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습 3년, 교생들의 수업 돌아보기(1): 수업 활동 '무엇' 말고 '어떻게' 할 것인가?
오늘로서 3년간의 실습지도가 모두 끝났다.
참관실습만 안해봤고, 참가실습, 수업실습, 운영실습, 종합실습을 모두 진행해봤다.
실습부장은 아니었지만, 나름대로 실습부장에 준하는(?) 일들도 해봤고,
적게는 3명에서 많게는 5명의 교생들과 함께 학기마다 2주씩 함께 생활했다.
(솔직히 한번에 5명은 좀 토나오는 기분이었다. 너무 힘들어서. ㅠ_ㅠ)
돌아보니, 3년간 총 23명의 교생들을 만났다.
23명 교생들의 수업을 모두 모아보니 총 99개의 수업이었고,
그 99개의 수업을 하나하나 함께 설계하고 피드백하고 참관하며 3년을 보냈다.
적지 않은 과정안을 보고 수업을 참관하면서 교생들이 자주 하는(?) 실수 같은 걸 발견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실수들을 통해 내 수업력이 자라났기에, 그 실수들을 모아서 기록해볼까 한다.
제일 자주, 많이 나타나는 실수는,
수업 계획을 할 때, '무슨' 활동을 할지만 있고
그것을 '어떻게' 구현할지에 대한 고민이 없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역할극'을 하겠다, '토의토론'을 하겠다 라는 큰 덩어리는 있는데,
이걸 실제로 학생들이 할 수 있게 하는 장치들이 없는거다.
그러다보니 수업이 좀 급발진(?)되어서 학생들이 우왕좌왕하는 일이 생긴다.
어쩔 수 없는 일일테다.
아무래도 교생들은 아직, 실제 수업 경험이 없다시피 하니까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어떤 자료를 어떤 순서로 제시하면 좋을지,
학생들의 반응이 어떨지 등을 알기 어려울 수 밖에 없다.
그렇기에 그런 부분을 채워주는 게 지도교사의 역할.
구체적인 발문을 알려주거나, 활동의 단계를 나눠주는 등 큰 덩어리를 쪼개고
수업의 흐름과 진행을 구체적으로 상상할 수 있도록 도우려 했다.
예를 들어, 왼쪽 활동의 경우,
"그 감정이나 느낌에 어울리는 색은 어떤 색일까요?"
"곡선이나 직선 중에서 어떤 것에 가깝나요?" 같은 발문을 사용해서
단계단계 학생들의 표현을 빌드업하도록 했으며,
오른쪽 활동의 경우에는 제시한 신문 자료를 교류 형태에 따라 분류해보는 것을 먼저 하고,
그 다음에 어떤 뉴스를 요약할지 결정한 뒤에 정리하도록 했다.
좋은 수업은 '무엇'을 '왜' 하는지와 더불어 그것을 '어떻게 구현' 해낼지 생각해야 하는 것 같다.
특히, 교사, 초등교사는 아직 추상적 사고나 인지력이 성장하고 있는 단계의 어린이들을 만나기 때문에
더더욱 그러하다.
아이들에게 내가 가르치고자 하는 지식과 태도, 내용이 잘 전달될 수 있도록 하려면
어떤 접근, 어떤 세팅을 해야 할지를 교생들로 하여금 고민하게 하고 싶었다.
그리고 그게 수업을 '계획'하는 거라고 믿는다.
이런 걸 하나하나 짚어주려면, 내가 먼저 모든 수업을 상상해보고 구체적으로 따져봐야 한다.
2주동안 약 20개 정도의 과정안들을 보면서 하나하나 피드백 하는 건,
생각보다 많은 체력과 시간을 요구한다.
그래도 피드백해서 수정된 수업으로 교생들이 원활하게 수업을 이끌어가는 걸 보면,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가 없다.
반대로 실망스러운 결과로 나타나면 괜히 더 신경이 쓰인다.
가끔, '이런 거 까지 시시콜콜 말하면, 교생들이 너무 싫어하려나..?' 하는 생각에 말을 줄이게 되는데,
그렇게 지나갔던 부분에서 시간이 오버되거나 학생들이 잘 좇아오지 못하는 걸 보면,
괜히 더 미안하고, 그래도 한번 더 체크해줄 걸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런 맘을 교생들은 알까..? ㅠ_ㅠ)
3년, 99개의 수업을 상상하고 만들어가는 건 쉽지 않았지만,
그런 농축된 시간이 있었기에 실습지도를 통해 내 수업력이 많이 커나간 듯 하다.
평소같으면 덜 신경쓰고 덜 고민했을 음악이나 미술, 체육, 도덕 같은 과목들도
교생들에게 배정하다보니 같이 더 생각하고 연구하게 되었다.
그래서 지난 3년이 참 소중했다.
역시...
가르치는 게 제일 좋은 배움이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