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자 상담주간 (학부모 상담주간)을 앞두고, 선생님들께 해보고 싶었던 이야기.
첫째, 학생을 가장 잘 아는 전문가는 양육자입니다.
간혹, 상담을 위해 여러가지 검사-문장완성검사라던지, 간이 성격검사지 같은- 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상담을 준비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물론, 학부모상담을 좀더 잘 준비하기 위해서 검사를 활용하는 것 자체가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하지만 상담 과정에서 검사 결과를 근거로 학생에 대해 ‘단정적’으로 표현하게 된다면,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위험하지요.
검사 결과, 걱정스럽거나 의아한 면이 발견되었다면
보호자에게 조심스럽게 질문을 하고 생각을 물어보되,
그때에도 교사의 말투와 표현이 ‘단정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되지 않도록 주의하면 좋겠습니다.
아주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굳이 검사를 해야할까? 싶습니다.
검사를 통해 빠르게 학생을 파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을 수는 있겠지만,
간이 검사를 통해 알아낼 수 있는 정보에는 한계가 있고,
알게 모르게 교사에게 학생에 대한 선입견과 편견이 덧씌워질 수 있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학부모 상담’을 위해서 검사를 실시하는 것은 굳이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그러한 검사는 상담을 준비하는 교사에게 심리적 안정은 줄지언정,
실제적으로 상담에 좋은 효과를 발휘하지는 않는 듯 합니다.
그러니, 검사를 통해 학생을 파악하려고 하기보다는,
학생에 대한 가장 최고 전문가인 양육자, 보호자에게 직접 물어보면 어떨까요?
둘째, 너무 많이 준비하지 마세요.
지금까지 지켜본 학생에 대한 에피소드 한가지와 학생에 대해 ‘진짜’ 궁금한 것 한가지,
양육자의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듣고자 하는 열린 마음이면 충분합니다.
학부모상담을 전문가답게 잘 해내야 한다는 생각은 부담감으로 이어지고,
그러다보면 상담을 기피하고 싶어지는 마음으로 연결되기 쉽습니다.
혹은 온전히 신뢰하기 어려운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학생에 대해 단정적인 판단을 하게 되지요.
그럴 경우, 보호자와 교사 사이의 신뢰 관계를 쌓고 협력관계를 구축해야 하는 상담이
오히려 걸림돌로 작동하게 됩니다.
그러니 우리,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상담을 맞이해도 좋지 않을까요?
셋째, 1학기의 학부모 상담은 모든 보호자를 대상으로 해보세요.
저는 1학기의 학부모 상담은 모든 보호자를 대상으로 합니다.
신청도 받지 않고 그냥 모든 보호자와 20~30분 정도의 대화 시간을 가집니다.
전화로 하기도 하고, 오실 수 있는 분들은 오시라고 하기도 해요.
학기 초에 한번쯤, 모든 분들과 열어놓고 소통의 시간을 가지고 나면
보호자들이 제 학급살이의 든든한 지원자들이 되어주시거든요.
1명당 20~30분, 너무 긴 것 같나요?
생각보다 금방 지나갑니다.
새학년 올라와서 아이의 반응은 어땠는지,
집에서 새 선생님과 친구들, 학급생활에 대해 뭐라고 말하는지,
보호자 입장에서 작년과 올해, 어떤 점이 같고 달라졌다고 느끼는지,
자녀 양육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고 또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휴일 등에 가정에서는 어떻게 생활하는지,
올해 자녀의 성장을 위해서 담임교사가 무엇을 지원해주길 바라는지 등등을 묻고,
사이사이 교실에서 보여주는 아이의 모습에 대해 1~2가지 에피소드를 들려주다보면
시간이 순식간에 흘러갑니다.
위의 상담 질문이 어디선가 많이 본 것 같지 않으신가요?
보통 선생님들이 학기초에 가정으로 보내는 설문지 내용입니다.
저는 학기 처음부터 보호자에게 그런 것들을 글로 써야 하는 질문지로 받기보다는
이렇게 학부모 상담 주간을 이용해서 듣곤 합니다.
문서로 쓸 때는 왠지 모르게 ‘취조’당하는 느낌이 들지만,
말을 주고받으며 사이사이 추임새를 넣으면서 하는 ‘대화’는 조금 느낌이 다르거든요.
학부모 상담, 쉽지 않은 일이긴 합니다.
괜히, 어찌보면 당장 시급하지도 않은 불필요한 에너지를 쓰는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지요.
하지만, 결국 우리의 이 모든 시도와 노력은
내가 만나고 있는 그 학생을 더 잘 가르쳐보기 위한 애씀이니까요.
한 부모당 20~30분을 투자해서 1년의 협조를 얻을 수 있다면,
나쁜(?) 투자(?)는 아니라 생각합니다. ^^
그러니, 모두모두 힘내세요, 선생님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