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연극을 배우다04] 몸을 움직이며 알게 된 나
* 1년 과정 중 1학기 화요일마다 들었던 Creative Drama 수업에서는 매주 ‘성찰일지’를 써보는 과제가 있었습니다. 미루어봤자 까먹는다는 것을 알아서, 아니 사실 수업을 듣고 나서는 항상 너무 재밌고 신나서! 감동을 정리하고 싶은 마음에 집에 돌아가는 지하철에 앉아 블루투스 키보드를 꺼내 일지를 쓰곤 했었지요. 간혹, 남편님이 차로 데리러 와주는 날에는 구구절절 이야기 나누며 더 깊게 이야기를 이어갔고, 집에 들어가자 마자 일지를 쓰고 늦은 밤 잠들곤 했구요. 2017년 3월 7일 작성했던 일지를 다시 돌아보며 글을 써보려 합니다.
<조각가와 찰흙 활동>
짝꿍과 번갈아가며, 조각가와 찰흙이 되는 활동을 했다.
그런데, 음... 이상하다.
내가 조각을 할 때는 유난히 엄청 조각이 빨리 끝나버린다. 남들은 한창 조각중인데..
나는 왜 이렇게 빨리 끝나지? 그저 내가 표현하고자 하는 동작이 단순해서 그랬던 걸까?
둘이서 하기에 딱 좋은 활동이기에, 짝활동을 한 것이지만, 활동을 마치고 짝과 나의 모습을 비교하면서 더 깊이 생각을 해보게 된다. 짝꿍은 나를 조각하러 다가왔다가도, 멀리서 나를 다시 좀 보고, 더 디테일한 모습도 조각하곤 했다. 하지만 나는 조각가일 때, 조각을 하면서 짝꿍의 ‘표정’을 살폈다. 찰흙인 짝꿍이, 내가 빚고자하는 동작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이는가, 눈치를 봤던 것이다.사실... 두 번째 실로 조각을 빚을 때에는, 원하는 모습이 완벽하게 안 나왔음에도 두어번 실을 움직여도 원하는 대로 안 되니까 그냥 대충 이정도면 되겠다고 타협을 했었다. 아, 그러니 조각이 빨리 끝났던 것이다.
내가 왜 그랬을까? 짝꿍이 인상도 참 좋고, 그나마 안면이 있었던지라 불편하지 않은 상대라고 생각했는데.. 나는 왜 눈치를 봤을까?
활동을 마무리하면서, 교수님은 “조각가로 있는 것이 좋았는지, 찰흙으로 있는 것이 좋았는지?” 질문을 하셨다. 나는 찰흙이 좋았다.하지만 짝꿍은, 조각가가 더 재미있었단다. 내가 찰흙이 좋았던 이유는, ‘그냥 시키는 대로 하면 되니까’ 편해서 좋았다.편했던 것은 거짓이 아닌데, 그게 내가 눈치봐서 행동한 것이었다면, 그게 진짜 편했던 것일까? 그 답이 진짜 나다운 답일까?
나는 왜 시키는 것, 표현하는 것이 불편했을까? 결과물에 대한 자신이 없어서? 음.... 그것도 맞는 것 같다. 사실, 딱히 꼭 표현하고자 하는 것이 구체적으로 떠오르지 않았다. 대략 표현할 것을 마음으로 정하긴 했지만 그게 그렇게 꼭 멋진 모습이라고 생각이 들진 않았던 것이다. 그러다보니 내가 무엇을 표현하고자 하는가 보다도 사람들의 평가가 더 신경쓰였다. SNS에 글을 올릴 때가 생각난다. 내가 기억하고 싶은 순간을 남기는 것 자체에 의미를 두는 것보다, 누가 얼마나 반응을 해주는가에 더 집착하는 나의 모습과 오늘 조각상을 만들 때의 나의 모습이 겹쳐 보인다.
내 행동의 이유를 파고 들어가보니 나오는 것이 ‘눈치보는 나’라니...허허. 끝이 씁쓸하고, 아직 모든 질문에 답이 내려지지 않는다. 그래도, 이런 나를 더 알고 싶어서 공부하러 왔던 것이니. 또, 다음 수업을 기대한다.
<조각가와 찰흙> 활동 Tip!
-활동 방법
-실제 수업에서 ‘조각가와 찰흙’ 활동을 하기 전에‘조각상 이어붙이기’를 먼저 했었어요.
조각상 이어붙이기는 A, B 두 사람이 짝꿍이 되어 악수하는 자세로 활동을 시작합니다. 먼저 A가 악수하던 상태로 얼음! 멈춰서 조각상이 되면, B는 A의 동작을 보고 생각나는 동작을 해요. B가 멈추면, 다시 A가 B를 보고 릴레이로 동작을 이어갑니다. 작품을 만들어 다른 이들에게 보여주는 성격이 강한 ‘조각가와 찰흙’과는 다르게 <조각상 이어붙이기>는 동시다발적으로 함께 활동을 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서 자유로울 수 있어서, 저처럼 눈치보는 성향이 남아있는 사람에게는^^; 몸풀기 활동으로 아주 좋았답니다:)
-조각을 한 후에 감상활동
-이 때! 감상하는 사람의 느낌을 이야기하는 것이지, 조각가의 의도는 묻지 않아요.교육연극에서는 표현하는 사람의 의도를 맞히는 것이 중요하지 않다고 해요. 미술 관에서 미술 작품을 볼 때, 작가가 의도를 다 일일이 설명해주지 않는 것처럼요. 이처럼‘정답을 찾아서 대답하지 않고’ ‘자유롭게 느끼고 체험하며’ ‘다양한 해석이 인정 되는’것이 교육연극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였어요.
하지만 저도 이 조각상 활동을 수업에서 다른 활동이랑 접목시켜 할 때에는, 원래 방식과는 달리 답이 있는 활동이 되는 경우도 많았어요.(감정카드 골라서 감정 조각상 만들기, 이야기 읽고 조각상으로 표현하기 등) ‘답을 찾지 않는 수업’은 예술수업 그 자체로는 의미가 있지만 활용하기는 참 어렵습니다.아이들도 답을 찾는 것에 익숙해서 조각상으로 멈춰있다가도 자기들이 표현했던 것을 누군가 답으로 이야기하면 슬렁슬렁 움직이기 시작하지요. 어떤 목표로 이 활동을 하고자 하느냐, 교사의 고민이 필요한 부분인 것 같아요.
/ 서울교대 교육연극지도교사 양성과정을 수료하고 적는 글입니다. 제가 기록한 내용들이 모두 교육연극의 정설이나 정답이 아닐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