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최초 첫 부장 라이프> #5. 교무실과 교실 사이
내 자리는 두 군데에 있다.
하나는 교실에 있고, 다른 하나는 교무실에 있다.
작년, 그러니까 2020년 2월까지만 해도 나의 주된 자리는 교실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교무실에 내 이름이 달린 내 자리가 생기는 것이 부담스러웠고, 또 ‘굳이 필요하나?’ 라는 생각을 했다.
2월, 봄방학 기간에 3주 내내 꼬박 출근을 했지만,
나는 자연스럽게 교실로 올라갔고, 교실에서 일을 했다.
그러던 어느날, 전화를 한 통 받았다.
“연구부장님, 앞으로는 출근하면 교무실로 오세요.”라는...
그 이후, (내가 왜 굳이 교무실에 있어야 하는지 잘 이해는 못했지만)
오전엔 교무실에서 일하다가 오후 퇴근시간 2시간 전 즈음에 다시 교실로 올라갔다.
개학을 하면 당연히 교실이 더 주된 근무지가 될거라 생각했고,
교무실은 잠깐동안 새학년을 준비하기 위해 필요한 임시적 근무처 정도로 생각했다.
하지만....
코로나가 터지고, 개학이 미뤄지고, 또 미뤄지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빗발치는 민원전화에 대응하고,
또 상황에 따라 급변하는 학교의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서
점점 교무실로 출근해서 (하루종일) 교무실에서 일하는 날이 많아지기 시작하더니,
‘온라인 개학’을 하게 된 이후엔 교무실이 나의 ‘주된’ 근무 장소가 되어버렸다.
그러려니 했다.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교무실이 주된 근무지라는 것은 썩 좋은 일이 아니었다.
우선, 교무실에서는 일의 효율이 잘 오르지 않는다.
수시로 사람들이 들락날락하고, 사람들로부터 전화도, 질문도 많이 받는다.
학교의 온갖 상황을 교장, 교감님과 협의하고 결정해야 했다.
(원래 연구부장이 이런 부분까지 신경쓰는건지는 잘 모르겠다. 처음이다보니 뭐, 비교 대상이 있어야지...)
하여튼 교무실은 집중해서 일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다.
집중이 잘 안된다는 것보다 더 큰 문제는 따로 있었다.
교무실에 있을 때에는 ‘담임으로서의 학급 일’을 챙길 수가 없다는 것이다.
왠지는 모르겠는데,
교무실에서 학급 일을 하고 있으면 무척 이기적인 행동을 하는 느낌적 느낌이 든다.
교무실에서는 공문함 하나라도 더 봐야 할 것 같고,
계획서 하나라도 더 써야 할 것 같고,
예산 하나라도 더 살펴봐야 할 것 같았다.
교무실 자리에서 학급 수업 준비를 한다거나, 학생들 과제 피드백을 달고 있다거나 하면,
왠지 모르게 눈치가 보였다.
결국, 수업 영상을 만들거나, 학생들에게 피드백을 달거나, 수업을 준비하는 것들은
퇴근 후에, 집에 와서, 밤을 새워가며(!!!) 하는 일이 되어버렸다. -_-;;;;
왜 이렇게 되었을까?
알게 모르게, 학급의 일, 담임의 일이 행정일보다 덜 중요하다고 여기는,
그런 인식이 있었던 것일까?
그건 아니다. (라고 굳게 믿는다.)
그저, 학교 전체의 일들을 누군가는 돌봐야 하는데,
(특히 2020년처럼 일상적인 루틴이 통하지 않았던 시기에는)
‘내 학급 일’을 앞세우기엔
내가 맡은 자리에서 해줘야 할 역할들이 많았고, 무거웠다.
바쁘게 돌아가는 업무팀(담임인데 업무팀이라는 아이러니) 사이에서 혼자 유유자적(?)하기엔,
빨리빨리 쳐내야 할 수많은 일들이 산적해 있는 걸 보면서
내 교실의 일을 앞세워 하고 있기엔,
같은 공간을 쓰고 있는 사람들에게 미안했다.
뭐 그랬다.
어찌되었든, 학급일만 하는 사람만으론, 현실적으로 학교가,
그것도 우리 학교처럼 거대학교가 굴러갈 수가 없었으니까 말이다.
하여튼,
교무실은 시간과 에너지를 ‘무제한’으로 잡아먹는,
연비 나쁜 자동차 같은 공간이란게,
1년을 살아본 결론이다. =P
그나저나 또다시, 1년을 더 연구부장으로 살게 되었다.
그만큼 교실과 교무실 사이를 종종대며 뛰어다니는 중이다.
실시간 수업이 확 늘어났고, (작년에 비해선) 등교일도 늘어났기에,
교실에 있는 시간이 작년보단 많아졌다.
그리고 솔직히, 그만큼 난 조금 더 행복하다.
(물론, 그만큼 비례해서 몸은 죽을만큼 힘들고 피곤하다.)
올해는 작년보다 더 나은 1년이길,
교무실도 좀더 효율이 높은 공간이 되길,
뭐 그렇게 빌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