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우먼은 못 하겠다]프롤로그
/ 엄마가 되었다.
2019년 1월 13일. 아기가 태어났다.
그리고 교사는 잠시 안녕.
전업육아노동자가 되었다.
육아 이야기도 정말 할 말이 많지만, 그 말만 하다가 이야기가 끝나버릴 수도 있으니 두 편의 웹툰을 추천하는 걸로 생략.
클릭하면 넘어갑니다! (이미지출처: 네이버웹툰)
<아이키우는 만화> 현실 육아 이야기를 볼 수 있다. 현실 임신과 출산을 다룬 전편 '아기 낳는 만화'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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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앤닥터 육아일기> 박사 남편과 산부인과의사 부인의 임신, 출산, 육아 이야기. 만화는 주양육자인 아빠가 그렸다.
/ 휴직은 1년만?
“아기 낳고 휴직은 1년만 하려고?”
임신 중에 참 여러번 들은 질문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인생 계획을 야무지게 세우고 사는가 본데, 내 답은‘모르겠다’였다. 아기도 엄마도 육아도 다 아직 와닿지 않았으니까. 대체로 육아 경험이 있었던 질문자는 자신의 육아 이야기를 보탰다. 결론은 ‘돈보다 아기와의 시간이 중요하다.’, ‘1년은 짧다’, ‘그 말도 못하는 아기를 어디다 맡길 거냐’ 라는 식이었다. 답이 모아질수록 길게 휴직하는 것이 미덕인 것처럼 보였다.
이후 또 같은 질문을 받았을 때 내 답변에는 ‘잘 모르겠지만, 더 길게 하게 되지 않을까요...’가 보태졌다.
/ 육아휴직을 아마 길게 할 테니까
아기를 낳기 3개월 전쯤, 남편은 직장을 옮겼다. 새로운 직장으로 출퇴근하는 시간은 1시간 반이 넘게 걸렸다. 양가 부모님들은 각자의 일을 하시기에 육아를 도와주실 수 없었다. 따라서 독박육아시간을 줄이기 위해서는 남편의 출퇴근에 드는 시간을 줄여 조금이라도 더 육아 노동에 빨리 합류하는 것이 중요했다. 그래서 이사도 했다.
대략 서울 북서쪽에서, 남동쪽으로.
20여년 살아온 도시를 떠나는 것이라 친정과의 거리도, 친구들과의 거리도 멀어진다. 집이 조금 더 외곽으로 빠져 내가 복직했을 때 출퇴근 시간도 두 배는 걸리게 될 듯 했다. 하지만 뭐, 나는 육아휴직을 아마길게 하게 될 테니까 나중 일은 나중에 걱정하지 싶었다.주변에 아는 사람도 없으니 아는 육아하는 사람은 더더욱 없었다. 정말 유일하게 남편의 직장이 가깝다는 그 이유 하나만 보고 이사했다.
이게 최선이라고 철썩 같이 믿었다.
/ 하 지 만
남편이 회사를 그만두게 되었다. 자세한 설명은 못하지만 결론적으로는 내가 돈을 벌어야 했다.
모아뒀던 돈을 탈탈 털고 털어 9월 조기복직은 면했다.
하지만 2020년 3월은 어느새 다가왔다.
/ 아기 낳고 나서...
휴직 전, ‘워커홀릭’, ‘완벽주의’, ‘열심’, 등은 나를 수식하는 단어였다. 비록 짧은 경력이었지만 열심히 살았다. 하지만 복직을 준비하다 보니 내가 왜 이러나 싶다.
에피소드 1. 복직원을 내라는 기한을 잊어버리고, 결국 당일날 교감님 전화를 받고 급하게 학교로 가서 제출했다.
에피소드 2~....
쭉 떨어진 체력을 기르러 수영을 배우러 다니는데 가는 길에 차키를 놓고 와서 주차장을 오가는 일은 예사.
열심히 샤워를 하고 수영복을 입고 수영장에 나갔다가 수경이나 오리발을 놓고 와서 민망한 웃음으로 탈의실을 몇 번 오가는 일이 생겼다.
하다못해 집에 수영복을 놓고 와서 수영장까지 드라이브만 하고는 그냥 집으로 돌아오기가 두 번째가 되고 나서는 인정했다.
아기 낳고 나서 자꾸 깜박깜박한다는 말은 하고 싶지 않았는데. 나도 어쩔 수 없나 봐. 딱 부러지기는 글렀다.
/ 워킹맘?
나도 교사하면서 엄마는 처음이다. 분명 좌충우돌하겠지. 더 바빠지면 지금보다 더 깜박깜박하면서 살겠지. 앞으로 이 이야기를 글로 써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제목을 정하려는데 처음에는 ‘워킹맘working mom’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요즘 재밌게 보고 있는 워크맨Workman유튜브를 따라서 워크맘WorkMOM이라고 할까도 생각했다.
(출처: 유튜브 워크맨) 육아가 고될 때 웃음을 준 장성규님 고마워요...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상하다. 나 복직하기 전, 그러니까 육아휴직하면서 아기를 볼 때도 워크Work했는데? 아기 키우는 일은 정말 머리도 감정도 체력도 전방위적으로 어마어마하게 드는 일인데? 그것이 워크Work가 아니라면 무엇이 워크Work란 말이냐. 육아노동을 노동으로 여기지 않는 워킹맘Working mom이라는 단어는 버리기로 했다.
그럼 이 이야기의 제목을 무엇으로 할까 한참을 고민하다가 이 단어를 만났다. ‘슈퍼우먼’
(출처: 네이버 국어사전)
슈퍼우먼증후군에서 나온 단어라고 한다. 대략 단어만 봐도 느낌이 오듯 뭐든 잘 하는 여성, 특히 육아와 직업으로서의 일을 둘 다 잘 해내는 엄마에게 붙는 단어이다. 이 단어를 골랐다. 슈퍼우먼이 되겠다는 바람이 아니라, 슈퍼우먼 되기를 애초에 포기하겠다는 마음으로. 포기한다고 이렇게 선언해도 성격상 무엇 하나 대충은 못 할 수도 있다. 그래도 어느 순간 까먹고 애쓰다가 퍼지지 않기 위해서 선언한다. 애쓰다가 내 맘대로 안 되었을 때 내가 덜 울고 덜 상처받기 위해서이다. 앞으로 슈퍼우먼 못 하(ㅐ먹겠다)는 이야기를 나누어보려고 한다. 이 이야기가 어떻게 이어질지 나도 기대가 된다.
*그나저나 ‘못하다’는 능력이 안되고 실력이 부족해서라고 하고, ‘못 하다’는 여건이나 실력은 되지만 하지 않는다는 뜻이라던데... 나는 슈퍼우먼을 못하는 걸까 못 하는 걸까? 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