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인권선언과 학급인권선언
(인권재단 사람, 반차별데이 스티커 중에서)
세계인권선언.
제2차 세계 대전이 끝난 뒤, 1948년 12월 10일 유엔 총회에서는 세계 인권 선언을 발표하였다. 이 선언문에는 인류가 다시는 전쟁을 되풀이하지 않고, 전 세계 사람들이 평화롭게 사랑가기 위한 방법이 담겨있다. 세계 인권 선언 덕분에 그동안 차별받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했던 여성이나 어린이, 소수 민족들의 권리도 적극적으로 보장해야 한다는 생각이 널리 퍼졌다. |
6학년 사회 교과서에는 이렇게 짧게 설명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일부 조항이 듬성듬성 실려있지요.
아이들에게 교과서 속의 인권선언은 어떤 의미로 다가가고 있을까요?
혹시, 단순히 '또 하나의 외워야 할 거리', '시험에 나올만한 문제'가 되고 있지는 않는지 궁금해집니다.
UN에서는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인권을 배우는 것 자체가 권리이며,
자신의 권리와 인권에 대해 알지 못한채로 내버려두는 것 자체가 인권침해 라고요.
우리가 알고 있는 '권리의 목록'들은 이 세계인권선언에서 출발했습니다.
표현의 자유, 신체의 자유, 비난받지 않을 권리, 휴식할 권리, 문화와 과학기술을 누릴 권리 등등이지요.
세계인권선언과 권리의 목록들이 죽은 지식이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었습니다.
인권은 '지식'으로 가르쳐지지 않습니다.
자신의 실제 삶 속에서 '경험'하고 '누리면서' 가르쳐집니다.
그래서 아이들과 함께, '우리반 인권선언'을 만들어보기로 했지요
먼저, 아이들과 함께 교실 속에서 겪는 여러가지 차별과 존중받지 못한다고 느꼈던 경험을 나누어보았어요.
아이들의 목소리는 생각보다 소소하고, 생각보다 재미있었습니다.
남자랑 여자랑 급식 양이 다르다. 수업 시간에 발표하면 야유를 보낸다. 피구나 발야구를 할 때, 못한다고 무시하고 공을 잘 주지 않는다. 선생님이 쉬는 시간을 빼앗는다. |
교사의 시각에서 볼 때는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아이들의 세상에서는 무척 중요하고 시급한 일들입니다.
인권은 거창하고 큰, 그래서 함부로 접근하기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인권은 교실 속의 이런 소소한 문제들을 해결해나갈 수 있는 Key입니다.
단순히 '차별받지 않을 권리'가 아니라 실제 급식을 받는 상황에서 경험했던 차별을 없애는 것,
단순히 '표현의 자유'와 '비난받지 않을 권리'가 아니라
실제 수업 시간 속에서 야유받거나 놀림당할 걱정하지 않고 말할 수 있는 것.
어른들과 교사들은 이 모든 상황을 뭉뚱그려서 '서로 존중해야지' 라고 훈계하지만,
아이들의 구체적인 맥락과 아이들이 딛고 선 교실 속 실제 상황에서
'무엇이' 존중이고, '어떻게' 하는 것이 존중인지를 배워나갈 수 있는 기회가 됩니다.
아이들의 의견과 생각을 모아 우리반의 구체적인 '인권선언'을 만들고 선포하였습니다.
아이들의 입으로 권리와 자신들의 삶을 연결지어보았다는 점에서 의미있습니다.
바라기는, 앞으로 교실 곳곳에서 "우리반 인권선언 *조 위반!!" 이라는 말이 자주 들려왔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아이들이 스스로의 권리를 교실 생활 속에서 누리고 찾는 연습이 쌓여가기를 바랍니다.
뱀발 하나.
인권수업을 꾸리다보면 때때로, 주변 선생님들은 저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애들이 권리보다 의무를 먼저 배우고 실천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러다가 자기만 알고 멋대로 굴면 어떻게 해..."
아이들을 바르게 이끌어야 한다고 믿는 '교사'이기에 그 마음이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그러나, 과연 아이들이 '권리'를 배우면 멋대로 굴고, 자기만 알게 될까요?
저는 요즈음의 모든 문제는 오히려 '권리'와 '인권'을 제대로 가르치지 못했기 때문에 발생하는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권리만 가르치고 의무를 가르치지 않아서가 아니라,
아이들에게 '온전히' 권리를 누릴 기회 자체를 주지 않았기에
권리를 어떻게 누려야 할지 몰라서 생기는 갈등이라고 생각해요.
권리란, 인권이란,
추상적인 '언어'로 존재하지 않습니다.
매일 매일의 삶 속에서 내가 다른 사람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또 내가 다른 사람으로부터 어떤 대접을 받고 싶은지,
그 구체적인 삶의 장면하나하나가 권리이자 인권입니다.
그렇기에 아이들의 삶 속에서 권리가 더 많이 이야기되어야 하고, 더 밀접하게 가까워져야 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