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깔때기 독서시간]#8. 학교의 업무계획, 복붙을 넘어설 수 있을까?
이 내용은 제가 쓴 글이 아닙니다.
오늘 소개할 책, <건축이 바꾼다>의 94~96쪽에 나오는 문장을 그대로 옮겨쓴 글입니다.
책의 저자, 박인석씨는 설계없는 사회에 대해 설명하면서
그 예로, 마을의 소규모 공공건축물-어린이집, 동사무소, 파출소 등등-이 어떻게 지어지는지,
그 과정을 위와 같이 말합니다.
그런데 어쩜 이렇게 학교의 업무가 돌아가는 방식과 똑같은지 모르겠습니다.
학교도 마찬가지입니다.
운동회, 학예회, 입학식, 졸업식과 같은 하루짜리 행사뿐만 아니라,
학교의 1년살이를 책임지고 이끄는 '학교교육과정'도, '학년교육과정'도
이런 식으로 만들어질 때가 참 많습니다.
물론, 처음부터 모든 것을 새롭게 만드는게 어렵기 때문에 과거의 문서를 참조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하지만 과거의 문서에 대해 반성적 성찰도, 새롭게 나아감도, 불필요한 것에 대한 버림도 없이
그냥 날짜와 숫자만 바꾸는 '각종 계획서'들이 무슨 의미일까요?
12월, 이제 1년의 학급/학년/학교의 교육과정이 마무리에 들어가고,
또 내년을 위해 각종 설문조사와 회의가 열리는 시기입니다.
이 모든 설문조사와 회의가 때로는 무척 지치기도 하고 또 지난하다 느껴지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보다 더 나은 1년살이의 토대를 꾸리는 시기이기에,
구성원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어 함께 고민하고, 함께 고쳐나가는 과정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하던대로 해."
"그동안 별 문제 없었잖아?"
"바꾸려면 힘들어."
"이게 뭐 그리 중요하다고 여기에 힘을 빼? 그냥 빨리 해치워."
라는 말보다,
"더 나은 방법은 없을까?"
"무엇을 고칠 수 있을까?"
"뺄 것과 더할 것은 무엇이지?"
"우리가 정말 원하는 게 뭘까?"
를 함께 이야기나눌 수 있는 학교를 꿈꿔봅니다.
이 책은 2017년 여름에 나온, 그리 오래되지 않은 따끈따끈한 책입니다.
이 책은 '건축'에 대해 고민하고, 우리나라의 건축 관행에 대해 계속 질문을 던집니다.
그래서 언뜻 보기에, 교사인 우리가 왜 이 책을 읽어야하나 싶기도 하지요.
하지만 이 책은 참 신기하게도,
저자가 던지는 '건축'에 대한 질문과 고민이
'교육'에 대한 질문과 고민으로 치환되어 읽힙니다.
일부러, 억지로 연결시키지 않더라도,
무척 자연스럽게 독자인 나 자신이 스스로 교육에 대해 질문과 고민을 던지게 만듭니다.
"한국 건설 산업이 겨루어야할 진짜 과제는 따로 있다.
생산방식을 진짜로 혁신하는 것이다. 낙후한 고용구조를 치유하고 양극화를 완화하는 것이다." (p.64)
를 읽으면서, "한국의 학교교육이 겨루어야 할 진짜 과제는 무엇인가?"를 묻게 됩니다.
"정부조직과 행정은 정부가 직접 발주하는 공사업무를 하라고 있는게 아니다.
시민들의 경제활동과 삶의 질을 살피고 그 발전을 이끄는 일이 더 중요하다.
정책과 제도는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이다." (p.46)
을 읽으면서, "교육부와 교육청은 뭘하라고 있는 조직일까?"를 고민해봅니다.
곧 다가오는 방학,
이 책과 함께 저자가 던지는 질문과 고민을 학교와 교육에 연결시켜보시길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