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할 수밖에 없는 도시를 소개합니다
ⓒ놀궁리
세계 인구의 절반이 도시에 삽니다. 2050년이 되면 다섯 중 네 명이 도시에 살 거라고 합니다. 도시의 삶은 인간이 피할 수 없는 운명일지 모릅니다. 여러분은 도시를 사랑하십니까? “예”라는 답이 쉽게 나오지 않는다면 이유는 뭘까요.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휴가 계획을 세우려 들면 순천만의 한적한 노을 녘이나, 하와이 해변의 늘어진 분위기를 먼저 떠올리거든요.
이런 생각의 밑에는 ‘도시는 쉬기에 적당하지 않다’ ‘마음을 내맡길 수 없다’는 체념이 깔려있습니다. 그러나 휴가는 짧고 일상은 깁니다. 만일 도시에서 보내는 일상이 기쁘고 보람 있다면 어떨까요? 일상을 휴가처럼! 멋지지 않나요? 『도시야, 안녕!』을 읽으며 휴가를 얻어 찾아가고픈 도시들을 만났습니다.
베를린에 가본 적은 없습니다만, 도심 곳곳에 펼쳐진 멋진 공원과 숲, 강을 따라 심어진 굵은 나무에 반해버렸습니다. 자연에서 불어오는 바람으로 도시의 온도를 내리고, 먼지를 밀어내도록 노력하는 사람들이 사는 곳이라니요! 도심 노른자 땅에 수익형 빌딩을 세우지 않고 텃밭과 생태공원을 만든 용기에 감탄했습니다.
프랑스 파리는 또 어떤가요. 도시농업의 다양한 형태를 실험하기 위해 가동 중인 철도 농장을 살펴봤습니다. 주변 식당에서 버린 음식물 쓰레기를 모아 퇴비로 쓰고, 물고기와 식물을 함께 키워 수확하는 ‘아쿠아포닉스’라는 이름의 신기한 농사를 짓고 있었습니다. 온실에서 키운 열대 과일이나 채소로 식당 메뉴를 구성하고, 방문객이 직접 식자재를 사 가기도 합니다. 자연을 끌어안은 도시 같았습니다.
ⓒ놀궁리
이번에는 덴마크의 수도, 코펜하겐으로 가보겠습니다. 한때는 한국처럼 자동차가 도시의 주인처럼 군림하고 있었지만, 지금은 자전거가 우선입니다. 붉은색 자전거 전용 고가도로가 건물과 건물 사이를 지나다니고, 사람들은 차 없는 거리를 자유로이 돌아다닙니다.
자연과 문명이 친구처럼 어울리는 도시에는 사람이 모여듭니다. 지속 가능한 도시는 지구를 깨끗하게 지키기 위해서도 필요하지만, 직관적으로 아름답기에 사람의 마음을 빼앗습니다. 산업구조의 변화로 쇠퇴하고 버려지는 도시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저는 디트로이트의 도시 농장과 빌바오의 구겐하임미술관을 보면서 도시는 새로 태어날 수 있다고 믿게 되었습니다.
책장을 넘기는 내내 즐거웠던 건 소개된 모든 사례가 실제로 존재한다는 점이었습니다. 도시는 얼마든지 상냥하고 행복해질 수 있습니다. 도시야, 안녕! 당신이 꿈꾸는 도시로 초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