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일기]예쁘지 않은 꽃은 없다
'예쁘지 않은 꽃은 없다'
(이창희 시, 백창우 곡)
episode1. 3월 2일 첫날
페이스북에서 본 한 멋진 선생님의 교단일기가 참 좋아보여,
작년부터 이 노래를 불러주며 교실을 열고 있습니다.
멋진 선생님께서는 첫 날부터 아이들의 이름을 하나 하나 넣어 노래를 불러준다고 하시더라구요.
작년에는.... 그냥 이 노래만 불러주면서 일년을 열었었는데
올해는, 나도 한 번 아이들의 이름을 불러볼까, 마음을 먹었습니다.
3월 2일 첫 날,
1교시를 시작하는 9시 종이 치고,
저는 기타를 잡고, 교실 앞에 준비해둔 의자에 앉아 노래를 시작하였습니다.
처음에는 원곡을 그대로 불렀습니다.
대단한 실력은 아니지만 기타를 꺼내 들었다는 것만으로도
와! 우리 선생님 최고다! 반응해주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그래.. 올해도 좋은 시작을 하는구나, 생각했..................었지만 곧 아이들의 이름을 넣은 노래에서 무너지기 시작했습니다.
(1) 오랜만에 기타를 치는 주제에 그동안 하던 가닥을 믿고 갔더니 코드를 읽고 연주하는 것이 엄청 버벅거림.
(2) 아이들 이름이 아직 입에 안 익었음.
진짜 멋있게 하려면 눈을 마주치며 불러야 할 것 같은데 코드 보느라, 자리표에 아이들 이름 읽느라, 눈 마주치느라 버벅버벅 버퍼링이 오래 갔습니다.
(3) 무엇보다도... 오글거림......!!!!
동요를 부르는 것까지야 원래 좋아라 하지만,
제가 원래도 아이들에게 애정표현이나, 감사표현을 굉장히 쑥스러워 하는 교사였다는 것을 잊고 있었습니다..ㅠㅠ
처음 본 아이들에게 눈 마주치면서 '너 예뻐'라고 할 용기가 제게는 없었던 것이지요....
그래도 이 곡을 시작으로, '매주 한 곡씩 노래를 배워보자'라는 작은 목표를 가지고 흥겨운 교실살이를 이어가고 있답니다.
그리고 이 노래는 그저 '지나간 한 주의 노래'로 남는 줄만 알았습니다.
episode2. 5월, 어버이날을 준비하며
5월 초, 어버이날을 준비하며 어떤 것들을 할까.. 고민을 하던 차였어요.
역시나 페이스북;을 보다보니 학생들이 꽃을 접지 않아도 부모님께 예쁜 꽃을 전해줄 수 있는 방법이 있음을 알게되었습니다.
다음날 바로 학교 자료실에서 부직포와 글루건을 받아, 뚝딱뚝딱 물건을 만들었습니다.
(아이들의 얼굴을 올릴 수는 없어... 어색한 표정의 제 사진으로 대체합니다.
저희반은 아이들 사진 인화와, 부모님께 사진 전송해드리는 것까지만 동의를 받았거든요.
정신없는 교실 모습은 조금 많이 부끄럽네요. 하하;)
한 명씩 나와서 '가족들에게 보여드릴 표정과 포즈'를 지어보라 설명하며 사진을 찍었습니다.
사진을 다 찍고 핸드폰 속의 사진들을 다시 보는데
평소에 사진찍는다고 하면 표정을 잘 짓지 못하던 아이들도,
가족을 생각해서 그런지 너무나 밝은 표정으로 사진이 잘 찍혔더라구요.
사진 속 한명 한 명의 모습을 보면서,
'예쁘지 않은 꽃은 없다' 노래가 다시 떠올랐습니다.
원래 이번 이벤트는 부모님께 모바일로 개인 사진을 보내드리는 것으로 끝내려고 했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의 너무 예쁜 모습에 감동되어 버렸어요.
ppt로 간단히(라고 쓰지만 사실 엄청 버벅이면서;) 아이들 사진의 배경을 지우고 위치를 잡아 인화용지에 사진을 뽑았습니다.
그리고 제 마음에 반복해서 흐르던 그 노랫말을, 정성들여 써주었습니다.
말로 마음을 전하는 것이 제게 참 어려웠지만
이렇게 글로 적어주니 훨씬 낫더라구요.
'예쁘지 않은 꽃은 없다.'
정신 없는 하루하루를 보내다보면 자주 잊습니다.
이렇게 노래가사를 적은 사진을 옆에 두면서
첫 날 아이들을 만나던 그 떨리던 마음을,
그리고 아이들에게 진심어린 마음으로 고백했던 그 마음을 다시 기억해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