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교육실습 지도교사가 되었다 - 들어는 봤나, 원격 실습.
'내가' 지도교사가 되어서 실습생을 맞이한다니! 라는 설렘과 함께 2021년을 시작했고,
실습 안내 공문을 오매불망 기다렸던 듯 하다.
처음 해 보는 자의 순수한 마음이었달까...?
그 순수한 기대와 설렘은 공문과 함께 와장창 깨져버렸다.
받아본 공문은 조금, 아니 꽤 많이 충격적이었다.
'전면 원격 실습'
코로나가 심각했던 시기였지만 부분적으로나마 '대면 등교'를 하던 시기라,
설마 '전면적으로' 원격 실습을 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
심지어 우리 학교에게 배정된 실습 유형은 '종합실습'*으로,
실습생 1명당 최소 3회의 수업을 하는 것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그때부터, 설렘으로 가득했던 실습의 로망은
대면 등교를 한 교실 속 학생과 원격 속 실습생을 어떻게 연결시켜서
3회의 수업을 성공적으로 할 수 있게 할 것인가의 '현실'이 되어버렸다.
2주라는 짧은 일정-심지어 코로나 상황이라 빡빡하게 진행되던- 속에서
학급당 4명의 실습생에게 각각 3번의 수업 기회를 주려면 시간 배정이 만만치 않았다.
쉽게 하자면, 비등교일, 즉 온라인 수업만 하는 시기에 '줌'으로 실습하게 하면 되는거겠지만,
시간 배정이 그렇게는 안되더라.
그 결과, 우리반 실습생들은 1번의 줌 수업, 2번의 교실 수업을 하게 되었다.
한때 일본의 온라인 개학이라며, 신문 및 인터넷 상에서 회자되던 그 장면처럼,
학생은 교실에 있는데, 실습생이 원격으로 접속해서 수업을 한다니, 처음엔 상상이 되지 않았다.
그래도 어쩌나. 이미 그렇게 결정이 끝났고,
남은 것은 그 속에서도 '실습'이, 그리고 학생들이 실습생을 통해 받게 되는 '수업'이 잘 이뤄질 수 있도록
현실로 구현을 하는 것이었다.
최대한 모든 학생들이 잘 보이도록 교실 앞 뒤에 카메라를 설치해서 줌으로 연결했다.
실습생들이 만든 학습지는 지도교사들이 미리 출력해서 준비했으며,
필요하다고 하는 교구는 미리 대여해두었다.
그리고 실제 수업 시간에는 지도교사들이 교생의 아바타가 되기를 자처하고
한 손에는 휴대폰을, 또 다른 한 손에는 핸드마이크를 들고 교실을 뛰어다니기로 했다.
교생들이 "자, 지금부터 학습지를 받아주세요" 라고 말하면
지도교사들이 미리 출력해놓은 학습지를 '대신' 배부했으며,
"OO이가 말해볼까요?" 라고 말하면,
줌에 있는 실습생들이 학생의 대답을 그래도 잘 들을 수 있도록
마이크를 들고 해당 학생에게 뛰어가서 입에 대주었다.
그래서일까?
교생의 수업 1시간이 끝나면 지도교사들 얼굴이 뻘~겋게 달아오르고, 땀이 뻘뻘 났다.
솔직히, 수도없이 '현타'가 오는 실습이었다.
도대체 실습생들이 실습을 하는건지 내가 실습을 하는건지 잘 모르겠는 순간이 몇번이나 찾아왔고,
차라리 그냥 내가 수업을 보여주고 말지! 싶은 순간도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몸이 부서져라 열심히 뛰어다니면서 수업 지원을 할 수 있었던 건,
처음 제대로 학생들과 수업을 해본 교생들이 보여주고 남겨준 반응 때문이었다.
"수업이라는 게 뭔지를 알게 되었다, 학생들과 소통하는 매력을 알게 되었다" 등등,
교생들은 학생들과 수업을 실제로 해보면서 느낀 감격을 나누어주었고,
마지막 송별식 때에는 온라인 상인데도 서로 훌쩍이며 헤어졌다.
처음엔, 교생들이 학교에 직접 오지 않는 이런 원격 실습이 무슨 의미인가 싶었다.
교생들은 편하게 말만 하고 지도교사들이 '쌔빠지게' 몸으로 뛰는 아바타 수업도 참 무의미해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생들은 그 속에서 수업의 매력을 느꼈고, 학생들과 관계를 맺었으며,
교사가 '되어갔다.'
그게 날 사로잡았던 것 같다.
그렇게 실습지도의 매력을 아주 '강렬하게'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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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합실습: 서울교대 4학년 1학기 실습 유형. 지금까지의 모든 실습, 즉 수업과 학급운영 등등을 총망라하면서 동시에 교사로서의 업무를 파악하고 경험하는 것에 목적이 있다고 한다. 다만, 이 해의 종합실습은 해당 학년이 3학년때 코로나로 인해 제대로 된 실습을 해보지 못한 탓에, 학생들과 제대로 수업을 해보는 것이 처음이나 마찬가지인 상황이었다. 그래서일까? 원래 종합실습의 경우엔 실습생 1명당 5회의 수업을 해야하지만, 이 해에는 3번으로 줄어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