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교육실습 지도교사가 되었다 - 교생들의 수업 배정
너무나 당연하게도,
실습 지도교사가 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는 교생들의 수업 지도이다.
그런데 '지도'하기 앞서 선행되어야 할 게 있으니,
바로 교생들이 할 수업을 '배정'하는 것이다.
교생 수업은 실습 유형에 따라 몇 회를 할지가 정해져있다.
서울의 경우,
2학년 2학기의 참가실습에선 담임교사와의 협력수업 1회, 교생들끼리의 협력수업 2회, 단독수업 1회.
(하.. 이 담임교사와의 협력수업이 실습지도교사 입장에선 정말 미쳐버리는 일이었다.
이건 다음 기회에!!)
3학년 실습부터는 교생들끼리의 협력수업 1회, 단독수업 4회(개요안1, 약안2, 세안1)다.
그 횟수 안에서 어떤 과목을 하게 할지는 학교가 정하는데,
우리 학교의 경우엔,
흔히 얘기하는 주지교과에서 3과목, 예체능에서 1과목, 창체 1시간 배정했다다.
이렇게만 보면, 수업 배정이 별거 아닌 거 같아보이지만,
근데 막상 해보니 그렇지 않았다.
교생들에게 수업을 배정하기 위해선 이런 것들을 신경써야 했다.
첫째, 수업 경험이 없는 교생들이 하기에 너무 어렵지 않을 것.
둘째, 수업활동을 구성할만한 여지가 충분하면서도
학생 활동만 부각되지 않아서 교사의 지도행위가 드러날 수 있을 것.
셋째, 너무 어려워서 학생들 반응이 떨떠름할게 뻔하지 않을 것.
뭐 그런 단원과 차시를 선정해서 배정해야 한다.
예를 들어, 수학같은 교과에서 '분수의 나눗셈'이나 '소수의 나눗셈' 단원보단,
'각기둥과 각뿔' 단원이나 '쌓기나무' 같은 단원이 훨씬 좋다.
(내용도 어렵지 않고, 활동도 할만하며, 학생 반응도 괜찮은!)
혹은, 국어의 맨 마지막 차시처럼 학생들이 만들고 발표만 하는 걸로
시간이 채워지는 그런 부분은 피하는게 좋더라.
(교생들이 수업을 준비하긴 편하겠으나, '교육실습'이라는 본질이랑은 거리가 머니까!)
그리고 그 단원과 차시를 배정해주기 위해선,
실습이 시작되기 전, 내 수업도 잘 조정해서 진도가 어그러지지 않도록 해야했다.
(내 성향이겠지만, 학기 시작할 때부터 대충 어떤 단원을 배정할지 생각해놓고,
실습 기간 맞춰서 그 앞서 필요한 단원, 진도 나가주려면
꽤나 촘촘(?)하게 교육과정을 계획하고 운영하게 되더라.)
(작년, 3학년 2학기 운영 실습때 교생에게 배정해주었던 수업들: 근데 왜이렇게 사진이 흐려지는 거지?)
누군가는 뭘 그리 신경쓰냐고, 그냥 진도대로 배정하면 된다고 했지만,
실습을 지도하는 입장에선 그렇게 되지 않았다.
조금이라도 더 잘 배우고 갔으면 하는 마음 때문인 듯 하다.
수업이 그저 재미있고 창의성 넘치는 활동 아이디어 나열이 아님을 알려주고 싶었고,
그래서 꼭 하나 지키려고 했던 수업 배정의 원칙이 하나 있었다.
과목의 문제를 떠나, 교생들이
지식의 계열을 살려서 개념 지도를 확실하게 해야하는 단원 하나,
학생들의 가치나 인성, 태도적 측면 지도가 필요한 단원 하나,
마지막으로 실기지도가 필요한 단원 하나씩은 해보게 하려 했다.
교생들에게도 차시를 배정해줄 때, 이게 어떤 단원의 어떤 차시이며,
어떤 포인트에 집중해서 수업을 구성해야 하는지를 안내했었다.
물론, 교생들이 그걸 다 알아들었으리라 생각하진 않았지만 말이다. ㅎㅎ
참! 생각보다 교생들은 첫번째 파트, 개념 지도 파트를 힘들어했다.
그걸 보면서 생각했던 거.
초등 수업, 그 정도는 누구나 가르칠 수 있다 생각하지만,
가르치기 위해서는 그걸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는 것.
초등에서 가르치는 영역은 엄청 폭이 넓어서, 모든 걸 제대로 다 알 수는 없지만,
그래도 알려고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