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살이#5. -승마체험 프로젝트(2)
이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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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29 15:10
시골살이#5. -승마체험 프로젝트(2)
'당근과 채찍’
강습날.
새벽 5시는 많이 춥고 어두웠습니다.
짙은 어둠에 아랑곳하지 않고 연아, 구름이, 호수 말 친구들이 생각나 뒤척이던 몸을 일으켜며 바로 눈을 떴습니다. 이 친구들을 보러 가는 날은 잠보다는 설렘이 먼저입니다. 이른 새벽 차가운 공기에 두터운 외투를 입고 집을 나섰습니다. 도로에 차가 없어 어느 때보다 30분 일찍 승마장에 도착했습니다.
아직 연아, 구름이, 호수 말들은 아직 마사 안에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선생님의 안내로 마사에서 말들을 데리고 나와 안장을 얹고 고삐도 정리하고 갈기도 빗겨주었습니다. 옆에 서 지켜보고 계시던 선생님께서는 예쁘게 썰어 놓은 당근을 건네주시며 말들에게 먹여보라고 하셨습니다. 커다란 말들의 입에 내 손이 먹여질까 살짝 겁내 하면서도 조심스럽게 하나둘씩 당근을 건네 주었습니다. 말의 옆에서 말과 가까운 쪽 손은 말의 목을 쓰다듬어 주고 반대쪽 손으로 당근을 건네주었습니다.
이렇게 말과 함께 30분의 시간을 함께 보내는 것으로 오늘 승마를 시작했습니다.
지난 강습 때 수업이 끝나고 말들에게 당근과 각설탕을 주면서 문득 당근의 상징적 의미가 뇌리를 스쳐갔던 것이 또 다시 머리를 두드렸습니다.
‘당근과 채찍’
. 인터넷에서 당근과 채찍이라는 용어를 검색해 보면 ‘보상과 벌점’, ‘보상과 처벌’, ‘크레스피 효과’, ‘회유와 협박’등 다양한 관련 용어들이 등장합니다. 이처럼 ‘당근과 채찍’ 은 예로부터 다양한 상황에 비유해서 사용하는 상징어가 되었습니다. 특히 교육에서 이 용어들은 동기유발부터 평가까지 전 과정에서 빠지지 않고 익숙하게 등장하는 단어입니다.
보는 바와 같이 국어사전에서는 사람을 다룰 때 필요한 상과 벌, 회유와 위협 따위를 이르는 관용구라고 나와 있습니다. 단순히 어떤 일을 잘해냈을 때는 보상을, 그 반대의 경우는 처벌을 주는 경우를 말합니다.
이런 상징적인 의미를 가진 “당근과 채찍”, 실제 그 당사자(?)인 말에게는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지 궁금했습니다.
앞에서 잠깐 언급한 바와 같이 우리는 흔히 당근과 채찍이라는 용어를 상과 벌에 빗대어 사용합니다. 그러나 그 과정을 직접 체험하면서 ‘상과 벌’이라는 느낌의 단어보다는 ‘상과 신호’ 라는 단어가 더 적합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말을 탈 때 채찍은 거의 휘두르지 않는다고 합니다. 말이라는 동물 자체가 워낙 잘 놀라기 때문에 말이 경기라도 하면 등에 앉은 기승자가 다치는 안전사고가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채찍은 기승자가 말을 다루는 실력이 많이 늘어서 말에게 채찍을 보여줄 요령이나 스킬이 생겼을 때 주어지는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즉 당근이나 각설탕은 모든 사람에게 주어지지만 채찍은 어느 정도의 실력이 갖추어지지 않으면 사용할 수 없는, 함부로 주어지지 않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특히 승마는 유기체와의 호흡이 최대 관건인 운동인 만큼 말과의 레포형성이 그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즉 당근이 단순히 밥, 간식의 개념이 아니라 당근을 통해서 기승자의 마음을 말에게 전달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당근”이라는 단어는 기본적으로 “수고했어” 라는 의미에 더 다양한 의미들이 내포되어 전달된다고 했습니다.
특히 승마는 유기체와의 호흡이 최대 관건인 운동인 만큼 말과의 레포형성이 그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즉 당근이 단순히 밥, 간식의 개념이 아니라 당근을 통해서 기승자의 마음을 말에게 전달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당근”이라는 단어는 기본적으로 “수고했어” 라는 의미에 더 다양한 의미들이 내포되어 전달된다고 했습니다.
“수고했어+잘 태워줘서 고마워+나는 너를 믿어+나를 믿어줘+우리 서로 잘 지내자”
이렇게 말입니다. 이런 의미를 지니는 말들!! 승마선생님으로부터 이런 말들을 들었을 때, 내 머릿속엔 자연스럽게 우리 아이들이 떠오를 수 밖에 없었습니다. 우리가 있는 공간에서 느끼는 이 익숙한 느낌들이 그대로 전해져서 그런가 봅니다. 혹 내가 당근으로 아이들의 애를 태우는 일은 없었는지? 채찍이라는 신호가 아이들을 긴장하게 하거나 움츠러들게 하는 일은 없었는지? 잠깐 생각에도 잠겨도 봅니다. 우리의 목적이 교육이기에 이런 경험들이 의미있게 다가오는 가 봅니다.
낯선 경험이 준 익숙한 단어에 대한 새로운 깨달음(?)
낯선 경험이 준 익숙한 단어에 대한 새로운 깨달음(?)
이 덕분에 오늘 아침 마음이 더 큰 설렘으로 가득한 하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