러, 연극을 배웠던 첫 날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교육연극을 배우다03 / 3월 2일, 첫날
'3월 2일'
교사인 나에게, 처음이라는 단어가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날이다.
'어떤 아이들이 교실에 앉아있을까?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이름도 얼른 외우고 싶고, 나누어줄 것도 챙겨야겠고...'
며칠 전부터, 몇 번이나, 계속 머릿속에서 리허설이 반복되어, 쉬면서도 쉴 틈이 없는 떨리고 긴장되는 처음.
2017년 3월 2일은 교육연극을 배우며, 오랜만에 교사가 아닌 학생으로서 맞는 첫 시작이 있는 날이었다. 시작의 두근거림과 함께 강의실에 들어섰다.어디에 앉을까 고민이 되었지만, 넓은 강의실에 듬성듬성 앉을만한 넓은 책상이 많이 있었기에, '적당히'를 선택했다. 평소에도 낯선 사람들 앞에서 입을 떼기 전 백만번을 고민하는 나이기에.. 그 날도 시간이 있었지만, 옆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어보진 못했다. 아, 첫날을 맞이하는 우리 학생들 마음도 이렇겠구나. 설렘과 함께, 조금은 뻘쭘한 채로.
대부분의 OT가 그러하듯, 과정에 대한 간단한 설명이 있었다. '빨리 끝내는 것이 미덕'이었던 대학 강의 OT 와 달리, 모두 열정을 가지고 저녁 시간을 쪼개어 오신 분들이셨기에, 소개가 끝난 후에는 짧게나마수업이 이어졌다. 물론, 바쁜 사람은 가도 된다고 하셨으나, 첫날 버프로 에너지가 넘쳤으며, 나름 먼 길 가기 아쉬운 마음을 담아 남기로 한다.
책상을 이리 저리 민다. 의자도 없이, 사람들 사이를 가로막는 것들을 모두 치우고 생긴 공간에 둥그렇게 선다. 그 흔한 자기소개도 없이 놀이가 시작되었다. 눈을 마주치는 사람과 자리를 바꾸면 되는 단순한 놀이였다. 목표는 눈을 많~이 마주쳐 자리를 많~이 바꾸는 것이란다.
평소에 나는 승부욕 대마왕이지만, 이 놀이는 1등을 뽑는 것이 아니었다. 이기고 지는 것도 특별히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낯 가리는 나는.... 잘 모르는 사람들 앞에서 본색을 드러내지 않는다. 아마 몸은 원 안에 서있지만, 마음은 한 발짝 떨어져 있던 것 같다.
티나지 않을정도로 사알짝 움직이며 사람들을 둘러본다. '와, 되게 열심히 움직이시네. 왜 저렇게 열심히 움직이실까?', '저 분은 인상이 참 좋으시네.', ' 저 사람은 왜 저렇게 뚱한 표정일까?' 사람들을 살핀다. 그러면서 나의 표정도 살핀다. 입꼬리를 올리고 있는다고 노력하지만.. 아마 기껏해야 영업용 미소를 짓고있었으리라. 낯선 사람들 속에서, '괜찮은 사람'이고 싶은 가면이 발동해있다.
놀이 난이도가 서서히 올라간다. 더 짧은 시간동안 안에 움직여야 하고, 술래에게 자리를 빼앗기지 않게 움직인다. '이사날'을 외치면, 나처럼 숨어있던 사람들도 모~두 자리를 바꾸어야 한단다. 점점 놀이에 조건이 많아지는 사이, 어느샌가 머리속에 떠있던 여러 생각들은 사라졌다. 놀이에 집중한다. 물론 다른 사람들도 여전히 침묵 속에 있지만, 놀이 속에 흐르는 묘한 긴장감에 눈이 반짝이는 것이 느껴진다.
여전히, 놀이 안에 등수도, 벌칙도 없다. 하지만 모두 하나 움직이지 않는 이 없이 빠져들어 있다.
'아 경쟁이 없어도 재밌을 수 있구나. 이기고 잘나고 주목받아야 재밌는 것이 아니구나. 이런게 놀이구나..'
그 이후로 몇 놀이가 이어지고, 짧게나마 몸으로 무언가를 표현해보기도 한다. 그리고 그제서야 돌아가며 여기에 오게 된 이유를 중심으로 자기소개를 나눈다. 누군가는 연극 동아리도 운영하고 계시고, 본이이 직접 연극을 하시거나, 이미 연극 수업을 몇회간 진행하시고 연구하시는 분들도 계셨다. 그럼 나는? 쥐뿔도 없다. 그저 연극을 통해 나를 알고 싶다는 이유가, 작게만 느껴진다.
하지만, 놀고 나서일까? 저 작은 이유에 굳이 꾸미고 보탤 이유를 못 느낀다. 가면 쓰고 부풀린 멋진 내가 아닌, 그냥 솔직한 나를 소개하기로 한다. 별 거 아닌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끄덕 해주는 동료들.. 그래, 함께 놀며 잠시나마 느낀 이 곳의 느낌이 맞았다. 작은 나를 받아주기에 충분하리라는.
일년이 지난 2018년 봄을 다시 맞았다. 벌써 4월이 되었다. 매주 마지막 시간은 학급 회의시간. 책상을 밀고, 의자를 가지고 와 원으로 둘러 앉는다. 하지만 여전히 원을 만들 때 끼리끼리 찾아가고, 선이라도 있는 듯 옆자리를 정해놓는 아이들을 보며 다시 이 놀이를 꺼내본다. 일년 전 내가 느꼈던 그 편안함, 옆을 내주어도, 솔직해도 된다는 안전함을 아이들도 느낄 수 있기를 바라며.
(+) 첫날 했던 놀이, '자리바꾸기' 를 소개합니다:)
자리바꾸기 놀이는 아주 간단합니다.
'눈을 마주치는 사람과 자리를 바꾼다.'
'최대한 많은 사람과 눈을 마주치고 자리를 바꾼다.' 라는 단순한 규칙이에요.
따라서 조금씩 규칙을 변형하면서 조금 더 놀이에 몰입하도록 합니다~~!
오늘은 6단계로, 변형 규칙을 소개하도록 할게요!
며칠전 학생들과 이 놀이를 해보았는데요,
1단계를 바로 한 번 해보고 넘어가는 일은 없더라고요.
적응할 때까지, 익숙해질 때까지! 반복~~!
아이들에게 전략을 물으니, '더 고개를 많이 돌리며 친구들을 살핀다', '손을 흔들거나 얼굴을 들이미는 등 적극적으로 자리를 바꾸려는 의지를 보인다' 등의 전략을 이야기하더라구요^^이정도면 충분합니다!
아이들과 이번에는 이 4단계까지만 놀이를 하고 다음 놀이로 넘어갔습니다. '자기 자리'를 표시해놓지 않고 놀이를 시작했더니... 술래가 있음에도 과감하게 자리를 바꾸는 아이들이 자리가 다 섞이고 누가 술래인지 알기 어려운 상황이 벌어지더군요...! 성인들과 처음 만난 자리에서 이 놀이를 했을 때는, 서로 어색해서 움직이지를 않아서 멈칫멈칫 했었는데 말이예요^^;; 역시 아이들은 아이들입니다! 물론 한 달여가 지났기에 더 그렇기도 하겠지만요. 어색하다고, 처음이라고 마냥 침묵하지 않지요 ㅎㅎㅎ
/서울교대 교육연극지도교사과정을 수료하고 쓰는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