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한줄평] #02 내 속에도 깊은 곳에 무언가가 있을까?(짖어봐 조지야)
통로 현아샘의 [그림책 한줄평]_짖어봐 조지야(줄스 파이퍼)
#02 내 속에도 깊은 곳에 무언가가 있을까?
*아이들이 수업시간에 직접 쓴 그림책 한줄평을 가지고 좋은 그림책을 소개합니다.
안녕하세요? 통로 이현아입니다.
오늘도 아이들과 함께 ‘깔깔’ 웃다가 ‘훅’ 마음을 쏟아낼 수 있는 그림책을 한 권 가지고 왔습니다. 먼저 아이가 쓴 한줄평부터 보실까요?
아이들의 깊은 곳을 건드린 책, 과연 어떤 그림책일까요? 바로 줄스 파이퍼의 <짖어봐 조지야>입니다.
책을 펼치면 엄마 개가 조지에게 이렇게 말해요. “조지야 짖어봐.”
조지는 어떻게 짖을까요? 당당하고 시크하게, “야옹.”
엄마는 침착하게 개의 본분인 ‘멍멍’에 대해 알려주지요.
“아니야, 조지. 고양이는 야옹, 개는 멍멍.”
그러나 조지는 개의 정체성만 가지고 있지는 않은가봅니다.
입만 열면 자꾸 이런 소리가 튀어나오니까요.
“꽥꽥.”
“꿀꿀.”
“음매.”
책장을 넘길수록 엄마의 표정은 점점 부글부글 끓고, 책 읽는 아이들은 깔깔 웃음보가 터지기 시작합니다.
“저도 엄마가 시키는 대로 하기 싫어서 일부러 저렇게 대답할 때 있어요!”라고 털어놓는 아이가 있는가하면,
“이거 꼭 제 동생 같은데요?”라면서 오히려 엄마 입장에 공감된다고 말하는 아이도 있어요.
급기야 엄마는 조지 데리고 의사선생님을 찾아갑니다.
의사선생님은 길쭉한 손에 쫀쫀한 장갑을 끼고서 조지의 목젖아래 깊숙한 곳을 쑥 헤집고 들어가는데,
그때마다 조지는 마치 러시아 전통 인형 마트료시카처럼 ‘내 속의 또 다른 나’를 꺽꺽 토해내기 시작합니다.
아니 글쎄, 조지의 작은 몸 속에 고양이, 오리, 돼지부터 집채만 한 소까지 어마어마한 것들이 들어있더라니까요!
책장을 넘길수록 이렇게 황당무계한 상황이 자꾸 펼쳐지는데, 그럴수록 아이들은 입 꼬리를 귀에다 걸고 발을 동동 구르면서 신나게 책 속에 몰입합니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어른들은 도무지 그냥 편안하게 웃을 수가 없나봅니다.
강의 자리에서 선생님들께 이 그림책을 소개해드리면 그림책을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눈시울을 붉히는 분들이 많거든요.
한 선생님께서는 자기 안의 다양성을 억누르고 평생 '멍멍' 짖는 시늉만 내고 산 것 같다고 고백하셨습니다.
“어린 시절 제 안에 분명 고양이, 오리, 돼지가 있었는데 말이에요.
그걸 억누르고 평생을 그저 개가 되기 위해 ‘멍멍’ 시늉만 내고 산 것 같습니다.”
어린 시절 억눌린 채 자라온 스스로에 대한 안타까움으로 눈물흘리시는 분들도 있었지만
그보다 더 많은 분들께서 오히려 아이에 대한 미안함으로 몸서리치듯 아파하시더라고요.
“조지가 내 아이 같아서 도저히 그림을 웃으면서 볼 수가 없네요.
어린 것이 있는 그대로 자기를 펼치지 못하고 이제껏 혼자 속에다 꾹꾹 눌러두기만 했을걸 생각하면 너무 미안해집니다.”
그림책을 앞에 놓고 눈물을 뚝뚝 흘리는 어른들에게 아이들이 한줄평으로 이렇게 묻습니다.
“제 속에도 깊은 곳에 무언가가 있을까요?”
“내 안에는 또 다른 내가 있어요.”
“저도 알고보면 알록달록 다양한 색깔을 가진 강아지예요.”
“저는 꺼내도 꺼내도 끝이 없답니다.”
여러분은 이 아이들에게, 또 우리 자신에게 어떤 대답을 들려주시겠어요?
"아니야, 조지. 고양이는 야옹, 개는 멍멍.” 이라고 대답하기엔
아이들이 품은 잠재력이 너무 크지 않나요?
"야옹"
"꿀꿀"
"음매"
아이들은 저마다의 목소리로 엉뚱하게 짖으며 매일 조금씩 자랍니다.
꺼내도 꺼내도 끝없이 펼쳐지는 내 안의 깊숙한 곳을 탐험하기 시작하면서요.
이 아이들에게 들려줄 여러분만의 대답이 궁금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