꼰대 소리 듣지 않는 법 - 영화 '인턴'을 생각하며
최근, 인터넷 뉴스에서 재미있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바로 '꼰대 소리 듣지 않는 방법'인데요,
http://www.hankookilbo.com/v/dbabe0455d7f41b89a771fb7d5bbdf42
이 기사에서는 꼰대 소리 듣지 않는 방법을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하나, 내가 틀렸을지도 모른다. 둘, 내가 바꿀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셋, 그 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넷, 말하지 말고 들어라, 답하지 말고 물어라. 다섯, 존경은 권리가 아니라 성취다. |
꼰대.
어쩌면 교사인 우리가 피해갈 수 없는, '숙명같은' 별명이 아닐까 싶어요.
그리고 듣기에 썩 '좋지만은 않은', 기분이 썩 '좋지는 않은'그런 별명이지요.
그렇지만, 학생들이 아무에게나 꼰대라는 소리를 하지는 않습니다.
주로, '말이 안통하고 답답한' 상대를 이렇게 부릅니다.
혹시 우리가 '꼰대'가 아닌, 진짜 '선생님'이 될 수는 없을까요?
학교 버전, 교사 버전 '꼰대 소리 듣지 않는 법'을 생각해보았습니다.
첫째, 선생님도 틀릴 수 있다! 모를 수 있다!
수학 시간, 칠판에 열심히 문제를 풀어주었습니다. 헉,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일까요? 답이 틀렸습니다. 민망하다고요? 이럴 때 우리가 쓰는 비장의 무기가 있지요. "너네들이 얼마나 집중하고 있는지 알아보려고 일부러 틀린거야. 그런데 그거 하나 못 찾아내니?" 하지만 아이들은 귀신같이 알고 속으로 생각합니다. 쌤 틀려놓고 괜히 저런다고요. 우리가 꼰대가 되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은 무척 간단합니다. "어머, 쌤이 실수했다. 그럴 수도 있지 뭐. ^^;;" 쿨하게 인정해봅시다. 아이들이 무시할까봐 걱정된다고요? NoNo. 그렇지 않아요. 삭막한 수업 시간에 웃음과 활기를 줄 수 있습니다. 또 우리는 이것을 배움으로 바꿔낼 수도 있습니다. "얘들아, 쌤이 어디를 틀렸을까? 쌤을 도와주면 좋겠어요!!" (주의!! '실수'를 너무 '자주' 하면 정말로 무시당할 수 있음.) |
둘째, 내가 바꿀 수 있는 학생은 없다!
혼내지 말고 걱정하자!
화장을 하고 다니는 학생을 바꾸고 싶습니다. 거짓말하는 습관을 바꾸고 싶습니다. 게으른 행동을 바꾸고 싶습니다. ... 교실에서 아이들과 만나다 보면, '바꾸고 싶은' 것이 어디 한 둘일까요? 하지만, 우리는 학생을 바꿀 수 없습니다. 아이들은 적게는 7년, 많게는 16년 정도의 인생을 살다가 우리를 만납니다. 인생의 한 순간, 점을 찍듯이요. 길고 긴 인생을 살면서 형성된 아이의 삶을 내가 '바꾸려는' 것이 어쩌면 욕심일지도 몰라요.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아이를 있는 모습 그대로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왜 지각했어? 지각하는게 잘하는 거야? 게을러서 어쩔래?" "화장하지 말라고 했지! 어른되서 해!" 같은 날선 말 대신, "뭔가 사정이 있구나. 그럴 수도 있지... 하지만, 쌤은 그런 모습이 걱정된다." 라고 말해보면 어떨까요? 우리의 날선 말은 아이를 바꾸지 못합니다. 그러나, 아이를 '걱정'하는 마음은 아이의 마음에 점을 찍고, 아이의 인생 어느 한 순간, 아이에게 변화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나와 함께 하는 1년 사이에 아이가 변하지 않았다고 조급해하지 맙시다. ^^ (주의! 그렇다고 아이들이 모든 것을 제멋대로 하는 걸 놔두면, 1년이 피곤해짐.) |
셋째, 옛날은 옛날이고, 지금은 지금!
새로운 아이들에게 적응하자.
가끔 교사들은 아이들을 가르치는 과정에서 자신이 어렸을 적 학교에서 수업 '받던' 장면을 떠올리며 수업'할' 때가 있습니다. 그리고 작년 아이들과 비교하기도 하지요. "쌤이 학교 다닐 땐 이것보다 훨씬 숙제가 많았어." "지금보다 인원이 2배나 많았어도 이렇게 시끄럽지는 않았는데." "너희 선배들은 말이야, 얼마나 대단했는데. 공부도 잘해, 운동도 잘해, 놀땐 확실히 놀고, 공부할 땐 확실히 공부하고." 등등의 말로 뻥도 치지요. 꼰대 되기 싫다면, '쌤 어렸을 적에...', '너희 선배들은....'이라는 말은 접어둡시다. 요즘 애들은... 이라는 말도 접어둡시다. 아이들은 그냥 '아이들'일 뿐입니다. 우리가 아이들의 모습에 맞춰서 '새로운 것'을 배우고 적응해야하지 않을까요? (주의! 과거와 오늘날의 모습을 비교하는 수업 시간에는 할 수 밖에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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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째, 아이들에게 동의를 구하자!
"배경을 더 진하게 칠해봐." "여기가 너무 비어 있는데, 좀더 그려봐." "아니, 그렇게 하지 말고, @@$$%%&&하게 해야지!" 아이들이 활동을 하는 걸 보면 때로는 무척 '깝깝'합니다. 조금만 더 하면 좋아질 수 있는데, 그냥 거기서 멈추는 게 아쉽기도 하고요. 그래서 우리는 자꾸 끼어들어서 가르쳐주고 충고해줍니다. 우리는 기왕 하는 거 더 잘했으면 하는 마음에서 하는 말인데, 아이들은 속으로 이렇게 생각합니다. '아~ 왜이렇게 귀찮게 하는거야. 이정도면 됐구만...' 꼰대가 되기 싫다면, 아이들이 더 배우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면, 이렇게 말해봅시다. "쌤한테 아이디어 하나가 있는데, 들어볼래?" 아이의 동의를 구하는 한 마디가 아이의 마음을 '귀찮음'에서 '배움'으로 바꿀 수 있습니다. ^^ (주의! 아이가 '들어보겠다'고 말한 걸 '동의'로 착각해서 '강요'하게 되면 부작용이 더 심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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꼰대.
피할 수 없는 숙명이라지만,
그래도 피해보려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결국, '교육'은 '관계'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