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15. 아이들과 놀이와 토론으로 관계를 말해요
에피소드#15. 아이들과 놀이와 토론으로 관계를 말해요
새 학기 잘 시작하셨나요?
너무도 당연한 말이겠지만 아이들 성장이 참 빠르죠?
방학은 한 달이었지만, 아이들의 몸과 마음은 훌쩍 크고 달라져왔습니다.
물론 자신의 개성도 조금 더 멋들어지게 가꾸어 왔습니다.
이렇게 달라진 아이들~그 속의 관계는 그대로 일까요? 아니면 관계도 달라졌을까요?
개학이 2주가 지난 지금. 선생님들께서는 어떤 방법들로 아이들과의 관계를 이야기 해나가시나요?
저 역시도 제 나름의 방식으로 그 관계를 아이들과의 놀이와 토론으로 함께 풀어보고 점검해 나가고 있습니다. 지난학기 감사하게도 서준호 선생님의 심리역할극에서 팁을 얻어 만들어 본 간단한 놀이가 있었습니다.
아이들, 과연 어떠한 관계를 원하는 것이었을까요?
준비물: 긴 수수깡 학생수만큼 준비, 마끈1m~1.5m길이로 2명당 1줄
놀이 전 아이들에게 놀이방법에 대해 설명해 줍니다. 그리고 수수깡과 마끈은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관계의 눈이라고 이름 붙여주었습니다.
첫 번째, 음악과 함께 두 사람의 손가락으로 수수깡을 떨어뜨리지 않고 잘 유지하면서 몸을 움직여보라고 하였습니다.처음 아이들이 조심스러운 듯 움직이다가 여기저기서 수수깡을 떨어뜨리고 부러뜨리게 되면서 아이들이 서성이며 ‘선생님 어떻게 해요??’ 처음에는 많이 머뭇거리고 부러뜨린 수수깡을 어떻게 해야 할 지 몰라 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 00는 00와 떨어진 관계를 어떻게 하고 싶어요?’ 질문을 던져주었습니다. 서성이던 아이, 이 질문에는 주저 없이 바로 답을 하였습니다. ‘다시 주워서 계속 잘 지내고 싶어요’, '그렇게 하려면 지금 어떻게 해야 될까요?, ‘수수깡을 떨어뜨린 사람이 서로 사과하고 다시 주워서 놀이를 하면 될 것 같아요’ 이 상황을 지켜본 다른 아이들, 말이 필요 없겠죠. 바로 모델링이 되어 이젠 떨어뜨린 수수깡에 주저없이 다시 주워 서로 사과하며 너무도 잘 즐겨 주었습니다. 부러뜨린 수수깡도 서로 사과하며 다시 남은 수수깡으로 즐겁게 춤을 추며 즐기기 그지 없었습니다.
둘째, 길고 튼튼한 마끈을 잡고 같은 방식의 놀이를 하기 시작했습니다.아이들은 각자 자신이 움직이는 방향으로 가고자 몸을 돌리기 시작하였고 그 자유로움에 눈을 마주치기에는 신경 쓸 겨를이 없었습니다. 이 놀이 전 조건은 서로가 잡은 끈은 놓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점점 아이들은 노래에 흥이 더해갔고 마끈을 놓치 않으려 손에 끈을 더 단단히 조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잡자기 어느 곳에서 아야~하는 소리를 듣고 다가가니 한 아이가 하는 말 ‘끈이 튼튼하다고 믿고 내 마음대로 움직였더니 오히려 내 손이 더 아픈 거 같아요’ 라는 말을 하였습니다.
네. 사실 여기까지 사실 그대로가 제 의도였고 아이들은 고맙게도 그 의도대로 느껴주었습니다.
이렇게 아이들은 30분 가량을 즐겁게 잘 놀아 주었습니다.
이 놀이에 이어 저는 이 주제로 바로 토론을 시작해보았습니다.
나는 수수깡과 같은 관계가 좋다 VS 나는 마끈과 같은 관계가 좋다가 주제였습니다.
토론 전 투표는 13:6으로 나왔습니다. 6은 모두 남학생들이 선택한 표였습니다.
나는 수수깡과 같은 관계가 좋다라고 말한 아이들의 근거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1. 수수깡은 부서질까 서로를 보며 움직여야합니다. 그래서 서로의 입장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2. 수수깡이 떨어지면 다시 주워서 서로 사과하고 다시 시작하면 더 건강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3. 관계가 눈에 보이니 서로 떨어뜨리지 않으려고 조심하고 노력하게 됩니다. 가 대표적이었습니다.
마끈과 같은 관계가 좋다를 선택한 아이들의 근거는 다음과 같습니다.
1. 마끈은 길고 튼튼하기 때문에 상대방의 움직임에 신경을 쓰지 않고 내가 움직이고 싶은 대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습니다.
2. 마끈이 길고 튼튼하기 때문에 그 길이 때문에 내가 움직이면 친구는 알아서 나를 배려해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 그 주된 근거였습니다.
네. 아이들은 이 토론주제에 대한 의미를 명확히 알고 있었습니다. 서로를 보며 그 관계를 의도적인 노력으로 지속해 나가야 할 것인지, 노력없이 서로 친구라는 이유로 관계가 유지 된다고 생각하는 지를 말입니다.
이렇게 토론은 1시간이 시작되었고 토론이 끝난 후 아이들의 수는 변했습니다. 18:1(남학생) 아이들의 최종결론은 이러하였습니다. '관계는 서로 노력하지 않으면 지속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서로 신경을 쓰지 않고 지내다 보면 서로가 상처받은 것을 볼 수도 없고 위로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고 그것이 계속되면 사이가 벌어져서 관계가 유지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라는 것입니다.
물론 처음 이 놀이를 시도한 이유는 아이들에게 관계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었고, 또 관계를 위한 서로의 노력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체험해 주게 하고 싶은 것이 제 의도였던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그 토론과정과 결론에서 아이들이 내어 놓은 말들은 그야말로 저를, 제 자신을 되돌아 볼 수 있게 하는 계기를 마련해 준 주옥이 되어주었습니다.
방학과 개학을 거듭할 때마다 변화되는 것들도 바꾸어야 할 것들도 많지만 그 보다 아이들의 커가는 마음에 지혜에 감동받는 날이 더 많은 것이 바로 우리 “교사”라는 직업의 매력이 아닐까하는 설렘 가득 가슴떨리는 마음이 듭니다.
선생님들께서는 아이들과 또 다른 사람들과 지금 어떠한 관계를 유지하고 계신가요?
아이들과 함께 이런 관계에 관한 배움 체험 한 번 어떠실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