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연극을 배우다 15] 교육연극으로 수업해요-실전편(feat.늑대가 들려주는 아기 돼지 삼 형제 이야기)
지난 이야기( [교육연극을 배우다 14] 교육연극으로 수업해요-준비편(feat.인간척도X핫시팅))에서 이어집니다.
열심히 수업 준비 했으니, 이제 실전이다!
학생들과 연극배움을 할 때의 약속은 3가지로 정했다.
①친구를 통해 배워요
-연극을 하면 학생들이 자기가 표현하는 것에만 집중하느라 친구들의 것을 잘 감상 못 할 때가 있기에, 친구들이 표현하는 것 진지하게 감상하고 경청하기를 약속했다.
②상상력이 중요해요
-먼저는 자신이 표현해야하는 역할에 대해 ‘이 역할이라면 어떻게 할지..’ 상상력이 필요하고, 선생님이 역할에 참여(Teacher In Role)하게 되므로, 안경을 쓰면 선생님, 벗으면 다른 사람이 된다는 약속도 함께 했다.
③비밀을 잘 지켜요
-역할에서 나만 알게 되는 비밀이나, 다른 친구들의 비밀 잘 지키기!
학습문제는 국어 수업 중 ‘의견이 적절한지 판단하여 봅시다.’였다.
2. [몸풀기게임] 늑대/첫째돼지/막내돼지 디비디비딥
-두 줄 세우기
-기존 디비디비딥 놀이 방법 확인
-늑대 / 첫째돼지 / 막내돼지 동작 정하기
-규칙 알려주고 신나게 놀이
학생들을 두 줄로 만들고, 학생들이 기존에 알고 있는 디비디비딥 놀이 방법과 동작을 확인 (몸으로 하는 가위바위보 같은 놀이이죠!) 하고, 이번 디비디비딥은 늑대 / 첫째돼지 / 막내돼지에 어울리는 동작으로 할 것임을 알려준다. (동작은 교사가 제시해도, 학생들이랑 함께 정해도 OK)
규칙 (늑대 >막내돼지/ 막내돼지 > 첫째돼지(동생이라 봐준다는 컨셉) /첫째돼지 > 늑대) 을 설명해주고 신나게 놀이한다.
“놀이의 등장인물들로 보았을 때
오늘 무슨 이야기를 가지고 함께 배울 것 같나요?”
=> [이야기소개]아기 돼지 삼형제
-아이들이 알고 있는 기존의 이야기 줄거리를 간단히 정리
....를 간단히 하는 것이 원래 계획이었다. 그런데 ‘늑대가 들려주는 아기돼지 삼형제 이야기’ 책을 아는 학생들이 그 책 이야기를 슬금슬금 꺼낸다.
..... 흠....
사실 뒤에 이어지는 핫시팅 활동에서 늑대의 성격을 저 책에서 가지고 온 것이기에, 나름의 반전이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이미 알고 있는 학생들이 있고, 반면에 안 읽어본 학생들의 머리 위에 뜬 물음표???를 확인하고 나니, 이대로 수업을 할 수는 없었다.
이렇게 된 거, 학생들의 정보격차를 없애기 위해아예 동화책을 읽어주기로 했다.
3. [인간척도1]늑대는 유죄?
-늑대가 잘못이 있는지, 없는지 인간척도 서보기.
“자, 이제 늑대의 재판이 열린다고 해요.
동네 주민인 여러분들도 재판에 참여할 거예요.
여러분은 늑대가 잘못했다고 생각하나요?”
이제 슬슬 아이들을 드라마 속으로 초대한다. 늑대와 돼지와 함께 살고 있는 동네 주민이라는 역할을 주었다. 실제 재판 과정을 완전히 반영하여 수업을 준비하지 못한 것이 지금 생각하면 아쉽지만, 그래도 학생들이 더 잘 빠져들도록 돕기 위해 재판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교실 가운데를 중립, 0점으로. 교실 오른쪽은 늑대가 잘못했다는 쪽, 교실 왼쪽은 늑대는 잘못이 없다는 쪽으로 나눈다. 하지만 단순히 양자택일의 상황으로만 두는 것이 아니라 점수를 매겨본다. 자신이 생각했을 때 ‘얼마나 잘못했는지 / 잘못이 없는지’ 자신만의 점수를 매겨보고 그 점수에 해당하는 위치라고 생각하는 곳에 서본다.
학생들이 다 서고 나면, 점수를 확인하며 이유를 들어본다. 시간 관계상 다 들어볼 수는 없지만 나름 고르게, 가장 끝에 있는 학생들, 가운데 학생들, 애매한 학생들의 이야기를 골고루 들어보았다.
그런데 학생들의 분포가 내 예상과 다르다.원래는 늑대가 나빴다!라고 생각을 많이 할 것 같아서 핫시팅에서 늑대가 변명을 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 전 활동에서 계획과 다르게 동화책을 읽어줘버린 탓에 많은 학생들이 늑대는 잘못이 없다는 쪽에 서있는 것이다. 원래는 늑대의 핫시팅만을 준비했었는데... 머리 속에서 급하게 계획을 수정한다.학생들은 자신이 점수 매긴 그 자리에 앉아 다음 활동을 준비한다.
4. [핫시팅준비하기]동네에 도는 소문
“곧 재판을 하게 될 텐데,
늑대가 잘못을 했는지 아닌지 확인하기 위해서
돼지쪽과 늑대쪽에 어떤 질문을 하면 좋을지 생각해보아요.”
학생들이 질문을 준비하는 시간이고, 동시에 나도 ‘교사’의 역할이 아니라 핫시팅 속의 역할을 준비해야 하는 시간이다. 나도 시간을 벌고, 학생들도 조금 더 상황에 빠져들어 생각을 할 수 있도록 종이 몇 장을 준비했다. 동네에서 돼지, 늑대가 이런 상황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는 종이였다.
학생들은 현재 인간척도 점수에 따라 앉아있기에, 누구에게 유리한 소문을 학생들이 앉아있는 분포의 어느 쪽에 먼저 줄 지도 나름 재미있는 고민이었다.
5. [핫시팅] (1)돼지 변호사 (2)늑대
-(급 투입)돼지변호사 핫시팅
-늑대 핫시팅
나는 역할을 입어 핫시팅을 해야하므로, 사회자는 우리 반 사회 전문가 회장이를 미리 섭외해두었다. 나(돼지 변호사, 늑대)를 소개하고, 학급 회의의 경험을 살려 학생들이 골고루 질문할 수 있도록 발언권을 주는 역할을 맡아달라고 했다.
급하게 수정한 계획 대로, 나는 ‘돼지 변호사’로 먼저 등장한다. 학생들과 약속한 대로, 안경을 벗었으니 이제 나는 ‘선생 이서로’가 아니다. 조금 멋있어 보이는 검정코트를 입고, 서류가방처럼 생긴 가방을 들고 어깨를 딱 피고 걸어가 학생들 앞에 놓여진 의자에 앉는다.진지한 눈빛으로 학생들의 질문을 듣는다. 늑대 편에 선 학생들이 돼지의 잘못을 토로하듯 돼지를 탓한다. 나는 진지하게 답변한다.
“여러분 지금 늑대에게 속고 있는 것 아닙니까?
돼지가 정말 그랬겠어요?
여러분들이 모르시는 것이 있는 것 같습니다.“
학생들이 슬슬 헷갈리도록 분위기를 만든다.처음에 돼지를 원망하며 질문을 시작했던 학생들의 눈빛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퇴장을 한 후 잠시 들어가 옷을 갈아입었다.(교사 책상 위에 폴더매트를 세워 살짝 가렸다.) 약간은 껄렁(?)해보이는 상의에 야구모자를 눌러쓴다. 주눅들은 구부정한 자세로 눈치를 보며 뜨거운 의자에 앉는다. 방금 전에 돼지 변호사의 말을 듣고 힘을 얻은 돼지 편에 있던 학생들이 이번에는 늑대를 마구 탓한다. 하지만 뺀질~뺀질하게 늑대의 상황을 전한다.
“돼지가 그동안 얼마나 교묘하게 나를 괴롭혔는지 아세요?
할머니를 욕했다니까요! 와, 여러분이라면 화 안 나겠어요?
봐봐, 지금 눈빛 흔들린 거 봤어요.
여러분, 저 억울합니다.”
마지막까지“저 정말 잘못 없어요!”마지막으로 외치며 퇴장한다.
학생들의 불안한 눈빛, 술렁이는 분위기.
이번 핫시팅, 성공이다!
6. [인간척도2]늑대는 정말 유죄?
“자 두쪽의 이야기를 다 들어보았으니,
최종 판결을 해보아야겠지요?”
안경을 다시 쓰고 교사 이서로로 돌아와 수업을 진행한다. 다시 한 번 늑대가 유죄라고 생각하는지 인간척도를 해보았다. 학생들의 이동이 극적으로 많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움직인 학생들은 대체적으로 중도에 가까워졌다.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학생들은 처음에 “당연히유죄지!” 혹은 “당연히잘못이 없지!” 라고 단순하게 생각했다가 핫시팅을 거치며 ‘그래도 조금은 잘못이 있는 것 같아서..’, ‘잘못은 했지만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도 있었으니까...’ 생각하며 한 두 점씩이라도 0점에 가깝게 움직였다. 헷갈리다보니 오히려 그냥 0점, 중간지대를 선택한 학생들도 늘었다.
7. [정리하기]
엮었던 교과서 내용을 훑어보고 오늘 수업의 소감을 들으며 마무리했다.
<돌아보며>
와, 수업을 하면서 일단 내가 정말 재밌었다. 사실 수업을 하기 전에는 무지 긴장했다. ‘늑대...’동화책을 가지고 비슷한 수업을 전년도에도 했던 적이 있고, 교육연극을 함께 배우는 선생님들과 수업을 해보기도 했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떨리고 에너지를 많이 써야 했다. 그래도 막상 시작하니 너무나 재미있었다. 순수한 우리 아이들의 눈빛을 흔들리는 모습을 볼 때! 핫시팅을 준비한 나로서는 정말 짜릿한 순간이었다.
그렇지만 ‘교육연극을 경험해보는 것’ 이상으로 아이들의 마음에 깊게 남겨둘만한 질문을 가지고 이 수업을 준비했는가? 스스로 물었을 때는 조금 아쉬움이 남는다. 그래도 역시 이 동화책은 ‘여러가지 관점’, ‘의견의 적절성 판단하기’ 등으로 사용하기에는 참 좋은 소재라고 생각한다. 아이들이 자신만의 판단을 내려보고, 이를 합리화하고 또 생각을 수정해나가는 경험을 해보는 데에 교육연극이 참 의미있다는 생각도 다시 한 번 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