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가 되어 학교를 보다]#2. 500피스 퍼즐
“자기 반 담임은 누구야?”
“*** 쌤이라던데?”
“어머, 잘됐네. 로또 당첨되었구나! 좋겠다. 우리반 쌤은 @@@ 이래.”
“헉, 어쩌냐? 그 쌤 말이 많던데.”
새학기가 시작된지 이제 일주일,
엄마들은 모였다 하면 새 담임선생님에 관한 정보 교환에 여념이 없다.
각자 집으로 흩어져서도 이야기는 계속된다.
쉴새 없이 울리는 ‘까톡! 까톡!’.
좋은 이야기는 별로 없다.
80% 이상이 나쁜 소문이다.
엄마들은 이제 밤잠을 설치며 불안해한다.
반면, 교사들은 이런 엄마들의 행동에 대해 ‘헛소문’, 혹은 ‘치맛바람’으로 치부하곤 한다.
엄마들 사이에서 도는 헛소문 때문에 정상적인 교육활동이 제한받거나
오해가 쌓인다며 억울하다고 느낀다.
흔히, 교사들은 엄마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저와 학교를 믿고 맡겨주십시오.”
그러나 믿을 건덕지가 없다.
엄마들 눈에 보이고 들리는 것은 옆집 엄마의 ‘생생한’ 경험담과 증언일 뿐,
추상적인 ‘신뢰’에 대한 요청은 마음에 와닿지 않는다.
500피스퍼즐을 맞춰본 사람은 안다.
전체 그림이 보여지는 밑그림이 있을 때와 없을 때, 얼마나 다른지.
교사들은 각자 학급에 관한 큰 밑그림을 갖고 있다.
그러나 그 밑그림은 교사 본인만 알고 있다.
학부모와 학생은 그 중에서 1조각을 경험적으로 획득했다.
그렇게 손에 쥔 한 개, 한 개의 조각들을 애써 끼워맞추며 전체를 추측한다.
그러다보니, 온갖 왜곡과 오류가 난무한다.
얼마 전 읽은 책의 한 부분이 떠오른다.
사법제도에 대해 말하고 있지만, 왠지 ‘학교’의 모습이 떠올랐다.
우리네 학교도 학부모들에게 '신비로운 베일'로 싸인 공간같지 않을까.
그것도, 더이상 강력하지 않은, 비웃음을 살 뿐인 베일.
막연하게 ‘믿고 따라달라’는 요청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왜곡과 오류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엄마들끼리 자신이 가진 퍼즐조각을 잘못 끼워맞추기 전에,
교사가 가진 밑그림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 아닐까?
잊지 말자.
신뢰는 투명성에서 온다.
큰 그림은 교사만이 아니라, 엄마들도 함께 그릴 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