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평가의 아픔을 넘어서.
이번 주 월요일, 그동안 실시되었던 교원능력개발평가의 결과가 공개되었습니다.
학교 안팎에서 평가 결과를 받아든 여러 선생님들의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만족스러운 평가 결과에 행복하게 웃으며 SNS에 인증을 올리는 분도 계시고,
예상치못한 결과에 낙심하시는 분도,
뾰족한 말에 속상한마음을 토로하는 분도 계십니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툭 내뱉듯이 던져놓은 말에 상처받는 선생님들이 계시지요.
"생각 좀 하고 사세요."
"자격 없어요."
"잘난 척 좀 그만 해요."
1~2명에 불과하지만 이런 말을 들으면 다른 좋은 말이 아무리 많아도 누구나 감정이 상하게 됩니다.
머리로는
'그래, 모두가 다 나를 좋아할 수는 없지.'
'내가 좀더 잘할 수 있었을텐데.'
라고 생각하지만, 마음은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지요.
이렇게 상처받는 분들이 매년 발생함에 따라
이 평가가 과연 지속되어야 할 가치가 있는지, 꼭 이 평가기 필요한지에 대한 이야기가
온/오프라인에 넘실거리게 됩니다.
때론,
'그런거 봐서 뭐해? 볼 필요 없어.'
라는 말이 돌기도 하지요.
한발 더 나가서
역시 '미숙한' 아이들에게 이런 평가권을 주는 것이 옳지 않다는 주장도 나타납니다.
정말 아이들이 '미숙'하고 '철없어서' 그런 것일까요?..
아이들은 확실히 '철없는' 표현을 거침없이 내뱉습니다.
그 말과 그 표현이 자신의 담임선생님에게 상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하고 떠오르는대로 내뱉기도 하고,
혹, 그 말이 상처가 됨을 알면서도 의도적으로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상황이 이러하니, 정말 아이들에게 이런 '평가'의 기회를 주지 않는 것이 최선일까요?
클만큼 큰 대학생들이 한 강의평가에도 이런 일은 있다고 해요.
그럴거면 강의 그만둬라 등등 처럼요.
성숙이 '나이'로 결정되지 않는다는 뜻이지요.
성숙은 나이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경험과 배움에 의해 결정됩니다.
저는 아이들과 교원능력평가를 하기 앞서, 이 그림책을 활용하여 '말'에 대한 수업을 함께 나눕니다.
"얘들아, 이번에 너희들이 하게 될 평가는
선생님과 우리반을 위해 무척 소중한 시간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너희들이 솔직한 이야기를 들려줄수록
선생님이 더 좋은 수업을 할 수 있게 되고,
또 내가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실수했거나,
너희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했던 일들을 되돌아보고 고쳐나갈 수 있을거야.
그런데 말이야.
때론 너희들이 '솔직하게' 하는 말이 내 마음을 아프게 하거나 상처가 되는 경우도 있어요.
나에게 바라는 말은 솔직하게 해주되,
감정적으로 비난하는 말 대신, 진심어린 조언의 말을 해주면 좋겠습니다."
혹, 미처 수업을 하지 못했더라도 괜찮(?)습니다.
아이들의 날선 표현으로 상처받은 마음을 아이들에게 솔직하게 이야기 하시고,
(화를 내거나 비난하라는 말이 아니라!)
이에 대해 함께 고민해보는 수업활동으로 연결할 수도 있습니다.
"너희들이 써놓은 글들을 보면서 여러가지 생각을 했어요.
내가 했던 행동이 여러분들에게는 이렇게 보였구나,
그러려고 했던 것은 아닌데 그렇게 보였을 수도 있겠구나 하는 반성도 되고,
좀더 주의해야겠다 하는 생각도 했어요.
솔직하게 말해준 여러분들에게 고맙습니다.
나도 좀더 주의하고 노력해야겠다는 결심을 했습니다.
.. 그런데, 하나, 몇 개의 글을 읽다가 그 글의 낱말에 콕콕 찔려서 아프기도 했어요."
라는 말로 말이지요.
그저 일이 벌어진 후, 화내고 기분나빠하는 것이 아니라,
선생님에게, 어른에게 '예의없는' 말을 하는게 아니라고 꾸짖는 것이 아니라,
이 시간을 좀더 교육적으로 풀어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평가의 경험도 아이들에게 '배움'의 기회가 될 때, 그렇게 하나씩 둘씩 경험이 쌓여갈 때,
지금은 거칠고 '철없는' 표현으로 내뱉는 말이
조금씩 더 성숙해가지 않을까요?
뱀발)
이 글은, 교원평가제도를 적극 '찬성'한다거나 하는 의미로 작성하지 않았습니다.
이 글은 단지,
지금의 현실에서 아이들과 함께 이 마저도 '교육'의 한 부분이 되어보고자 하는
제 작은 '실천'의 나눔일 따름입니다.
학부모님들이 화풀이 하듯, 혹은 관리자가 통제의 도구로 쓰는,
그리고 이제는 우리의 성과 측정의 도구 혹은 급여 지급의 기준으로 쓰려는 윗선들의 움직임에 대해서는
단호히 '반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