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학생 간 격차가 더 심해지고 있습니다
개학 후 첫 주를 온라인 수업으로 진행했다. 방학 여파 때문인지 출석 체크를 안 하거나, 과제 제출을 미루는 비율이 높았다. 나는 매일 같이 출석과 과제 제출을 독려했다. 그럼에도 끝끝내 지시를 거부하거나, 외면하는 아이들이 몇몇 나왔다. 답답한 마음에 부모님께 연락을 드려도 잠깐뿐, 주어진 과업을 모두 마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속이 상했다. 1학기 중반부터 목격한 학생 간 격차가 더욱 심해지고 있다는 증거 같았기 때문이다.
조너선 코졸 <야만적 불평등>에는 학교에서 학생 간 불평등을 줄이려는 조치를 아무리 취한다 한들, 방학 기간이 지나서 다시 보면 격차가 벌어져 있다는 대목이 있다. 공교육이 평등을 지향한다고 하여도, 가정의 경제, 문화, 사회적 자본에 따라 학생 간 격차가 발생하게 된다. 코로나19로 인해 학생은 가정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졌다. 올해 말 백신이 나온다고 하여도 안정화를 위해 2021년에도 온라인 수업과 등교 수업을 병행할 가능성이 높다. 당분간 격차가 더 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나는 가정에서 관리가 잘 안 되는 학생에게 시간과 에너지를 더 쏟는다. 그 아이들을 특별히 애정해서 그렇다기보다 학성성취도가 떨어지고, 학습 참여율이나 태도가 양호하지 않기에 자연스레 잔소리가 늘고 눈길이 간다. 교사의 관심이나 지도 행위를 일종의 자원으로 보면, 어려운 아이들에게 교사 자원이 더 많이 할당된다. 부유한 부모님을 만나 알아서도 잘하는 아이들에게는 불공정한 조건일 수 있다. 선생님의 손을 상대적으로 덜 타기 때문이다. 그럼 교사는 공정성을 위해 관심과 지도의 정도를 동일하게 맞추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가? 학부모와 상담을 하다 보면 꼭 그렇게 단정 짓기도 곤란하다.
"요새 코로나 때문에 가게도 잘 안 되고 해서요. 죄송합니다."
아이가 방치되는 것 같아 학부모에게 전화를 하면, 가정환경도 어려운 경우가 많다. 사회 전반적으로 경제 활동이 위축되었다고는 하나, 피해 충격은 저마다 다르다. 예컨대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면, 자영업을 하는 가정이 가장 타격을 입는다. 반면 공무원, 중견 기업 이상 직장의 근로자는 손해가 심하지 않다. 고용 안정성이 보장되고, 재택근무도 용이하기 때문이다. 당장 나만 해도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 같은 교직에 있는 아내와 번갈아 가며 자녀 둘을 돌본 경험이 있다. 그나마 외부의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여건이 나은 축에 속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방역의 이득은 시민 모두에게 돌아간다. 반면 사회 경제적 짐은 취약 계층이 상대적으로 더 많이 부담한다. 특히 재택근무가 어려운 미용서비스, 매장 판매, 음식서비스 업종은 단축근무나 일시휴직, 실직으로 내몰릴 수 있다. 아이들은 가정 분위기와 부모님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부모님 중 한 분이 아프거나, 실직하여 가정 내 갈등이 심하면 수업 시간에 집중을 잘 못 하고, 교우 관계에서도 문제가 발생한다. 담임인 내가 학생의 변화를 알아차릴 정도이니, 실제 가정에서 아이들이 체감하는 혼란은 훨씬 클 것으로 짐작한다.
아이 양육 위해 일 그만두는 엄마들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 동안 집에서 아이들을 돌봤다. 자녀가 방치되지 않으려면 보호자의 손길이 많이 간다.
안타까운 이야기를 들었다. 일을 그만두는 엄마들이 늘었다는 것이다. 왜 아빠보다 엄마들이 일을 그만두는 비율이 높을까. 내 주변에 한정하여 설명하자면 사정은 대략 이렇다. 초등생 자녀가 온라인 수업을 받으면서 집에 혼자 있는 날들이 늘어난다. 밥도 챙겨 주어야 하고, 아이 공부나 태도도 봐주어야 하는데 봐줄 사람이 없다. 근처에 할머니, 할아버지라도 계시면 하루 이틀 아이를 돌보아 달라고 부탁하겠지만, 형편이 여의치 않다. 설령 어른들이 있다고 해도 한 번, 두 번이지 온라인 수업이 장기화되는 국면에서 늘 신세를 질 수 없다. 더구나 고령에 기저 질환자는 코로나바이러스에 취약하다. 바이러스 확산세는 수그러들지 않고, 고령자 치명률이 높으니 더욱 조심해야 한다.
연가를 내고, 근무 시간을 조절하는 데도 한계가 온다. 아이의 학습 태도가 나빠지고, 학교 선생님과 상담을 하다가 최근 아이가 충동적으로 행동한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부모 중 한 명이 집에 머물면서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을 늘려야 한다는 고민이 든다. 그런데 보통 남편이 부인보다 소득이 높다. 여기에 자녀 양육은 엄마의 몫이라는 세간의 인식과 편견이 개입한다. 고용시장이 어려운 데다, 양육의 부담이 여성에게 가해진다. 엄마의 실업률이 증가하는 이유다.
아내는 3년 6개월 간 육아휴직을 하고 올해 1학기에 복직했다. 그토록 바라던 복직이었지만, 변수가 생겼다. 코로나가 장기화되면서 두 아이를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긴급 돌봄 맡기는 일이 잦아진 것이다. 우리는 최근 진지하게 내년 육아휴직 신청을 고려하고 있다. 육아휴직 수당은 한 아이 당, 1년밖에 지원이 되지 않는다. 아내는 이미 두 아이 육아휴직 수당 연수를 다 채웠다. 가정 경제와 부부간 양육 평등 차원에서 보자면 내가 휴직을 낼 차례가 맞다. 그러나 아내는 한 번 더 휴직을 해야 하나 고민한다. 그만큼 엄마 양육의 압박감을 느끼는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한 피해의 정도는 가정마다 다르지만, 학교의 법정 수업 일수는 꼬박꼬박 채워지고 있다. 등교 기간 평가를 치르고, 성적을 매기며 학생생활기록부를 작성한다. 수능을 비롯한 입시 일정도 무리 없이 진행될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코로나19 기간이 입시 레이스를 더 효율적으로 대비할 수 있는 황금의 시간이겠지만, 배움의 장이 학교가 전부인 학생에게는 양질의 배움이 차단당한 시간이다.
최근 들어 공교육의 책무성을 강하게 느낀다. 당분간은 학습 결손이 도드라지게 나타나는 아이에게 더 신경을 써 줄 생각이다. 지난 1학기에도 비슷한 다짐을 했던 것 같지만, 갈수록 상황이 안 좋아지니 같은 선택을 반복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