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캘리그라피로 교실을 채우다.
안녕하세요. 이서로입니다.
교육연극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소개드렸는데, 다른 이야기로 먼저 에듀콜라에 인사드립니다^_^
이번 3월은, 제게는 담임으로서 '2번째' 3월이었습니다.
이런 저런 연수, 페이스북과 블로그에 올려주시는 여러 선생님들의 체계적인 자료와 소소한 꿀팁! 들춰봤던 책들을 기웃기웃 거리며 '첫만남'을 열심히 준비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자료!
제가 '작년 첫만남'을 기록해뒀던 자료들을 다시 열어봅니다.
'그래, 이 활동은 아이들이 즐거워했었지.'
'그래, 이게 아이들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어.'
정말 막연하고, 떨리는 마음으로 첫 담임을 준비했던 그 기록을 돌아봅니다.
역시 내가 직접 해봐야 손에도, 입에도 붙는다고요.
비록 한 해짜리 자료이지만, 다른 어떤 선생님들의 활동보다도, 내가 해봤던 그 경험들이 참 큰 힘이 됩니다.
그. 런. 데.
'으잉, 작년에 이런 걸 했었어???'
싶은 기록들도 있습니다.
분명 저의 일지 속에 있는 활동이고, USB 속에는 활동을 안내했던 PPT까지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 기억속에는 그 활동들은 흐릿해져있습니다.
아마 다른 선생님들의 이야기 속에서 정말 '좋아보여서' 우리 교실에도 '해 보았던' 활동들이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일년동안 반복해서 이야기하지 못해서, 그냥 1회성 활동으로 지나가버린 활동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그래서, 올해는 기록을 남겨두려고 합니다.
일지도, 저의 블로그에도 아닌 교실에요!
우리가 기억했으면 좋겠는 이야기들, 우리가 함께 내린 소중한 한 마디들.
계속 계속 보고, 기억하고, 우리의 삶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요!
물론 깔끔하게 컴퓨터도 프린트해도 좋지만, 컴퓨터 활자에 익숙한 우리 아이들에게
그동안 사알짝 취미로 혼자서 끄적거리던 '캘리그라피'로 쓴 글씨를 선물합니다.
문구점을 지날 때마다 한 장 한 장 구입해두고 쓸 줄 몰랐던 이쁜 종이들,
그리고 하나하나 모아두었던 여러 펜들을 꺼내놓습니다. 그리고, 씁니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정현종, '방문객')
아이들을 처음 만난 3월 2일, 칠판에 써둔 시 입니다.
지나고 나서도 그 첫 날을 기억하고 싶은 마음에, 종이에 써두었습니다.
이 시를 읽고 나서는, 아이들과 인생그래프그리기 활동을 했습니다.(*서준호선생님의 책, 마음흔들기 참고)
인생그래프 그리기 활동으로 넘어가는 동기유발로도 아주아주 훌륭했습니다!^^
* 예쁘지 않은 꽃은 없다.(이창희 시, 백창우 곡)
(워터브러시와 수채화물감으로 썼습니다.)
3월 둘째날, 아이들과 함께 처음으로 불러 본 노래입니다.
(*이 노래를 부르리라 결정했던 것도 한승모 선생님 외 여러 선생님의 페이스북을 보며 마음 먹었습니다.)
원래 모르던 노래였는데, 가사가 참 곱씹을 수록 예뻐서 아이들과 함께 나누고 싶었습니다!
이미 이 곡을 알고 있는 학생들도 많이 있더라고요. 기타로 뚱가뚱가 반주하며 아이들과 함께 불렀습니다.
노래를 부르고 나서는 학생들이 알고 있는 꽃 이름, 좋아하는 꽃들을 물어봤습니다.
해바라기처럼 키가 큰 꽃도, 민들레처럼 키가 작은 꽃도 모두 예쁘다고,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저희 반에는 유난히 전학생이 많았는데요(무려 5명!) 날이 풀리면 학교 곳곳에 예쁜 꽃들이 많이 필거라고, 기대도 심어주었습니다:)
*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나태주, '풀꽃')
이미 캘리그라피로 많이 쓰여져서, 작년에는 다른 분께서 쓰신 시를 교실에 뽑아서 붙여두기도 했었는데,
이번엔 제 글씨로 써보았습니다.
아래쪽 작은 새싹들은 우리반 아이들 수만큼 18개를 그려놓았습니다.
*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
아래쪽 작은 코멘트로, 3월 3일의 약속이라고 적혀있지요?
아이들을 만난 두번째 날, '내가 원하는 친구', '내가 원하는 선생님'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습니다.(이것도.. 정말 수 많은 선생님들의 활동을 참고하였던 수업이었네요..! 모두 감사합니다 ㅠ_ㅠ)
포스트잇을 나누어주고,
내가 원하는 친구는 3가지씩, (시간이 없어서) 내가 원하는 선생님은 1가지 씩 적어보았습니다.
비슷한 의견은 모아보기도 하고, 여러 의견들이 나왔음을 다 이야기 나눈 후에,
'혹시, 여기 나온 이야기들을 다 갖춘 사람이 우리반에 있는지?' 물어보았습니다. 역시나 없다고 하지요.
마찬가지로 선생님도, 여러분이 원하는 모습을 위해서 노력하겠지만, 완벽할 수는 없다고.
그런 우리에게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 이야기해주자 했습니다.
그리고, 그 때의 약속을 기억하기 위해서 적어두었습니다^_^
* 너는 특별하단다(맥스루카도)
아이들에게 처음 읽어준 동화책 제목이네요. (동화책 원제는 너는 특별하단다 인데...왜 넌 특별하단다로 적었을까요?;;)
저는 작은 학교에 근무하고 있습니다. 한 학년에 거의 한 반 정도이지요.
그래서 새학기임에도 불구하고, 낯선 것은 담임 뿐.. 아이들은 서로가 새롭지 않습니다.
이미 오래 보아온 친구들을 서로에게 가지고 있는 '이미지'로 친구들을 보아올 때가 참 많습니다.
그래서 초반부터 참, 서로를 구박하는 말, '원래 그렇다'는 말이 참 많이 들리더라고요.
그래서 선택한 동화입니다. 처음부터 쭈욱~ 읽어주다가
점표가 가득 붙은 펀치넬로가, 자기 스스로를 못났다고 부정하는 장면에서 이야기를 끊었습니다.
동화 속에서는, 펀치넬로 개인이 자신의 자존감을 찾으면서 스티커가 떨어지기 시작하는 것으로 이야기가 끝나지만,
지금 우리 반 학생들에게는, 서로가 서로에게 별표와 점표를 붙이지 말자는 것에 이야기의 초점을 두고 싶었거든요.
펀치넬로가 어떤 기분인 것 같냐고,
펀치넬로랑 비슷한 기분을 느껴본 적 있는 사람 있냐고,
그러면, 혹시 이렇게 별표나 점표를 붙이는 모습이, 우리 교실에도 있지 않냐고, 물었습니다.
너무 대놓고 교훈적으로 다가가서인가, 아이들은 방어할 구석을 찾는 것 같았습니다.
심지어는 한 친구가 이야기하더라구요.
"저는 점표가 삼백개정도 붙어도 상관없어요. 저는 이미 익숙하거든요."
너무너무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치만 아이들은 저만큼 마음 아파하지 않는 것 같았습니다.
동화책 읽고 이야기 나누는 그 시간에는, 제 의도가 아이들에게 잘 전달된 것 같지는 않습니다.
(전문용어로, '이 수업 망했다'고 하죠...^^;)
그만큼 저는 더 기억하고, 기억하며 아이들의 삶 속으로 들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캘리그라피에 덧붙였습니다. '정말. 진짜. 트루.')
*수고했어 오늘도(옥상달빛)
우리반 공식 엔딩곡, '수고했어 오늘도'입니다!
오늘의 음잡이(하고싶은 학생이나, 그 날 특별히 MVP로 뽑고 싶은 학생들이 하는 것으로 시작했는데, 결국 다 도라가면서 하고 있어요~!)가 '도미솔도-' 음을 잡으면
다 함께 노래의 후렴부분(캘리로 쓴 부분)을 부르고, 감사합니다. 인사합니다.
그리고 교실을 나서며 한 명씩, 다시 저와 하이파이브, E.T, 악수, 포옹 등의 인사를 하고 집에 갑니다:-)
*놀이의 고수(정유진선생님, 학급운영시스템)
저는 원체, 승부욕이 참 강합니다.
그리고 저희 반 아이들도 그렇습니다.
그래서 놀이에서 이기는 것보다 중요한 것,
놀이를 하면서 기억해야 하는 규칙들을 잘 정리해두신 정유진선생님의 자료가 참 유용했습니다!
아이들이 잘 볼 수 있는 자리에 붙여놓고, 계속 반복해서 기억하려고 합니다^^
3. 어디에 붙이지?
처음 캘리를 쓰고 온 날에는, 칠판 위에 붙여두었습니다.
그런데 수업 중 아이들의 집중을 방해할 것 같습니다.
뒤쪽 게시판으로 보냈습니다.
그래서 교실 뒤 게시판으로 보냈습니다.
그런데 뒷 게시판은 아이들 작품이 들어갈 자리인데.. 빼앗는 것 같아 마음이 불편합니다...
(그리고 종이에 구멍을 뚫는데...... 마음이 너무 아팠습니다. ㅠㅜ 종이덕후입니다..)
최종적으로 정한 자리입니다. 교실 뒷문 옆 창가입니다^^
나무로 된 창틀에 장구핀을 박고, 지끈을 묶어 연결합니다.
그리고 다*소에서 구입해두었던 알록달록 집게들로 걸어주었습니다.
그리고 놀이의 규칙은, 아이들이 자주 노는 '매트 공간'뒤에 두었습니다.
*교실 속 캘리의 효과
1. 수업을 마치고, 중요하게 기억해야 될 것들을 되돌아볼 수 있다.
(특히, 스쳐 지나갈 수 있는 '처음' 했던 순간들의 기록을 남겨둔 것이 뿌듯하네요.)
2. 이 기록들을 다시 활용하여서 우리반의 소중한 약속과 경험들을 상기시키는 데에 활용할 수 있다.
3. 교실이 예뻐진다.....♥
4. 교실에 들르는 학생들과 다른 분들의 칭찬으로 교사의 자존감이 높아진다...ㅎㅎ;
캘리그라피로 채울 교실, 앞으로도 종종 이야기 들려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