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최초 첫 부장 라이프> #1. 프롤로그
올해, 아니 벌써 작년이다.
2020년은 여러모로 특별한 한 해로 기억될 것 같다.
전 사회적으로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었으며,
학교는 그로 인해 ‘온라인 개학’과 ‘원격수업’이라는 도전을 맞이했다.
그와 동시에,
나, 개인적인 차원에서는‘부장’이라는 역할을, 그것도 ‘코로나 시대의 연구부장’이라는 역할을
생애 최초로 수행해본 한 해였다.
살면서 ‘처음’ 해보는 일이 한두가지가 아니겠지만,
부장을 처음 해본다는 것은 좀 다른 느낌이었다.
우선, 교사로서 살면서 부장으로서 역할한다는 것은
교사라면 ‘누구나’ 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십여 년 전이라면, ‘승진’에 뜻을 둔 사람들이 많았기에 부장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었다.
지금은...
승진을 원하는 사람들이 줄어듦에 따라 부장 구하기가 어려워지면서
조금 더 그 역할이 ‘열렸다’ 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거절’할 수도 있는, 꼭 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긴 하다.
또, 부장할 사람을 구하기 힘들다고 말은 하지만,
학교 사회에는 십여 년 전의 부장=승진 이라는 인식이 암암리에 남아있기도 하다.
그래서 사람을 구하기 힘듦에도 불구하고,
부장을 ‘누구나 돌아가면서’ 할 수 있도록 시스템이 구축되지 않은 상태이다.
여전히 부장은, ‘할만 한 사람’을 ‘인선’해서 임명하고,
부탁받는 사람들은 “전 그럴만한 감이 되지 않아요.” 라고 사양하는 것이
미덕 아닌 미덕처럼 여겨지기도 한달까.
나 역시, 그런 인식과 생각에서 자유롭지 않았고,
승진에 뜻을 두어본 적이 없었기에 부장에 대해 1년 전까지만 해도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러다가 2019년 12월, 부장 역할을 부탁받았을 때,
무척 당황스럽긴 했지만, 그저,
‘일할 사람이 없어서 나한테까지 밀려왔을테고,
내가 거절했을 때 후배가 해야 하는 상황이 될 것 같으니, 어쩔 수 없이 해야겠네’
정도의 생각으로 부장을, 그것도 연구부장을 수락했다.
그렇게 진지한 고민 없이 수락한 부장 역할은
1년 내내 나에게 갈등과 번민을 안겨주었고,
내 마음과 생활을 꽤나 뒤흔들었다.
그렇게 얼떨결에 시작한 연구부장으로서의 1년을 대략 봉합하고 이제 겨울방학을 맞이했다.
여전히, 내년의 교육과정은 반도 완성하지 못한 상태이고, 그래서 머릿속이 복잡하긴 하지만,
그래도 1~2주라도 잠깐, 마음과 몸에 브레이크를 걸고
‘생애 최초, 첫 부장 라이프’를 되돌아볼까 한다.
누군가 그랬다.
글쓰기는 일종의 ‘치유’ 행위라고.
힘들고 지쳤던 1년을 돌이켜보는 글을 쓰면서
어설픈 부장 라이프로 덕지덕지 상처로 가득한 마음을 치유해보고 싶다는,
이 연재의 목적을, 소심하게 밝혀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