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8. 특별한 체험을 가져다 준 고마운 아이-‘선생님 찾으러 왔어요’
에피소드#8. 특별한 체험을 가져다 준 고마운 아이-‘선생님 찾으러 왔어요’
지난 번 글에 이어 제 마음을 행복하게 해 준 한 아이에 대해 이야기 해 볼까합니다.
며칠 전 방과 후 학교운동장을 떠들썩하게 울려 퍼지는 방송소리.
4학년 ○◯◯학생을 찾습니다. 여학생으로 머리는~, 옷은 ~
30분을 간격으로 2번을 울리고 있었던 사이 저는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어느 새 그 아이가 이 반에 있는지도 모르고 있었다니 말입니다. ^^;;
(이 아이 작년 4월 이 학교로 전학을 왔었습니다. 조금은 특별함을 가진 아이, 또 다른 아이들에게 큰 가르침과 깨달음을 주었던 아이, 나에게 진정한 통합교육이 무엇인지 느끼고 깨닫게 해 준 아이.)
지금 이 아이의 신체나이는 11살 지적 나이는 3세,,,그렇지만 마음만은 그 누구보다 잘 나눌 줄 아는 친구였습니다. 지난 해 4월 제가 맡고 있던 반에 전학을 오게 되었습니다. 늘 천진난만한 얼굴로 학교를 뛰어다니며 동해 번쩍 서해 번쩍 사람들을 놀라게 하고 걱정시키기도 하지요..)
그 울려퍼지는 방송.
저는 미처 듣지도 못했네요...;;어쩌나ㅠㅠ
제가 그 아이와 진지한 그리고 너무나도 행복한 대화에 빠져있었기 때문입니다.
선생님!!~저 운동장 갔다 왔어요, 선생님 찾으러 왔어요~ 그러면서 마냥 밝게 웃으며 나를 찾아다녔다고 말하고 있었습니다. 나를 크게 껴안고 얼굴을 부비어 주었습니다.
두 갈래로 땋은 머리지만 얼굴을 부비는 습관때문에 앞머리가 항상 헝클어진 듯 넘겨져 있지요..마음을 느끼고 싶은지 안기는 것을 안아주는 것을 무척이나 좋아하는 아이입니다.
이 아이 부모님이 안 계셔서 할머니께서 온 정성을 다해 기르고 있는 상태입니다. 지난 해,처음 우리 반에 전학 왔을 때 수업시간을 생각해 보면....순간순간 교실 이 쪽 저 쪽을 왔다 갔다 하면서 하는 돌발적인 행동에 다들 많이 놀랐고 다른 아이들의 물건부터 사소한 것 하나에 꽂히기라도 하면 바로마냥 그 자리에 털썩주저앉거나 구르며 3살 아기처럼 울어버리고 달래기 30분은 기본... 이었던이 아이. 학습보조 선생님이 안 계신 상태라...혼자서 달랠 수 밖에 없었던 터라 참 당황도 많이 했었네요.(이래서 세상에 경험보다 더한 지혜는 없다고 하나봅니다. 혼자보느라 힘든 만큼 느낀 것들은 그 몇 배나 되니까요^^)
물론 이 때문에 아이들에게 피해 아닌 피해가 된 점이 있었지요^^;;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아이들도 점점 그 것이 피해가 아니라 우리가 도와야 한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고 다들 그 아이를 위해 노력을 하기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일 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지금. 이 아이...저와의 그 밀고 당겼던 일들을 마냥 예쁜 추억으로만 남겨두었나 봅니다. 처음 꾸중도 엄청 심하게 했었는데 어쩌면 그런 일들은 다 잊어버리고 지금은 마음에 좋은 일만 기억에 남아있나 봅니다. 어찌보면 사람의 마음을 느끼는 점에서는 그 누구보다 영특했다고 해야 할까요? 네, 예리했던 것 같습니다. 느낌만으로 소통을 할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을 구별을 했었으니까요..
그랬던그 아이가 저를 찾아왔습니다.
지금 우리반 보물들도 이 아이가 오면 '아, 작년 선생님 보물이다!'라고 말을 하고 다들 반겨주니 이렇게 찾아온 아이가 더 없이 반갑습니다.(그래서 지속적이지는 않지만 가끔씩 찾아오는 것만 해도 지금 우리반 아이들에게 통합교육에 대한기회가 제공되고 서로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지게 되는 것에 감사하고 있지요)
그러고 보니 저를 일년 내 찾아다니고 찾아다녀주었네요. 보름 전부터는 매일 저를 찾아와주네요...물론 저는 다시 도움반으로 전화하기 바쁘지만요..^^;;점심시간 급식실로 들어서자 마자 어디선가 바로 뛰어와 나의 이름보다는 '우와~5학년 선생님~사랑해요'라고 품에 얼른 안겨버리는 이 아이. 오늘도 짜장면 가득 묻은 얼굴로 나를 안아버려 옷에는 살짝 얼룩이 묻었지만 마음은 더 맑은 느낌에 행복이 더 했던 하루였습니다.
바쁜 와중에 이런 작은 듯, 의미 있는 추억들이 다가와 줄 때 더 없이 힘이 나고 행복하지요^^.
그 아이 덕분에 작년에 이어 올해우리 반의 통합교육도 너무도 자연스럽고 의미 있게 잘 이루어졌고, 저 역시 작년1년동안 통합교육에 대한 관점과 시선이 많이 바뀌게 된 지금입니다.
부끄럽지만 사실 전 이 아이와 함께 하기 전 통합교육에 대해 그다지 찬성하는 입장은 아니었습니다. 물론 어느 쪽을 선택하든 그 선택에 따른 작은 피해는 피할 수 없는 상황에 이 트롤리 딜레마란 상황을 극복할 수 없음은 분명하기 때문이라 생각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 봅니다. 교육은 누구의 실리적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아..내가 그 때는 왜 그런 생각을 했었을까...라고..그 때의 어리석음에 코웃음이 납니다.
네, 이 아이에게도 편안하고 아늑한 교육환경이 필요했던 것입니다.
당시 진정 나에게 필요했었던 것은 ‘사고의 전환’
통합교육이라는 것과 함께 보낸 일 년... 나의 생각이 바뀌어 가는 것을 나 스스로도 느낄 수 있을 정도가 되었습니다. 일부러 하기는 어쩌면 너무도 힘이 들었을지도 모를 경험을 너무도 자연스럽고 행복하게 즐길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그 아이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 후 아이들도 저도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를 정도로 통합교육이 몸에 익혀진 듯합니다.
이렇게 해서 저는 통합교육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고 그 교육적 효과는 교사인 ‘나’의 사고의 변화부터 시작해서 그 아이의 심리·행동의 변화 뿐 아니라 학급 친구들의 변화를 보고 직접 목격하고 가슴으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이 할머니의 마음이, 할머니의 지혜가 정말 대단하고 그 용기가 너무 멋져 보일 수 밖에 없었던 것 같습니다.
'경험보다 더 큰 스승은 없다'는 것을, 또 나에게 지혜와 용기가 있다면 생각은 충분히 여유로울 수 있음을 몸소 느끼게 된 소중한 기회로 기억에 남아있네요
내일이 방학인데ㅠㅠ....아직도 마무리 되지 못한 일들에 휩싸여 매일매일이 정신이 없는 와중에도 예상치 못하게 찾아온 이 아이를 보면서 예전에 느꼈었던 많은 생각들이 다시 더 업데이트 된 느낌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고 뿌듯함을 느낀 하루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