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수업 2년차를 맞이하는 수업 고민들.
원격수업이 되면서 수업은 어떻게 변했을까?
형태나 방법 말고, 내용이나 교사-학생 사이의 관계,
그리고 학생과 학생 사이의 관계의 질 측면에서 말이다.
익숙하지 않은 영상 제작,
익숙하지 않은 실시간 화상 회의 툴의 사용,
익숙하지 않은 온라인 도구의 사용 같은 형태의 변화가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그리고 그 변화는 몇몇에게는 기회가 되었으며, 몇몇에게는 좌절을 안겨주기도 했다.
수업의 내용도 변한 것 같다.
전반적으로 ‘교과서의 지식을 전달’하는 중심의 수업이 많아졌다.(고 느낀다.)
내용을 구조화해서 요약정리해주고, 문제를 풀어주는 그런 수업이랄까.
하나의 영상을 학년에서 공동으로 사용하게 되어서 그런건지,
학생들이 가정에서 수업을 들으면서 양육자들에게 수업 내용이 노출되는 것에 대한 부담인건지,
교과서 외의 자료를 썼을 때의 저작권 문제 때문인지는 모르겠다.
아니면, 원래 그랬었는데,
교실 안에서만 있던 수업이 영상을 통해 ‘밖으로’ 드러나다보니,
눈에 띄게 된 것일까?...
뭐, 원래 그랬던, 안그랬던 그게 중요한 건 아니고,
또 뭐가 맞는건지 확인할 길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그동안 ‘사고를 촉진하고 동료성을 강조하는’ 수업을 하던 교사들의 수업도
크게 축소된 것은 확실히(?) 사실인 듯 싶다.
우선 나부터가 그랬다.
사고를 촉진하고 동료성을 강조하는 수업은 ‘한번에’ 이뤄지지 않고,
점진적으로, 조금씩 조금씩 쌓여간다고 생각한다.
한 시간의 수업 속에서 교사와 학생이 작게작게 질문과 대답을 쌓아가고,
잠깐잠깐 멈춰서 생각하고 다시 대화하는 과정의 반복 속에서 만들어져 가는 것 같은데,
원격수업에서는 그 과정을 만드는 게 너무 힘들었다.
영상을 제작하는 컨텐츠 제공형 수업은 말할 것도 없으며,
실시간 수업에서도 쉽지 않았다.
얼굴을 마주하고 있긴 했지만, 서로의 숨소리와 표정, 기운을 주고받는 느낌이 충분하지 않았고,
동시다발적으로 전체와 생각을 교류할 수가 없었다.
패들렛 같은 도구를 써보기는 하였으나, 주로 폰이나 (키패드 없는) 태블렛으로 접속하는 학생들은
글을 구체적으로 길게 쓰기 힘들었기에 생각 나눔이 무척 단순해졌다.
이렇게 변하는 수업의 모습 속에서 혼돈을 겪으면서 제일 많이 한 생각은...
원격수업 속에서도 좀더 생각하고, 좀더 자신의 주체적인 생각을 쌓아갈 수 있는 수업을
어떻게 만들 수 있나 하는 것이었다.
시간이 지나면서는 좀더 다른 고민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그 고민이 좀더 본질적(?)인 것이라고 생각한다.
교사에 의해 지식이 정리되어서 제공되는 수업이 중심이 되면서
교실 내의 교사-학생 사이의 관계에 있어 한쪽으로 힘이 쏠리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대면 수업에서도 처음엔 그 ‘힘의 중추’가 교사 쪽에 쏠려있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서로의 눈빛과 기운을 교류하면서 ‘아하’ 하는 순간들이 만들어지고,
어느샌가 자연스럽게 힘이 고르게 나뉘어지는데,
온라인 수업에서는 교사에게 묵직하게 쏠린 힘이 쉽게 나뉘어지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수업 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학급살이의 느낌이
처음 교사가 되었을 때, ‘왕칼’이었을 때의 모습처럼,
내가 한쪽에서 강하게 드라이브를 거는 것 같은 장면이 자꾸만 만들어지고,
그 속에서 난 엄청나게 스트레스를 받았다.
오히려 입직 초기나 인권교육을 처음 시작할 때보다 스트레스 지수가 더 높았다.
그럴 수 밖에 없는게,
그 초기 시절엔 내가 ‘잘못하고 있다’는 감각이 크지 않았거든......
그런데 지금은 내가 뭔가 잘못하고 있는 것 같다는 감각이 무지 크게 느껴지는데,
그걸 해결할 수 있는 돌파구는 찾지 못하니, 그 스트레스란 정말. ㅠㅠ
... 하지만, 요즘은 내 맘대로 대면수업만을 고집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고,
어쩔 수 없이 온라인 수업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
그렇다면, 이 속에서 어떻게든 ‘평등한’ 관계성을 만들기 위한 방법을 찾아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
(주의: 관계성 만들기 아니고, '평등한' 관계성 만들기 라는게 핵심!!
문제점: 문제의식은 있으나, 돌파구는 여전히 오.리.무.중.)
대면만큼 빨리(?) 힘의 중심이 이동하진 않겠지만,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보자.
... 인권교육, 다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기분이다.
올해는, '온라인에서의 인권교육'을 일종의 연구주제 삼아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