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는 권리다?!
한창 인권 수업을 하고 있었다.
세계인권선언의 각 조항을 읽어보면서 권리의 목록을 찾고 있던 중,
"여러분에게는 누구나 교육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라고 말을 한 바로 그 순간, 나는 봤다.
아이들의 입꼬리 한 쪽이 들려올라가면서 삐딱하게 고개를 들어 슬쩍 나를 쳐다보더니,
이런 표정을 짓는 것을.
인권 수업을 할 때마다 이 '교육받을 권리'는 항상 교사인 나를 곤란하게 만드는 권리다.
이미 차고 넘치는 '교육'으로 인해 완전히 지쳐있는 아이들에게
'교육은 권리'라고 입이 부르트도록 이야기해봤자,
아이들의 반발은 점점 더 커진다.
세계 인권선언에서 아무리 교육받을 권리를 주장해봤자,
현재 아이들에게 교육은, 공부는, 제발 좀 가져가달라고 손발 싹싹 빌고 싶은 '전혀 누리고 싶지 않은' 권리다.
아이들은 말한다.
"쌤, 그거 누가 만들었어요? 저 좀 정말 따져야겠어요!!!
그 권리 때문에 우리가 이렇게 힘들게 된거잖아요!!"
이런 아이들에게 그냥 '공부'해라 말해봤자, 뭐가 되겠나?
아이들에게 공부가 권리처럼 느껴지게 만들어야 한다.
누가? 교사인 우리가.
그래서 난 수업을 노력한다.
아이들에게 공부가 권리처럼 느껴지도록.
아이들이 숙제를 안해오고, 그래서 수업 시간에 참여하지 못하는 것이 아쉽게 느껴지도록.
뭐, 매번 성공하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이젠 제법 아이들이 공부와 수업시간을 권리로 누리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이렇게 말하기 시작했다.
"야~ 너 아직 안했어? 빨리해. 너 지금 안하면 수업시간에 참여 못하잖아!"
"아, 벌써 4교시야. 더 하고 싶은데."
"5분만 더해요! 밥 늦게 먹어도 괜찮아요!"
수업을 어떻게 하길래, 공부를 어떻게 하길래 그런 말을 듣냐고?
이제부터 조금씩, 우리반 수업을 열어보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