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우먼은 못 하겠다]1. 복직준비, 어린이집 (부제: 보낼 수 없어 보내고 싶은데 그런 슬픈 기분인걸) (12개월)
/1월, 어린이집을 알아볼까
3월에 복직을 하게 되면 아무래도 어린이집을 보내야겠지?
‘어린이집의 나이로는 생일이 지났어도 19년생들은 만0세반이라고 하는구나. ’
‘아가가 어리기도 하니 그냥 집 가까운 가정어린이집이 최고겠구나.’
‘아 우리 단지 안에는 가정어린이집이 2개 있구나.’
‘카드도 신청해야 하는구나.’
‘홈페이지도 가입해야 하는구나.’
아주 기본적인 정보들을 1도 모르다가 1월이 되어 발등에 불이 떨어져서야 알아보기 시작했다. 어린이집 들어가기 쉽지 않다는 말을 많이 듣긴 했지만 내가 사는 곳은 아직 입주가 다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라 아주 만만하게 생각했던 것이다.
그런데 단지 안에 있던 어린이집들에 전화를 해보니 그렇게 만만한 상황은 아니었다. 자리가 비어있는 어린이집도 있긴 했지만 주민들이 선호하는 어린이집은 인원이 차 있었다. 이제라도 바로 입소 대기를 걸었다. 3월 복직하면 정신도 없을 텐데 미리 적응기간도 가지고 싶었고, 혹시 빈자리가 생기면 바로 들어가려고 지금 바로, 1월에 입소하고 싶다고 신청을 해두고 자리가 비어있는 어린이집부터 상담을 받아보기로 했다.
그런데 가고 싶었던 어린이집에 갑자기 빈자리가 생겼다. 어린이집에서 바로 빈자리를 채우고 싶어하시는 상황이었다. 3월에 들어가겠노라 신청을 해둔 사람은 여럿이었지만 1월에 바로 입소하겠다고 했던 우리가 우선순위가 되어 빈 그 자리에 들어갈 수 있게 되었다. 다행이다!
/ 사회생활 끝판왕 노아
음.. 우리 아가, 노아의 이야기를 하자면, 50일도 되지 않아 첫 외출을 한 이후로... 한 주도 집에만 있었던 적이 없었던 아기이다. 역마살 엄빠와 함께 카시트에 앉아 생후 80일쯤에 부산, 경주여행, 120일쯤에 강원도를 여행했다. 돌이 되기 전 제주도 오가는 비행기에만 8번이나 올랐다. 비행기 시동 거는 소리가 자장가라는 듯 잠들고 비행기가 멈추면 일어나는 프로비행러이기도 하다.
꼭 여행이 아니어도 외출해서 낯선 사람들 만나는 것을 참 좋아한다. 나름 집에서는 아빠한테도 안 가려고 하는 엄마 껌딱지지만, 밖에서는 가장 새롭게 본 사람을 가장 좋아하며 엄마의 존재를 잠시 까먹고 여기저기 안겨 다니기도 한다. 심지어는 카페에 앉아있다가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면 들어오는 사람마다 눈 마주치고 인사를 하고 싶어한다. 알바생인 줄. 또한 옆자리 사람의 시선을 빼앗는 눈웃음을 날리고 행복해하는 아가이다. 그러다 보니 잦은 외출에 피곤해도 다시 외출과 여행을 계획하게 만드는 사회생활 끝판왕 되시겠다.
(방금 처음 본 옆자리 사람에게 눈웃음 날리는 중)
/그래서 기대했다.
집에서 있을 때보다 밖에서 훨씬 잘 먹고 잘 놀고 잘 웃는 노아이기에 어린이집에 보내도 괜찮을 것 같았다. 내가 상담받은 어린이집에서는 적응 기간을 짧게는 3일이고 길게는 3달까지도 본단다. 노아라면 눈물의 이별은 커녕 오히려 뒤도 안 돌아보고 선생님, 친구들과 신나게 놀 것 같다. 점심을 먹고 오면 하루 1회 식사로 고민하는 일도 줄겠군. 일주일 정도 지나면 낮잠을 잘 수 있지 않을까.
우와. 그러면 복직 전 2월에 남편이랑 손 잡고 영화도 볼 수 있겠다. 미용실 가서 머리도 할 수 있겠군. 여유롭게 쉬기도 하고, 열심히 새학기 준비도 하면서 신나게 복직 준비를 하면 되겠구나. 술술 풀리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_*
/하지만 현실은
2020년 1월 22일 수요일
설날 전에 입소 상담 및 원하던 어린이집 입소 성공! 2월부터 슬슬 보내려고 했는데 계획이 조금 바뀌었다. 그래도 설 전에 하루 밖에 날짜가 안 남았으니 설 지나고 적응을 시작하면 될 것 같다.그런데, 조금 쎄한데? 콜레라..? 코..로나?
2020년 1월 28일 화요일
설연휴가 끝났다.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서 분위기가 묘하다. 설에 감기 기운이 있던 아기의 컨디션이 다 회복되지도 않았기에 예정대로 2월에 어린이집을 보내기로했다.
2020년 2월 3일 월요일
달력이 넘어가 2월이 되었다. 아기는 감기가 완전히 나아 컨디션을 회복했지만 코로나로 분위기가 안 좋다. 한 주 더 가정보육.
그래도 아기가 많이 심심해하고 아직 심각한 수준은 아닌 것 같아 마스크를 쓰고 외출을 해본다. 다행히 봄에 사둔 아기용 마스크가 잔뜩 남아있었다. 그 때는 씌우면 바로바로 벗더니만 조금 가만히 있어준다. 다행이다.
2020년 2월 6일
어라, 학년, 업무분장을 신청하러 학교에 출근했는데 다음주 목요일, 금요일에 이틀이나 출근하란다. 남편도 꼭 가야하는 곳이 있어서 난감했다.
이 시국에 아기를 어린이집에 보내야 하나? 아무리 적응왕이여도 삼일 적응하고 4일 만에 반나절, 5일 만에 종일 어린이집이 가능한가?
그럼.. 내가 학교로 데리고 출근해야하나? 10여명이 오가는 어린이집도 꺼리는 판국에, 학교는 1000여명이 오가는 곳인데?
.... 오래 고민하다 결국 친정 부모님을 소환하기로 했다. 부모님이 계셔서 다행이다T_T
2020년 2월 10일(월)
이번주 목, 금에 친정 부모님께서 1박 2일로 집에 오셔서 아기를 맡아주시기로 했기에 어린이집은 역시나 미룬다.
결국 2월이 반이나 지나갔다.
/2월, ‘복직준비’ 계획은
인생이 원래 내 맘대로 되는 것 하나 없는 것이라지만, 복직만 걱정했지 복직 준비부터 이렇게 쉽지 않을 줄이야. 결국 어린이집은 2월 셋째주에나 첫 등원을 했다. 하지만 그 주에 코로나19 확진자는 급격히 늘어나기 시작했고, 겨우 일주일만 나간 채로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까지 가정보육 중이다.
내가 복직을 하고 월급을 받는 3월 17일이 되어서야 우리 부부는 간신히 ‘외벌이’가 된다. 그래서 솔직히 돈이 너무나 아쉬웠다. 통장 잔고가 줄어드는 것을 보며 정말 심장이 쫄깃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이렇게 일상이 무너지고 나니 돈이 문제가 아니었다. 시간이 있어서 그저 이렇게 가정보육을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다행이다. 아니 다행을 넘어 축복이었다. 맞벌이 부부들은 얼마나 힘들까. 긴급보육이 가능하다 해도 그렇게 맡기는 부모 마음이 매일매일 얼마나 살얼음판을 걸을까. 부디 이 위기를 건너면서 우리나라가 양육의 부담을 가정에만 지우지 않는 변화가 있기를 바란다.
꿀 같으리라 예상했던 나의 2월, 복직 준비 계획은 어그러졌다. 그래도 현실을 받아들이고 아기와 충만히 함께하는 시간을 보내며 복직을 맞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