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연극을 배우다 16] 과정드라마로 임상장학-준비편
교육연극을 배우던 2017년. 그 해 나는 3년차, 마지막 임상장학을 앞두고 있었다.(*학교마다 임상장학 대상자를 정하는 경력과 횟수 등은 다 다릅니다.)
•임상장학: 임상장학이란 장학을 담당하는 장학담당자(장학의 주 담당자는 학교의 교장이나 교감이 주가 된다. 여기에 외부 장학사나 전문가가 포함될 수도 있다)와 교사가 일대일 관계 속에서 수업지도에 관한 문제를 해결하고 수업기술 향상을 도모하는 지도·조언의 과정이다.(출처: 위키백과) |
장학담당자의 성향과 학교의 분위기에 따라 임상장학의 무게는 꽤 달라지는데 내가 속한 학교는 부담을 많이 안 주는 편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부담이 안 되는 것은 아니다.
무슨 과목을 고를까, 어떤 수업을 하면 좋을까? 한참 고민을 했다.
‘올해 교육연극지도자과정을 180시간이나 배우는데, 아무래도 교육연극을 해 봐야지!’
혼자 드라마를 새로 짜는 것은 어려울 것 같고, 수업 때 보았던 것들 중에...
‘배낭을 멘 노인’ 과정드라마가 진짜 매력적이었는데!
내가 배우는 순간에 느꼈던 그 감동을 학생들도 느끼면 좋겠다.
학생들도 연극 ‘표현’ 뿐 아니라 한 편의 연극을 제대로 ‘감상’하는 시간도 될 것 같고,
나에게도 임상장학 다운 '도전'이 될 것 같아!
이런 이유로‘배낭을 멘 노인’ 과정드라마를 수업하기로 했다.
(사진 출처:yes24)
이 수업은 나에게 여러모로 도전이었다.
/과정드라마는 스토리드라마보다 스케일이 커서 그동안 배우기만 했었지, 내가 직접 수업을 해본 적이 없었다.
/시간에 쫓기지 않고 충분한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2시간 수업시간을 붙여 블록타임을 하기로 했다.
/아무리 공개 수업이라고 해도, 항상 연극 수업에서 그래왔듯 우리 반 학생들은 활기찰 것이다. 커다란 목소리로 의견을 주고받고, 자유로워 보이는 모습이 누군가에게는 시끄럽고, 소란스러운, 정신없는 모습으로 보일 수도 있다.
/‘배낭을 멘 노인’ 과정드라마는 학생들에게만 연기를 시키는 수업이 아니다. 물론 학생들도 표현을 하는 부분들이 있지만, 기본적으로드라마를 이끌어가는 교사의 연기가 중요하다.
/극의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조명과 음향, 암막까지 준비했다. 물론, 스탭은 따로 없다.
/드라마의 특성상, 가장 주요 질문은 내 머릿속에만 두고 학생들에게 다 제시하지 않는다. 즉 칠판에 가시적으로 적힌 학습문제만 봐서는 이 수업을 다 이해할 수 없다.
/임상장학을 하면서 ‘세안’을 내야 했다. 수업 내용만 가지고서는 창의적 체험활동으로 하고 싶었는데 창체로는 세안의 앞부분을 채우기 막막했다. 도덕? 국어?! 사회?! 미술?! 무지 고민하다가 ‘편견’이라는 숨겨진 주제가 사회에 어울려서 사회+창체 통합 수업으로 준비했다. 나도 오랜 시간 고민하고 헷갈렸던 만큼, 사회과라기에는 애매한 수업이 될 것이다.
교육연극을 배우기 전의 나 같으면 그저 리스크를 줄이려고 아둥바둥했을 것이다. 다른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것이 너무나 중요했던, 그래서 눈치 보며 쉽게 가면 쓰는 이서로였기에 비판을 피하기 위해서 요리 조리 궁리했을 것이다. ‘잘한다’는 소리 듣고 싶어서 어떻게든 더 칼같이 준비하려고 애썼을 것이다. 그런 나라면 굳이 1시간이면 충분한 평가받는 시간을 2시간으로 늘릴 필요도, 학생들의 반응을 예상하기 어려운 이 과정드라마를 선택할 필요도 없다. 무난한 수업을 하는 것이 가장 좋을 것이다.
하지만 교육연극을 배우며 내가 조금 달라졌나보다. 비판 받을 부분이 보이지만 실험을 하고 싶다.
교육연극에서의 수업은 그동안 ‘지도안’에 갇혀서 준비하던 수업과 많이 달랐다. 머리가 아니라 몸으로 느끼고 익히는 시간이었다. 많은 경우 형식을 벗어버리는 교육연극 수업은 색다르면서도 진짜 중요한 본질을 고민하게 해주는 시간이었다. 하지만 때로는 내가 이것들을 교육 현장에 다 적용할 수 있을까 막막했다. 교사로서도 이런 배움이 낯설었지만, 그보다 앞서 초-중-고-대학교까지 이어진 주입식 교육, 정형화된 지식 전달 교육에 나부터도 너무 익숙해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내가 배워온 이 교육연극에 대해 어른선생님(교장, 교감, 부장, 멘토 선생님 등 장학담당자님들)은 어떻게 보실까 궁금했다. 그냥 받아들여주신다면 그것 나름대로 좋을 것 같고, 불편하게 느끼신다면 어떤 부분이 불편하실까 굉장히 궁금했다.
이런 호기심 덕분에 비판 받을 부분이 보여도 마음이 크게 불편하지 않다. 오히려 그동안 고민했던 것을 여러 사람들과 함께 답을 찾아갈 기회이기도 하니까. 여러 리스크를 껴안기로 했다. 이런 나의 변화에 스스로 놀라며 기분 좋은 긴장감을 가지고 임상장학을 준비했다.
*‘배낭을 멘 노인’ 과정드라마 수업은 『생각이 터지는 교실 드라마』(김주연, 연극과 인간)책에 자세하게 나와있습니다.
교수학습과정안을 간단히 공개하긴 하지만, 더 자세한 수업의 흐름이 궁금하신 분은 책을 참고하세요! 저도 큰 틀은 이 책에 나온 수업을 참고하면서, 우리 반 학생들에 맞게 재구성했습니다.
글을 읽으면서‘과정드라마’라는 용어가 많이 쓰여 궁금하셨을 텐데요,
『생각이 터지는 교실 드라마』 책에서 정리된‘과정드라마의 특징’을 간략히 나눕니다.
-과정드라마는 외부 관객을 두지 않는다. 대신, ... 참가자들은 역할을 연기하면서 자신을 바라보는 내적 관객, 즉 자기 관객을 갖게 된다. ... 과정드라마는 참가자와 교사들이 함께 드라마적 앙상블을 만들어 자신들을 위한 의미를 만들어 낸다. ... 또한, 주로 즉흥극형태로 진행되며 ... 미리 정해진 드라마 대본을 외우거나 제시하는 것으로 진행되지 않고 드라마의 내러티브나 긴장이 펼쳐지면, 이에 따라 즉시적으로 행위하고 반응하고, 상호작용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과정드라마의 목적은 드라마에서 다루고자 하는 의미를 탐구하는 데 있다.
*수업 Tip!
‘배낭을 멘 노인’ 과정드라마는 전반적인 분위기가 어두워요.
그래서 몇가지 장치를 더해서 분위기를 더욱 몰입감 있게 만들었어요.
1. 분장실_폴더매트!
-간단한 옷을 입고 소품을 준비하는 것이지만, 준비 과정을 보이지 않는 것이 몰입에 훨씬 도움이 되겠지요! 저는 저학년에서 쉬는 시간에 깔아두는 폴더매트를 빌려왔어요. 없는 경우, 문 밖에서 살며시 준비를 해도 좋아요.
2. 음악
-교사가 연기하는 때의 분위기 전환을 위해서 긴장감 있는 음악을 틀었습니다. 교사 컴퓨터쪽에 가림막을 해두니 교사가 음악을 on/off할 수 있어 좋았어요.
3. 조명_LED 투광기
-연기’를 하는 장면에서는 불을 끄고 조명을 켰습니다. 위에 말 했듯 스탭이 따로 없기에 어떻게 일손을 줄이면 좋을지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제가 내린 답은, 조명은 계속 켜두고 교실 전체 불만 껐다, 켰어요. 학생 한 명에게 ‘음악on->교실 전체 불 끄기 / 음악 off-> 교실 전체 불 켜기’를 부탁했답니다.
4. 암막_무점착시트지
-사실 날이 맑은 날에는 교실 불을 켜든, 끄든 조명이 잘 티가 나지 않아요. 암막커튼이나 블라인드가 있으면 쉽고 좋겠지만, 아쉽게도 저희 교실은 일부만 암막블라인드였어요. 그래서 시트지를 이용해서 창문을 가려줬습니다. 무점착시트지는 분무기로 물을 뿌린 후 붙이기만 하면 되는 방식이라, 떼었을 때 흔적이 남지 않아요. 물론 붙이는 과정이 수고롭지만 그만큼 효과는 아주 좋습니다.
5. 검정 천
교사<->노인 역할을 빠르게 오가기 위해서는 분장에 오랜 시간을 들일 수 없어요. ‘배낭을 멘 노인’이니 배낭은 꼭! 매주어야 하고요, 복장은 검정 천을 뒤집어 쓰는 것만으로도 충분했습니다. 색색깔 천은 다른 교육연극 수업에서도 다채롭게 활용 가능해서, 교수님들은 천가방만 한가득 갖고다니시기도 하더라고요.
/ 서울교대 교육연극지도교사 양성과정을 수료하고 적는 글입니다. 제가 기록한 내용들이 모두 교육연극의 정설이나 정답이 아닐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