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연극을 배우다 14] 교육연극으로 수업해요-준비편(feat.인간척도X핫시팅)
나의 임상장학 마지막 해였던 2017년, 1년 동안 배우고 있는 교육연극으로 임상장학 수업을 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임상장학을 하기 전 교실의 학생들이 교육연극과 조금 더 익숙해지도록 하는 것이 이 수업을 하는 일차적인 목표였다. 교육연극지도자과정을 배우며 동료 선생님들과 함께 과제로 구성해보았던 수업을 토대로 하였고, 시수 확보를 위해 국어에서 ‘의견이 적절한지 판단하여 보자’는 내용을 엮어 수업을 재구성했다.
수업을 시작하면서 활발하고 즐거운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이야기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을 가지고 디비디비딥 게임을 할 것이다. 학생들이 기존에 알고 있는 ‘아기돼지 삼 형제’이야기를 상기시키고 늑대가 잘못한 것인지 아닌지 [인간척도]활동을 통해 자기 나름의 점수를 매긴다. 그리고 나서 학생들이 자신의 결정이 정말 타당한지 고민해볼 수 있도록 ‘늑대가 들려주는 아기돼지 삼 형제 이야기’(저자 존 셰스카, 보림출판사)의 내용에 따라 늑대의 입장에서 준비한 [핫시팅 활동]을 한다. 핫시팅을 하기 전 학생들은 질문을 생각해보고, 교사도 살짝 분장(?)을 하기 위해 동네에 도는 소문이라며 글로 적어둔 돼지와 늑대의 입장을 나누어주며 준비시간을 갖는다. 늑대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핫시팅 활동을 한 후, 다시 한 번 [인간척도]를 하며 학생들의 생각에 변화가 있었는지 확인하고 정리한다.
*2교시 블록타임으로 진행하였고, 실제 수업에서 정리할 때는 교과서의 한 부분과 엮어서 했었으나, 교육연극 수업을 소개하는 데에는 큰 상관이 없어서 그 부분은 생략했습니다.
*오늘의 Tip!
오늘 수업에 활용 된 교육 연극 기법 두 가지, ‘인간척도’와 ‘핫시팅’을 소개합니다!
1. 인간척도
수업을 하면서 학생들에게 문제를 제시할 때 우리는 쉽게 ‘찬성/반대’나 ‘O/X’의 선택지를 만들곤 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일상에서 겪는 문제들은 그렇게 단순하게 답할 수 없는 경우들이 많지요. ‘인간척도’ 활동은 그런 문제들에 대해 내가 어느 스펙트럼 위에 있는지 결정해보는 활동이에요. 완전히 그런 것도, 안 그런 것도 아닐 수도 있는나의 생각에 점수를 매겨보고, 그 이유를 고민해보는 과정이 정말 중요합니다. 물론 학생들이 자신이 선택한 점수의 이유를 이야기해보도록 하는 것에 시간을 많이 쓰게 되지요.
인간척도는 수업 초반부와 후반부, 두 번 해보는 것도 아주 좋아요! 오늘 수업에서는 핫시팅 활동을 하기 전 후에 ‘인간척도’ 활동을 배치했지요. 이렇게 한다면 학생들의 생각의 변화를 살필 수 있어요. 다만, 이런 경우 교사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극적인 효과가 일어나길 바라게 되기 때문에 학생들이 큰 이동을 해야지만 수업을 잘 했다고 생각하기도 해요. 하지만 크고 극적인 변화만이 변화는 아닙니다. 단 1점만큼의 이동을 하거나 그 자리에 그대로 버티고 있는 학생들도 나름의 이유가 있을 거예요. 그 이유를 들어보는 것이 역시나 중요합니다.
(TMI: 인간척도를 배우면서 이번에도 ‘눈치를 많이 보는 나’의 모습을 만나게 되었어요. 저는 평소에 입장표명을 잘 하지 않습니다. 뉴스를 볼 때도 사람들의 반응이나, 댓글에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고요. 그러다보니 언젠가는 ‘내가 하는 말이 내 생각이 아니라 인터넷에서 본, 사람들의 공감을 산 이야기였구나.’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저의 결정에 자신이 없는 제게, 인간척도 활동은 정말 불편한 활동이었어요. 그래도 이렇게 결정을 연습하는 것이 아주 중요하고, 필요한 처방이라는 생각도 동시에 했답니다.)
2. 핫시팅
교육연극에 조금이나마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많이 들어보셨을 핫시팅!입니다. 이야기 속 인물을 불러내어, 의자(핫시팅)에 앉혀 이야기를 나누는 기법이지요. 저도 교육연극을 배우기 전에, 인**쿨에서 누군가 재구성한 수업안을 보고 핫시팅을 시도했던 적이 있어서 배우면서 반가웠던 기억이 나요. 교육연극을 배우기 전에는, 아무래도 학생들이 직접 참여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초반에 감을 잡도록 한 번 보여주는 하는 정도만 하고, 학생들이 직접 핫시팅 의자에 앉도록 했었어요.
하지만 핫시팅은 말 그대로 뜨거운 의자, 즉 앉아 있기 불편하고 쉽지 않은 자리라는 것을 교육연극을 배우면서 알게 되었어요. 제가 공부할 때 교수님은 캐릭터 성격에 맞게 옷도 간단하게나마 갖춰 입으시고, 사투리까지 구사하시면서 그 캐릭터를 완전 구현해내셨어요! 더 신기한 것은 말을 많이 하지 않으셨다는 거예요. 캐릭터 성격 상 구구절절 설명하는 게 어울리지 않았거든요. 잘못을 지적하는 이야기에도 쿨하게 사과할 것은 사과하고, 심지어는 ‘더 할말이 없다’는 이야기까지도 하시더라고요.(아니! 난 답이 궁금한데 왜 할말이 없어!)그러다가 질문이 깊어질 때 쯤 자기 얘기를 살짝 풀어놓으시고 당신이라면 어떻게 하겠냐고, 역질문을 던지시기도 하더라고요.
핫시팅은 질문과 답을 한다는 점에서 인터뷰와도 유사합니다. 하지만 의자에 앉은 사람이 ‘무슨 답을 하느냐’가 매우 중요한 인터뷰와는 달리, 핫시팅 활동을 포함한 드라마 수업에서는 답.정(답은 정해져있다)보다는 참여자들의 다양한 생각을 촉진시키는 것이 중요합니다.따라서 너무 딱부러지는 답을 하는 것보다도 참여자들이 생각해볼만한 거리를 던져줄 수 있도록 모호하게 대답하거나, 질문을 되돌려주는 것이 더 좋을 때도 있다고 해요.
핫시팅을 준비하면서 다시 교수님의 모습을 떠올려보았을 때, ‘나라면 저렇게 기다릴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학생들이 어떤 질문을 할지도 모르는데, 저 같으면 억지스럽게 엮어서라도 제가 하고 싶은 얘기를 급하게 풀어놨을 것 같았거든요. 충분히 고민하고 준비할 시간이 있는 교사인 저에게도 핫시팅은 참 긴장되고 쉽지 않은 시간이었어요.
교수님께서도 드라마 수업에서 이야기와 인물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지 않은 학생들이 직접 의자에 앉는 것은 조심스럽다고 하셨습니다. 교사가 직접 연기하기 어렵거나, 참여자들이 인물에 대해 더 진지하게 고민해볼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빈 의자에 대상이 있다고 가정하고 질문을 해보는 빈 의자 기법(Empty chair)을 활용하는 것도 추천해주셨답니다.
두근두근, 실제 수업 이야기는 다음 글에서 이어집니다:)
/ 서울교대 교육연극지도교사 양성과정을 수료하고 적는 글입니다. 제가 기록한 내용들이 모두 교육연극의 정설이나 정답이 아닐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