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교육실습 지도교사가 되었다 - 교생과 협력해서 수업을 하라니...
서울교대 기준, 2학년 1학기는 관찰실습으로 교생들의 수업이 없다.
(사실, 관찰실습은 한번도 운영해보질 못했다.
들리는 말로는, 수업 준비에 대한 부담 없이 수업 참관만 하다보니,
교생들이 아주 행복하고 밝은 표정으로 출근을 한다고..
하기사, 나같아도 1주일 내내 구경만 하라고 하면 기쁜 맘으로 학교 갈거 같다. ㅎㅎㅎ)
교생들이 실제 수업을 하는건 2학년 2학기, 참가실습부터.
본격적인 실습이라기보단, 이것도 약간 맛보기 같은 느낌이다.
참가실습을 하는 교생들은 2주동안 1번은 담임교사와, 2번은 동료 교생들과 협력해서 수업을 한다.
그렇게 간단하게나마 수업 경험을 쌓고 나서 마지막에 1번, 단독으로 수업을 하게 된다.
교실수업을 처음 해보는 실습생들 입장에서는 참 괜찮은, 뭐 그런 단계인 것 같다.
그러나, 이 실습을 준비하고 지도하는 지도교사 입장에서는 꽤나 힘든 실습이 아닐 수 없다!
말이 좋아서 ’지도교사와의 협력‘ 수업이지,
실제로 수업을 계획하고 준비하는 건 지도교사다.
그러다보니 시범수업 1번에, 담임수업 2번, 그리고 교생별로 함께 하는 협력수업까지,
'공개수업'을 여러차례 하는 셈이라, 부담이 크게 다가온다. ㅠ_ㅠ
(내가 그때 그랬다. 시범수업에, 담임수업 2번에, 교생 3명과 따로따로 협력수업까지.
1주 사이에 6번의 공개수업을 하는 셈이었달까?)
협력수업의 원래 의도는 교생이 지도교사와 함께 수업을 어떻게 할지 상의하고
함께 수업 계획을 세우고 과정안까지 작성하는 것을 의도했을 것 같은데 (라고 추측해본다 ㅋ),
실제로는 지도교사가 과정안을 구성하고,
실습생은 이걸 수업으로 '구현'하는 것에 좀더 초점이 맞춰지게 된다.
나쁘진 않다.
수업을 '계획'하는 것 못지않게, '진행'하는 것 역시 교사에게 필요한 역량이니까 말이다.
수학 협력수업을 함께 하기로 한 교생님과의 에피소드 하나.
원의 넓이를 어림하는 수업에서 동기유발과 정리 부분은 내가 진행하고,
실제 활동 부분의 진행을 맡겼다.
정사각형, 원, 마름모 모형, 그리고 투명 모눈종이 활동지를 활용하는 활동으로 구성했고,
그래서 교구랑 학습지를 직접 제작해서 준비해보라고 했다.
그 이야기를 들은 교생님의 한마디.
"제가요?"
악의가 있지는 않았고, 그냥 너무 몰라서 그런 것이겠지만,
그렇게 아무것도 모르는 교생 3명과 함께 '협력수업'을 만들어간다.
학생들에게 어떻게 발문을 해야하는지,
학생들의 대답에 어떻게 반응해야하는지,
어떤 자료가 효과적인지, 어떻게 제시해야 하는지 등등,
하나하나 짚어주며 가르치는 거, 그게 2학년 실습이었다.
이 과정을 거치면서 지도교사였던 나도 수업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수업을 한다는 건, 수업 내용의 구성을 넘어,
수업을 구현할 수 있는 '과정과 기능'도 중요하다.
그리고 내 경우, 그 과정과 기능은 '경험'으로 축적해왔더란 걸 깨달았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교수 능력은 꽤나 '도제식'으로 전수되는 듯 하다.
수업 운영과 진행의 과정과 기능은 어떻게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을까?
물론, 여러가지 교수학습 관련 연수를 통해 일부 익힐 기회가 있긴 하지만,
그것으론 충분히 '연습'이 되지 않는 듯 하고,
짤막짤막하게 2주씩 하는 실습만으론 부족하다.
병원에서 인턴, 레지던트 과정이 있듯, 교사 역시 오랜 시간의 '임상' 경험이 필요한게 아닌지.
실습기간동안 짧은 기간이나마 '임상' 경험을 쌓게 해주는 거,
그게 현재의 실습 지도교사의 몫인데,
3년간 난, 충분히 잘 했던걸까 되묻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