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연극을 배우다 20]180시간, 배움을 마치다
3시간강의*주2회*15주*2학기=180시간
드디어, 교육연극지도자과정을 수료했다!
이 과정을 시작할 때는, 교육연극에 대해 어떠한 뜻을 품은 것은 아니었다.
([교육연극을배우다1] 왜, 교육연극?<<<클릭하시면 글로 넘어갑니다. 처음 교육연극 배우기 시작했을 때의 이야기가 조금 더 길게 담겨있어요.)
교실, 수업, 교육, 연극보다 ‘나를 알고 싶다’는 생각에 시작한 과정이었다.
교육연극을 배우기 전, 심리검사를 받았는데 내가 너무 가면을 두껍게 쓰고 있다고, 심리 상담을 받더라도 상담가에게 솔직하게 자신을 못 이야기할 가능성이 높을 정도로 몸도 마음도 많이 굳어있다는 결과를 들었다. 그 얘기를 듣고서야 학교 생활을 하며 순간순간 답답함과 무기력이 밀려오고, 퇴근시간만 되면 온 몸이 굳어지던 내 상태를 조금 심각하게 받아들이게 되었다. 늦었지만 뒤늦은 사춘기처럼 ‘나는 누구인가’ 라는 질문에 답을 찾아가야 했다. 그 때 심리검사를 도와주신 선생님께서 연극을 공부하시고, 수업과 강연에 연극을 활용하는 모습을 보면서 연극에 대한 기대감이 생겼다. 연극을 통해서 나를 좀 알게 되지 않을까 기대를 가지고 배움을 시작했다.
교육연극지도자과정을 배우는180시간은 학교 근무를 마치고 퇴근한 후의 저녁동안 진행됐다. 가만히 앉아있으면 그냥 지나가는180시간이 아니었다. 때로는 앉아있는 시간이 거의 없을 만큼 계속 움직였다. 때로는 도망칠 곳 없이 모둠으로 앉아 돌아가며 계속 토론을 하며 내용을 따라가야 했다. 때로는 쭉 듣기만 하는, 자칫하면 정말 더 잠으로 빠져들게 만들 수도 있는 형식의 이론수업도 있었다. 그 180시간에 더해 배움 이후의 성찰일지를 쓰라는 과제도, 강의 전에 책을 읽어 간단한 제출물을 내야하는 과제도 있었다. 배운 내용을 적용하여 새로운 드라마를 만들어 내야할 때도 있었다. 180+a의 시간은 절대 만만하지 않았다.
하지만 신기하게도‘가기 싫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체력의 한계를 느끼는 순간들도 분명 있었다. 수업을 들으러 가는 길에는 지하철에 몸만 실려 있고 정신은 빠져있는 좀비 같은 상태였다. 강의 시작 전 강의실에 앉아서까지도 옆 사람과 이야기 나눌 체력조차 남아있지 않아 멍 때리고 있는 날이 많았다. 하지만 수업이 시작되고 나면 살아났다. 신이 나고 에너지가 넘치니 같이 배우고 있는 옆 사람들에 대한 마음도 열렸다. 괜히 말 한 번 더 걸어보고 싶고 그들의 삶과 생각이 궁금했다. 수업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는 마음이 두근두근해서 한 숨 안 쉬고 배운 내용을 복기하기 바빴다.
공부가 재미있었다.나 스스로도 이런 내가 너무나 신기했다. 초, 중, 고등학교에서 주입식교육에 익숙한 나는 소극적으로 공부를 해왔다. 공부를 해서 칭찬받는 것은 좋아도 공부 그 자체가 재미있었던 적은 거의 없었다. 교사가 되고 관심 있는 주제의 단기 연수를 찾아다니면서 배우기는 좋아하긴 했지만 정기적으로 이렇게 긴 시간을 들여야 하는 공부를 할 때는 ‘성적에 문제가 가지 않을 만큼 뺄 수 있는 만큼 빼는 것이 미덕’이라고 생각해오기도 했었다. 하지만 교육연극지도자과정을 배우면서는 다음 주가 공휴일이라 휴강되는 것이 너무나 아쉽고, 학교 업무에 바빠 많이 늦어버린 날에도 1시간, 혹은 조금이라도 수업을 들으려고 왕복 3시간 걸리는 걸음을 기꺼이 움직였다.
무엇을 배웠기에 나는 이렇게 신이 났을까?
그 180시간을 짧은 글로 다 요약할 수는 없겠지만, 교육연극은 몸으로 익히는 수업, 정답이 정해져있지 않은 수업, 다양한 질문이 나오고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수업의 시간이었다. 덕분에 학교에서 굳어진 수업을 했던 내 모습을 반성하며 가르치는 것의 본질에 대해서 생각해보기도 했다. 경쟁하지 않아도 즐겁게 놀 수 있다는 것을 몸으로 배울 수 있었고, 여러 이야기들을 통해 사회를 보는 눈도 조금은 넓어졌다. ‘와, 저렇게 수업할 수도 있구나!’ 정말 무릎을 탁 치게 되는 방법도 많이 배웠다. 그만큼 교실에서 생기 있는 수업도 많이 할 수 있었고 학생들도 교육연극수업을 참 좋아했다. 학생들이 아침마다 쓰는 글똥누기에도 연극수업이 있는 날에는 ‘오늘은 연극수업이 있어서 기대가 된다.’거나 ‘연극 수업 때 뭘 할지 궁금하다.’는 이야기가 꼭 있었다. 무려 체육시간에 대한 관심보다도 연극수업에 대한 이야기가 많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 어떤 것보다도 교육연극을 배우며 나를 알게 되었다는 것이 가장 기쁘다.
교육연극 수업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는 수업 시간에 배운 것과 생각한 것들을 글로 적어 정리하거나 남편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다.
‘내가 이렇구나!’
‘이런 내 모습이, 나의 자연스러운 특성일까, 아니면 뭔가 억눌려진 모습일까?’
‘나는 이러면, 행복한가? 나는 계속 이러고 싶나?’
‘내가 진짜 좋아하는 것은 뭐지?’
‘남편과 나는 이렇게 달랐던 거구나.’
‘달라서, 이상하다고 느꼈던 것이, 이런 차이구나.’
‘이렇게나 다른 우리는, 어떻게 함께하면 좋을까?’
몸이 피곤한 것도 잊고 여러 깨달음과 질문이 터져 나오는 성찰의 시간을 가졌다. 그 시간이 항상 기분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 때로는 씁쓸했다. 나를 지긋이 바라봐야 하는 그 시간들이 아프기도 했다. 그래도 그 어떤 공부보다도 참 흥미로웠다.
수업 중 교육연극을 현장에서 꾸준히 하시는 선생님의 특강이 있었다. 질문시간에“교육연극을 어떻게 그렇게 꾸준히 하시냐, 준비하는 데 여간 시간과 에너지가 드는 것이 아닐 텐데, 힘들지 않으시냐?”는 질문이 있었다. 선생님께서는 답하셨다.
“교사들이 제일 싫어하는 게 뭔가요? 학생들 무기력한 거잖아요.
그런 학생들을 살아있게 하는 가장 강력한 방법을 아는데, 어찌 안 하겠어요.”
180시간이 지난 지금,
아직 나는 ‘교육연극 하는교사’라는 말로 나를 수식하기는 어색하다. 그저 ‘교육연극 배운 교사’ 정도랄까.
그래도 내가 앞으로 계속해서 수업 연구를 열심히 하고 있다면, 그 열심 안에는 교육연극의 흔적이 남아있으리 확신한다.
교육연극지도자과정,180시간의 배움, 끝!
/ 서울교대 교육연극지도교사 양성과정을 수료하고 적는 글입니다. 제가 기록한 내용들이 모두 교육연극의 정설이나 정답이 아닐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