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를 쓰다 - 세계인권선언 기념일을 맞이하며...
매년 12월 10일은 세계인권선언 기념일.
이 날을 맞아, 앰네스티에서는 '편지쓰기'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연다.
올해는 '소박한 영웅'이라는 제목으로 새로 리뉴얼된 캠페인을 열었다.
(관련 웹페이지: http://amnesty.or.kr/letter2015/page/3/)
인권친화교실로 함께 살아가는 우리 반도 오늘, 아이들과 함께 편지쓰기에 나섰다.
시작은 '편지'에 대한 이야기.
손편지를 받아보았을 때, 보낼 때의 따뜻한 마음으로 이야기를 열고,
해리포터 영화 속의 편지 장면을 통해 '편지가 가지는 힘'을 이야기했다.
그리고 작년, 2014년도에 보낸 324만통의 편지가 가져온 변화를 함께 나누었다.
올해의 사례를 소개했다.
사라져버린 6명의 시리아인 가족들,
그리고 정부를 풍자하고 비판했다는 이유로 43년 형을 받은 말레이시아 만평가 주나르.
아이들의 관심을 더 끈 것은 시리아인 가족보다 '주나르'의 이야기였다.
아마 내가 해준 이야기가 무척 와 닿았나보다.
"여러분, 만약 여러분이 쌤에게 뭔가 불만이 생겨서 이것에 대해 항의하거나 비꼬았다고 해서
내가 여러분을 벌준다면, 과연 정당할까요?
주나르는 정부를 비꼬고 항의했다는 이유로 43년의 징역형을 받았습니다."
사례에 대해 공감하고 바꿔보고자 하는 마음이 있다면, 전 세계의 300만통에 1통의 편지를 더해보자고 말했다.
아이들은 질문이 많았다.
혹시, 이 편지 썼다가 정부에서 자기들에게 찾아오면 어떻게 해요?
이거 쓴다고 해서 나쁜 일 생기지는 않겠지요?
등등.
처음 해보는 활동에 무첫 낯설고 두려운가보다.
이 편지가 주나르나 시리아 가족 당사자가 아닌, '정부'에게 보내진다는 사실도
아이들에겐 참 낯설고 또 걱정되는 듯 했다.
하긴, 앰네스티 회원모집하는 곳에서 자기는 공무원이라 이런거 하면 안된다고 하는 사람도 있으니,
아이들이 느끼는 두려움이나 걱정이 충분히 이해가 된다.
(한편으로는, 그동안 가정에서 아이들이 부모에게 들어왔을 말이 어떤 종류인지 짐작이 되어 안타깝기도 했다...)
아이들에게 앰네스티 회원으로 살아가고 있는 내 이야기를 해주었다.
5년째, 매년 꽤 많은 양의 탄원을 쓰고 있다고,
염려하고 걱정되는 마음이 들 수 있고, 또 그 마음을 내가 다 없애줄 수는 없지만,
이렇게 매년 편지를 쓰면서
내 자신이 아니라 다른 누군가를 생각하고 도와줄 수 있다는 사실에서 얻는 만족감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별것 아니지만,
아이들이 이런 내 말에 힘을 얻고, 하나 둘,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이어, 아이들과 함께 하고 싶어서+앰네스티 후원과 겸사겸사 해서 구입(?)한 '페이퍼토이'를 선물했다.
그리고 함께 만들기 시작했다.
미술이 교과 시간이라 이런 활동을 나와는 처음 해봐서 그런지,
아이들이 무척 좋아한다.
좋아하는 아이들 모습을 보면서 나도 참 좋았다.
지금 이렇게 만든 페이퍼토이가 아이들 책상에 놓여지고,
볼 때마다 나도 '누군가를 위해서 작은 일을 실천할 수 있다는,
그렇게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다가갔으면 좋겠다.
이 수업 활동은 사회 4-3단원을 재구성한 것이었다.
교과서 속에는 세계 속의 여러 지구촌 문제와 원인이 간략히 나와있고,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국제기구와 NGO 단체가 간략히 소개되어 있다.
교과서의 맨 마지막 부분에서는 '관심과 참여'를 이야기하며 끝맺고 있다.
이 '참여'를 함께 해보고 싶었다.
어떻게든 아이들이 할 수 있는 '참여'를 경험하게 해주고 싶었다.
사실, 올해 아이들과는 7월부터 만나다보니, 제대로 인권 수업과 인권활동을 펼쳐가질 못했다.
대체로 1학기 중에, 학급 안에서의 인권 이야기를 다루고, 2학기에는 이런 액션 중심으로 펼쳐갔는데,
올해는 2학기에 학급 내의 인권 이야기를 다루는 것도 빡빡했기에,
올해 아이들은 사실, 이게 첫 액션 경험(?!)이다.
그러다보니 이래저래 아쉬운 점이 많지만,
그래서 오히려 이 시간이 더 소중하고, 또 그렇기에 이 활동을 아이들과 꼭 함께 하고 싶었다.
처음의 아이들의 시큰둥한 표정이 점점 변하면서 진지하게 손편지를 쓰고 문구를 고민하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참 따뜻해져왔다.
아이들이 마냥 자기만을 위한 삶을 벗어나고 좀더 시야가 넓어져서
세상의 수많은 사람들과 상황을 너르게 보고 보듬어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주변에 대한 관심을 거두지 않고,
아이들의 삶 속에 이런 작은 행동이 쌓여가고,
그래서 세상이 더 따스한 곳으로 바뀔 수 있었으면 하는 기대를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