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최초 첫 부장 라이프> #2. 힘들었다. 왜냐하면...(1)
처음 해본 1년간의 부장 라이프는 딱 하나의 낱말로 수렴된다.
“힘들었다.”
보람? 행복? 의미?
솔직히 모르겠다. 그런거 별로 없었던 기억이다.
1년동안 제일 많이 한 말은 “힘들어.”였고,
“이런 건줄 알았으면, 무슨 일이 있어도 안한다고 했을거야.”였고,
“망했어.”였다.
처음엔 ‘일이 너무 많고, 코로나 때문에 너무 상황이 급변해서 대처하기 힘들고,
그런데 나는 일이 익숙하지 않아서’ 힘들다고 생각했다.
물론 일도 많았고, 상황에 대처하기도 벅차고, 일도 익숙하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처음엔 그것 때문에 ‘힘든 줄’ 알았다.
하지만 돌이켜보니, 그건 ‘어려움’ 이었을 뿐, 힘든 이유는 아니었다.
내가 힘들었던 이유는 따로 있었다.
그 첫 번째 이유는, ‘무능력감’이었다.
실제 내가 잘 하고 못하고를 떠나, 스스로 느끼는 무능력감이 제일 두렵고, 제일 힘들었다.
수업이나 학급살이에 대해서는,
그래도 내가 잘 할 수 있다는, 어떻게든 대응할 수 있다는 내면의 자신감이 있었는데,
부장의 업무는 그렇지 않았다.
부장 업무 자체가 처음인데,
학교의 꽤 많은 영역을 커버해야 하는 연구부장 업무는 꽤나 버거웠고,
그런데 심지어 코로나 상황으로 인해 전 학년도까지의 기록들을 참고할 수도 없었다.
내가 하고 있는 것이 맞는건지 확신할 수도 없었고,
뭔가 문제가 생기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도 수시로 떠올랐다.
맨 땅에 헤딩하는 느낌이랄까.
특히 1학기에 그런 느낌이 정말 많이 들었다.
2주 간격으로 미뤄지는 개학 일정에 난생 처음 해보는 온라인 개학,
그 와중에 원격수업 플랫폼과 방법을 결정해야 했고,
학교 구성원들의 다양한 목소리 속에서 갈피를 잡기 힘들었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뒤로 들리는 말들은 내 내면에 자꾸 생채기를 냈고,
그 말들은 점점 더 자신감을 갉아먹었다.
“부장이 중심을 못잡아서...”
“자꾸 어렵게 만들지 말고...”
“모두 너 같지 않아.”
“중간에서 말을 잘 전달해야지, 왜 더 일을 복잡하게...”
분명, 모든 사람이 ‘만족하고 좋아할 수는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그리고 그런 시선에 너무 얽매이지 말라고, 그렇게 말해왔었지만,
막상 내 자신이 ‘무능력감’을 느끼는 상황에서 이런 뒷말을 듣게 되자,
절대 그런 말들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 무능력감을 이겨낼 수 있었던 힘은 ‘담임’으로의 역할이었다.
상황이 많이 어렵고, 제한적이긴 했지만,
일주일에 1번이나마 학생들과 만나고, 교실살이와 수업을 그럭저럭 ‘제대로’ 할 수 있게 되자,
정말 놀랍게도, 무능력감이 사라졌다.
수업에 빠져드는 아이들의 표정과 웃음소리, 대화가
그래도 ‘나 자신이 괜찮은 교사’였음을 떠올리게 해주었고,
교무실에서의 엉망진창인 내 모습을 상쇄해주었달까...
남들은 다, 연구부장 하면서 어떻게 6학년 담임까지 하냐면서 걱정해주었지만,
담임 안했으면,
난 더 큰일날 뻔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