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최초 첫 부장 라이프> #3. 힘들었다. 왜냐하면...(2)
(1편에 이어서 씁니다. ^^)
부장으로 사는게 힘들었던 두 번째 이유는 ‘시선’이었다.
날 바라보는, 사람들의 달라진 시선 말이다.
2019년의 나와 2020년의 나는 같은 사람인데,
그저 갓 복직한 한 명의 담임교사였던 2019년의 나를 바라보는 시선과
코로나 상황 속에서 이것저것 안내 메시지를 날리는
연구부장인 2020년의 나를 바라보는 시선은 달랐다.
(적어도 내 느낌은 그랬다.)
오고 가면서 가볍게 건네는 대화나 인사, 나를 부르는 호칭이 달라졌고,
은근히 나를 ‘승진 라인’으로 분류하는 시선과 태도가 무척 생경했으며,
(‘전 그런 생각이 없어요’ 라고 말하는 것도 이상하고, 안하자니 그렇게 분류되는 게 괜히 억울했다.)
내 말과 행동은 ‘연구부장’이라는 틀 속에서 해석되고 판단되었다.
원격수업에 관해 아이디어나 의견을 말할 때마다,
예전엔 그냥 ‘한 사람의 생각’으로 여겨졌던 것이 이젠,
연구부장으로서 교감이나 교장의 의견을 대변(?)하는 것처럼 받아들여질 때가 종종 있었고,
불필요한 오해가 생겨나는 것을 한두 차례 겪다보니,
이젠 점점, 학교에서 의견이나 생각을 말하는 것이 조심스러워지고 부담스러워졌다.
... 생각해보니, 1년 전의 나도 그랬던 것 같다.
그냥 학년부장이나 다른 부장들이 하는 말과 달리,
연구나 교무부장이 하는 말들은 학교장이나 교감의 지시처럼 받아들였던 것 같다.
(생각해보면, 이 또한 얼마나 ‘권위적’인 생각이자 틀이었는지!!!)
내 말과 행동을 ‘그런’ 틀로 바라보지 않기를 바랐지만,
그건 내 맘대로 되지 않았고,
또 내 말과 행동이 마냥 그렇게 ‘개인의’ 것일 수도 없었다.
연구부장이라는 역할 상, 학교의 교육과정과 학사운영의 전반을 끌고(?) 가다보니,
학교장, 교감과 상의해서 결정해야 할 부분도 많았고,
내가 옳고 좋다고 생각하는 것 중심으로 밀어붙일 수만도 없었다.
그래서 마주하게 된 나를 힘들게 했던 세 번째 이유는 바로 ‘겉과 속의 불일치’였다.
내가 좋다고,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방향과 다른 생각, 다른 입장을 가진
수많은 구성원 속에서 ‘중간’을 지키면서
‘행정적인 처리’를 하고 ‘결정을 내리고 실행’하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평소처럼 나의 입장, 생각을 ‘강력하게’ 주장하고 말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이건 아닌데’ 싶은 말들 속에서
웃으면서 버티거나 수용해야 하는 상황도 생겼다.
알게 모르게 마음의 상처도 많이 입고, 자괴감도 느낄 수 밖에 없었지만,
그 속에서 하나 배운 것은,
'옳은 말과 구호만으로 세상은 바뀌지 않는다는 것'이었고,
좀더 '지혜로운 전략과 설득의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1년을 지내면서 그 방법을 조금이나마 찾아가고 있다.
돌이켜보면, ‘그렇게’ 날세워 부딪히지 않고도 (사실 그렇게 날을 세우지도 않았지만...)
조금씩 조금씩 할 수 있었던 것이 있었을텐데,
의욕이 앞선 미숙함 때문에 스스로 갈등하고 힘들었던 것이 컸던 것 같기도 하다.
내년엔, 이것보다 좀 더 잘 할 수 있겠지.
그리고 덜 다칠 수 있겠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하나, 바라고 또 지키고 싶은 것은,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가치와 방향’까지 타협하거나 흔들리지 않는 것이다.
‘이해하고 너그러워지되, 생각과 마음을 또렷하게 지키기’
2년차를 맞이하는 다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