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연극을 배우다 17] 과정드라마로 임상장학-수업편
지난 글([교육연극을 배우다16] 과정드라마로 임상장학-준비편 [Click!])에서 이어집니다.
교수학습과정안 세안에 앞 부분에서 가장 열심히 쓴 부분은 지도상의 유의점 부분이었습니다. ‘일반적이지 않은’ 이 수업에 대한 일종의 변명이기도 했어요. 비판에 부딪혀보겠다고 생각을 하며 도전한 수업이긴 했지만 그래도 보시는 어른선생님들(...)께서 너무 거슬리시지는 않길 바라는 마음이 담겨있었지요. 수업을 글로 설명하려니 그 분위기가 다 전달되기 어렵겠지만, 그래도 독자님들께도 조금 더 와닿기 바라며 이곳에도 공유합니다.
그럼, 2시간 블록타임의 과정드라마로 임상장학 수업 공개한 이야기, 시작합니다!
두근두근. 교실의 창문은 암막 무점착 시트지로 어둡게 가렸다. 교사 자리에 폴더매트를 세워 분장실도 만들었다. 오늘은 자리 배치도 특별하다. 책상은 ㄷ자이지만 바깥쪽을 향하게 사이드로 밀어뒀고, 학생들은 의자를 교실 중앙에 ‘관객석’처럼 두고 앉았다.
딩동댕동, 수업을 시작하는 종이 치고 안경을 쓴 ‘교사모드’로 학생들과 선생님들 앞에 섰다.
지난 글(15화)에서 썼던 것처럼 주로 학생들과 연극 배움을 할 때는 3가지 약속을 사용했다. ①친구를 통해 배워요②상상력이 중요해요③비밀을 잘 지켜요이번 수업에서는 ④솔직하되 진지하게!참여하는 것을 약속에 추가했다. 반전이 중요한 드라마이기에, 학생들이 공개 수업이라고 너무 예쁘고 좋은 답만 골라하지 않을 수 있도록!
선생님의 연기를 본 학생들이 아주 흥미로워했다. 그럴 것을 예상했기에,‘안경을 벗으면 선생님이 아니다’라는 약속을 거듭 강조했다. 활동1,2는 평소 수업에서 많이 해보던 모둠별 '정지장면'이나, '동영상'표현인지라, 학생들이 크게 어려워하지 않았다. 활동을 하면서 아이들은 계속 할아버지 가방 안에 무엇이 들었을까 궁금해하며 이야기가 전개된다.
오늘의 Tip! 장면1을 보고 난 학생들의 활동에서 활용한 것은 ‘정지동작’입니다. ‘타블로’나 ‘스틸이미지’, ‘조각상 만들기’라고도 합니다. 교육연극과 연극놀이를 접해보신 선생님들께서 이미 많이들 수업에서 활용하고 계시지요? 저는 학생들의 이해를 쉽게 하기 위해서 장면을 ‘사진’ 처럼 표현한다고 설명했어요. 필요에 따라 정지된 상태에서 터치했을 때 자신이 처한 상황에 맞는 대사를 하기도 합니다. 이를 조금 더 변형시켜 장면 2에서는 움직이는 장면, ‘동영상’으로 표현했습니다. 수업에서 흔히 역할극으로 표현하는 정도의 짧은 극이지만, 대본이 없이 간단하게 연습하여 표현했습니다. |
할아버지 분장을 한 교사가 학생들에게 다가가는 장면이다. 학생들이 처음으로 할아버지를 직접, 가까이서 만나기에 흥분할 가능성이 높아 변수가 아주 많은 장면이기도 하다.그래서 학생들이할아버지를 때리는 경우도 많다고 경고(!)를 많이 들었다. 솔직하고 자연스러운 연기를 하는 것은 좋지만 맞으면 교사가 너무나 속상하므로........... 때리고 싶은 마음은 흉내로만 하라고, 자기에게 할아버지가 왔을 때 잠시만 표현을 하는 것이며 그 외에는 자기 자리를 벗어나지 않고 멈춰서 친구들의 표현을 감상하라고 하고 연기에 들어갔다.
다행히 공개수업에 정신을 바짝 차린(줄 알았던)우리 학생들은 때리지는 않았다.
하.지.만 할아버지의 가방 속에 무엇이 들었나 너무 궁금했는지 자기 순서에만 움직이는 것이고, 자기 자리를 벗어나지 않는다는 약속은 잊었나보다. 이미 자기 차례가 지나갔음에도 뒤에서 할아버지의 가방을 만지려고 접근해왔다.
왠만하면 이미 시작한 장면이기에 그냥 이끌어가고 싶었다. 하지만 학생들이 가방을 직접 만지는 것은 스포일러가 될 수 있었다. 그리고 장난스러운 분위기가 커져가고 있었다. 두둥. 첫 번째 위기였다. 환기가 필요했다. 하지만 아직 내 깜냥이 부족했는지 할아버지의 역할을 입고 정리를 하기는 어려웠다.
연극을 잠시 멈추었다. 무대 뒤로 들어가 옷을 다시 벗고, 안경을 쓴 선생님으로 돌아와서 '약속을 지켜주어야 한다.' 이야기를 다시 한 번 강조했다. 학생들도 다시 진지하게 참여하기를 약속했다.
다시 연기를 이어갔다. 사실, 때리는 것과 함께 학생들의 반응에 대한 또 다른 걱정은 ‘너무 환대하는 것’이었다. 이전 장면에서 할아버지의 모습과 분위기가 잘 표현되었다면 학생들은 할아버지를 왠지 으스스하고 피하고 싶은 이미지로 봐야 했다. 그래서 할아버지가 내민 손을 피해주기를 기대했다. 하지만 ‘교사 이서로’는 학생들과 하루 2번 몸인사(하이파이브, 악수, 포옹 등의 몸동작을 조합해서 만든 자신만의 인사)를 계속 해오고 있었다. 학생들이 교사와 스킨십이 익숙하기에 ‘뭐야 선생님이잖아.’ ‘우리선생님인데 뭐~’ 생각할까봐 걱정이었다.
두둥.그 걱정이 현실이 된 듯 한 두 명의 학생들을 빼고는 정말 할아버지를 피하지 않았다. 할아버지의 내민 손을 잡아주는 경우가 많았다. 두 번째 위기였다.익숙한 선생님의 어색한 연기로 학생들이 극에 집중하지 못했을까봐 걱정이 되었다.
그래도 침착하게 연기를 마치고, ‘할아버지가 손을 내밀었을 때 기분이 어땠는지’ 물었다. 다행히 학생들의 속마음은 대부분이 '무서웠다'고 하더라. 휴, 그 분위기를 잡고 수업을 이어갔다.
사라진 할아버지의 가방 속에 들은 돌과, 할아버지의 죽음을 확인하는 장면이다. 반전이 드러나고 이야기의 결말로 치닫는 부분이기도 하다. 할아버지의 죽음을 『생각이 터지는 교실 드라마』와 김주연 교수님은 인형을 활용하셨는데, 나는 그림자극을 활용했다.(마침 그 학기에 과학시간에 그림자극을 배웠다._그림자극 세트가 ‘창문’이고, 창문 너머 할아버지가 보인다는 설정을 했다. 수업을 준비하면서는 직접 연기하던 것과 달리, 동화 구연 같은 연출이 되면서 분위기가 깨지 않을까 걱정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학생들은누군가의 죽음이라는 것 자체를 굉장히 속상하게 느꼈다.하긴, 학생들이 만나는 대부분의 이야기는 해피엔딩이니까. 할아버지의 죽음으로 마무리되는 이야기가 받아들이기 어려웠을 것이다. 게다가 고생만 하신 할아버지를 학생들은 무서워만 했고 이제야 할아버지의 비밀을 알게 되었는데 다시 만날 기회가 없다는 것에 마음 아파했다. 너무 숙연해진 분위기, 세 번째 위기였다.
아! 속상해하는 아이들의 마음을 달래기 위해 동화책을 꺼내들었다.『배낭을 멘 노인』 동화책 속에서 돌아가신 할아버지는 웃으며 하늘을 날고 계시니까. 할아버지의 마지막은 편안하셨던 것 같다고, 좋은 마음으로 가셨던 것 같다고. 아이들 마음을 위로하며, 직접 만날 수 없는 할아버지께 하고 싶은 말을 편지로 쓰도록 했다. 학생들은 바깥쪽으로 돌려놓았던 책상으로 돌아가서 2시간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다.
오늘의 Tip! 오늘의 자리배치는 개인적으로 아주 만족스러웠습니다. 처음에는 연극 감상하는 시간이 많기에 관객석처럼자리배치를 했습니다. 연극수업에서 공간이 많이 필요할 때는 보통 책상을 아주 밀어버렸었는데 멘토선생님의 아이디어로 책상을 교실 앞쪽이 뚫린 ㄷ자로, 바깥쪽을 바라보게 놓았어요.덕분에 정리 활동에서 책상으로 돌아가 편안한 글쓰기를 할 수 있었습니다.
아쉽게도 무점착 시트지를 붙여둔 것과 관객석 의자 놓은 사진은 찍지 못했어요. 사진은 소감을 쓰기 위해 돌아간 후의 의자배치입니다. 학생 수가 18명으로 적은 편이라 더 넉넉한 자리배치가 가능하기도 했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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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수업을 함께한 학생들, 어른선생님들, 저의 소감은 다음 글에 이어집니다!
/ 서울교대 교육연극지도교사 양성과정을 수료하고 적는 글입니다. 제가 기록한 내용들이 모두 교육연극의 정설이나 정답이 아닐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