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깔때기 독서시간] #4. 교사의 역할을 묻다.
#1. 질문
핵폭발이 있은지 4년 뒤,
1/20 확률로 생존한 사람들이 다시 학교를 열었습니다.
한 학생이 날카롭게 묻습니다.
“선생님은 평화를 위해 무엇을 하셨나요?”
전쟁의 불안을 항시 안고 살면서도 ‘설마 별 일이야 있겠어?’ 라던지,
‘핵이 있으니까 괜찮아’ 라고 생각하며 둔감해진채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어른은
말 없이 고개를 저을 따름입니다.
#2. 우리의 역할
전쟁을 결정하는 것은 정치인,
전쟁을 수행하는 것은 군인,
전쟁의 피해를 보는 것은 일반 국민들이라고 합니다.
이 말처럼, 어찌보면 국민들은 온전한 피해자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정말, 100% 피해자이기만 할까요?
전쟁을 막고 평화를 위해 노력할 수 있고 행동할 수 있는 부분은 조금도 없을까요?
꼭 전쟁의 문제만은 아닙니다.
심각한 환경오염과 미세먼지 앞에서,
자원의 고갈 위험 앞에서,
지금은 바뀌고 있다고 하지만 엉터리같았던 지난 세월의 정치 문제 앞에서,
우리는 마냥 피해자이기만 했을까요?
어느 날, 학생들에게, 혹은 자녀에게
‘선생님은, 엄마아빠는 무엇을 하였느냐’는 추궁을 받게 된다면,
여러분들은 무엇이라 대답할 수 있을까요?
이 책은 ‘살아남은 아이들’의 입을 빌어 우리에게
교사로서, 어른으로서, 이 사회 속 한 명의 구성원으로서 우리의 역할이 무엇인지,
지금 무엇에 관심을 쏟고 있는지를 묻고 있습니다.
그 때, 조금이라도 더 당당하게, 이렇게 노력해왔노라고,
그리고 지금도 노력하고 있노라고 대답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3. 덤덤한 글, 하지만 묵직한 이야기
이 책은 어느날 갑자기 닥쳐온 핵전쟁과 그 이후,
살아남은 자들의 생존을 그리고 있습니다. 이야기는 전혀 희망적이지 않습니다.
곳곳에 죽음이 넘쳐나고 또 죽음에 둔감해지는 장면이 너무너무 사실적으로 그려집니다.
어찌보면 정말 잔혹할 정도로 죽음이 넘쳐나는데,
글은 그냥 덤덤하게 죽음을 묘사합니다.
그래서 더 무섭고, 더 묵직하게 기억에 남는 책입니다.
청소년문학이라고 하지만,솔직히 청소년들에게 쥐어주고 싶지 않은 마음도 듭니다.
하지만 그래서 5~6학년 이상의 고학년 학생들과는 한번쯤 읽고 이야기나누고 싶은 책이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선생님들과, 부모님들과 먼저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집니다.
전쟁과 평화, 어른이자 교사, 시민으로서의 역할을 다시금 떠올리게 만드는 책입니다.
다가오는 추석, 마냥 행복하고 넉넉한 명절이겠지만,
넉넉한 마음에 이 책과 함께 작은 고민의 씨앗을 뿌려보시면 어떨까요?
최근, 지속적으로 불안이 고조되고 있는 우리나라 상황과 맞물려,
여러가지 생각을 하시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