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교육,그림책을만나다]Ep6. 이런 평화그림책, 어때요? 2 : 전쟁과 폭력에 관한 그림책
오늘 소개할 책은 '폭력'에 관한 책입니다.
폭력에 관한 그림책은 아주 다양합니다.
일상의 삶 속에서 나타나는 폭력의 장면에 관한 그림책도 있고,
폭력의 가장 정점이라고 할 수 있는, '전쟁'에 관한 그림책도 있습니다.
그리고..
평화를 이야기할 떄, 반드시 빼놓아서는 안되는 '국가폭력'에 관한 그림책도 있습니다.
오늘은 이 중에서 '전쟁'과 '국가폭력'에 관한 그림책을 소개해볼까 합니다.
왜 '일상의 폭력'에 관한 그림책은 없냐고요?
일상의 폭력에 관한 그림책으로 제가 제일 좋아하는 것은 바로,
<싸움에 관한 위대한 책> 이라는 제목의 그림책이에요.
이 그림책은 전에 한번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굳이, 중복해서 소개하지는 않으려고요.
첫번째 책, 전쟁에 관한 그림책.
오늘 소개하고픈 그림책은 <숨바꼭질> 입니다.
올해, 2018년에 나온 따끈따끈(?)한 그림책이지요.
아이들에게 이 그림책을 처음 보여주면, 함박웃음이 터집니다.
재밌어 보이는거지요.
일부러, 그림을 보여주지 않고 글만 읽어주었습니다.
"숨바꼭질할까?
내가 먼저 술래.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이 부분에선 아이들이 합창하다시피 함께 외칩니다.
"꼭꼭 숨어라, 달님이 찾을라.
꼭꼭 숨어라, 해님이 찾을라.
숨었니?
숨었다!"
그림 없이 글만 읽어주고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어봅니다.
여러분이 만약, 그림책 작가라면, 이 이야기에 어떤 그림을 그릴 것 같냐고요.
그리고, 이번에는 그림과 함께 글을 읽어줍니다.
시끌시끌하던 아이들이
갑자기 조용해집니다.
이 그림책은 6.25 전쟁에 관한 그림책입니다.
전쟁이 나서, 피난을 떠나는 장면을 작가는 '숨바꼭질'로 표현했던 것이지요.
그림책 뒷부분으로 가면,
뭔가, 더 마음을 '조여오는' 느낌이 듭니다.
피난지에서 다시 원래 살던 곳으로 되돌아온 아이가 친구를 찾아갑니다.
하지만...
'못찾겠다 꾀꼬리'
라는 문장이 아이들에게도, 저에게도 아리게 다가옵니다.
이 그림책과 함께 아이들과 전쟁에 관해 얘기해볼 수 있습니다.
아이들은 흔히, 전쟁을 '무섭다' 라고 말하면서도 전쟁 얘기를 하는 눈빛과 목소리는 살짝 상기되어 있습니다.
이들이 떠올리는 전쟁의 이미지 역시 그러합니다.
전쟁의 피해와 아픔보다는,
각종 무기와 위대한(?) 장수, 그리고 지략과 전략 같은 것들을 먼저 떠올리지요.
이건, 아이들의 감수성이나 공감능력이 떨어져서가 아닙니다.
영화나 유투브, 게임 등, 아이들이 접하는 매체가 전쟁을 그렇게 묘사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아이들과 평화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에는 전쟁의 아픔과 피해를 이야기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아픔과 피해는 '숫자'나 '통계'가 아닌,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지도록 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 <숨바꼭질>이라는 그림책은 그 매개체로 쓰기에 좋은 그림책입니다.
두번째 책, 국가폭력에 관한 그림책
이번에 소개할 그림책은 <운동화 비행기> 입니다.
이 책을 처음 대하는 사람들은 이 책의 표지만 보고, 밝고 맑고 명랑한 이야기를 기대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꽃비가 쏟아지고, 아이의 표정도 참 해맑으니까요.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그림책은 해맑은 아이의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운동화를 선물받고 신이 난 '정새날' 어린이가
친구들과 함께 냇가로 놀러갑니다.
이야기가 갑자기 반전됩니다.
총구가 나오고, "탕, 타앙!" 이라는 문장이 이어지지요.
연수에서 이 책을 함께 읽던 선생님들이 순간,
'헉' 소리를 내며 놀랍니다.
아이는 결국, 총에 맞아서 죽습니다.
이 이야기는 5.18 민주화운동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야기 속의 '정새날' 어린이는,
5.18 당시, 계곡에서 놀다가 총에 맞아 죽은 방광범(14살),
신발을 줍다가 총에 맞은 전재수(11살)를 모델로 하고있습니다.
무거운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이 그림책이 좋은 것은,
아픔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입입니다.
국가의 폭력에 대항하여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켜낸 사람들의 얘기가 담겨있습니다.
이것을 보면서, 아이들과 '국가의 역할이 무엇인지',
'시민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얘기해보면 좋겠습니다.
국가의 폭력에 무기력한 존재가 아닌,
민주주의와 평화, 인권을 지켜내는,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라는 표현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이와 더불어,
꼭 우리나라 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국가폭력과,
그 폭력에 대항해온 평화의 역사를 함께 고민해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세 번째 책, 전쟁과 국가폭력이 합쳐졌을 때.
사실 이 책, <제무시>는 아이들에게 읽어주지 못했습니다.
도저히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어떤 얘기를 풀어나갈 수 있을지, 감이 안잡히거든요.
하지만, 이 글을 읽는 독자들에게는 꼭 소개하고픈 그림책 입니다.
이 그림책은 6.25 당시 벌어졌던 '보도연맹 대학살'에 관한 그림책입니다.
책의 내용을 자세히 설명하기보다는,
책의 일부를 소개하는 것으로 갈음합니다.
글자체, 색깔...
모든 것들이 책의 이야기를 더 강렬하게 전달한다고 느껴집니다.
평화를, 폭력을 아이들과 함께 이야기한다는 것,
특히 전쟁과 국가폭력을 이야기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쉽지 않다고 해서 눈감을 수도 없고,
또 몰라도 되는 것은 아닐것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전쟁과 국가폭력의 해악에 대해 고민하고 생각해볼 수 있을때,
그 아이들이 자라서 성인이 되었을 때는 더 평화로운 세상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