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덩이를 팡팡! 내 마음은 뜨끔!
해밀골뽀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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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8.29 01:07
아빠의 여름 방학을 맞이하여 우리 가족은 새로 이사한 집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고, 에듀콜라 워크샵 '알쓸신샵'에서 '행복'이라는 감정을 한껏 느끼며 여름방학 일정을 마무리했다.
다음날 아침...
한숨이 저절로 나온다. 저 많은 짐을 언제 치우지? 하루를 제대로 시작도 하기 전에 지치는 기분이었다.
짐 정리와 또지 아침밥 준비로 정신이 없는데, 의자를 끌고 와 옆에 있겠다는 또지.
‘그래, 옆에 있어!’
사실 아이가 내 시야에 있으면 내 마음이 편하다.
‘그런데, 어허... 조용하네?’
이건 뭔가 좋지 않은 신호다. 흔히들 아이들이 조용하면 사고를 친다고들(?) 하니까.
헉. 또다시 벽지에 그림을... OTL
사실 지난 전세집에서 또지의 벽지 그림으로 인해 새로운 세입자와의 갈등이 있었다. 그래서 더욱 민감한 사안일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지금의 집은 입주한지 한 달도 채 안 된 새 집이란 말이다.
아이는 자신의 시시비비를 따질만한 분명한 기준이나 축적된 경험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가능한 처음부터 야단치기 보다는 행동의 옳고그름의 경계에서 최대한 객관적으로 보기 위해 애쓴다. 혹시나 부모의 기준에 따라 혹은 사회의 잣대에 따라 아이의 행동을 판단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어쩌면 그동안 이미 벌어진 일에 대한 경우 문제 해결에 집중하려고 노력했기 때문에 그럴 일이 적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간혹 내가 너무 또지에게 모든(?) 것을 허용해준다는 주변인들이 있지만,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정말 아닌 경우 혹은 안전에 관한 부분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No!를 말한다. 그리고 또지와 함께 만들어가는 우리만의 룰에 어긋나는 것에 대해서도.
‘된다.’, ‘안 된다.’는 결국 엄마의 기준이 아니던가?
아이는 그렇게 생각지 않는데... 엄마의 기준에 따라 아이의 행동을 판단하고 평가 내린다면. 언젠가는... 적어도 아이가 말을 잘하기 시작하는 그 시기에는 반항기 어린 말과 행동을 할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함께 만들어나가는 것이 더욱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그 과정을 거쳐 아이는 자신이 함께 정한 룰에 더 큰 책임감을 느끼고 행동할 수 있다.
아무튼, 또지의 벽지 그림을 보고 순간 치솟는 나의 수용선을 붙잡지 못했다. ‘수없이 I-메세지로 말했던 나의 노력이 헛된 것이었나?’하는 생각을 하기도 전에 폭발! 평소 문제 상황 해결에 힘쓰기 위해 노력하기 위해 애쓰던 나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었다.
‘또지!!! 너, 또!’라는 말과 함께 엉덩이 팡팡.
또지는 세상 가장 서럽게 울었다. 당연한 것이었다. 그리고 나는 아이를 붙잡고 이야기를 시도하려 했다. 하지만 이 순간을 맞이해본 사람은 안다. 엄마는 잔소리의 왕으로... 아이는 없는 눈물도 쥐어짜는 명배우로 변신한다는 걸.
아이는 이미 자신이 한 행동이 무엇인지.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상대방의 기분은 어떤지 등을 생각할만한 여유가 없다. 당연하지. 자기가 억울하게(?) 맞은 것 밖에 생각이 안 나는데...
이쯤되면 엄마는 아이의 행동이 옳은지 옳지 않은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냥 치솟은 내 화를 누군가에게 풀어야하고, 그게 하필 내 앞에 있는 나의 아이인 것이다. 그 순간 아이는 감정쓰레기통이 되고, 엄마는 슬슬 눈치를 보기 시작한다. (그리고 뒤돌아서면 자책을 하기도 한다. 그때 조금만 참을걸...)
아이가 상처를 받지는 않았을까? 주눅이 들지는 않을까? 아이가 내 눈치를 보면서 말하거나 행동하면 어쩌지?
그때부터 엄마는 과잉친절모드이다. 괜히 더 웃고 더 사랑해주고 더 놀아주고. 다 소용없다.
왜? 아이도 엄마가 또 화내면 어쩌지? 엄마가 언제 화낼까? 내가 어떻게 애교를 부려야하지? 하면서 엄마의 눈치를 보기 때문이다.
이 순간 이 둘의 관계는 진정성을 잃는다. 물론 자고 나면 까먹겠지만. 그래도 마음 깊은 곳에 남아있을 지 모른다. 영화 '인사이드아웃'에서의 성격의 섬처럼.
아직 감정을 다스리는 힘은 엄마가 더 강하다. 아이는 그런 엄마와 함께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힘을 키워내는 것이다.
그렇기에 오늘도 다짐한다. 내 감정을 아이에게 드러내되, 최대한 I-메세지를 활용해 차분하게 말할 수 있기를.
오늘도 난 실수를 통해 깨닫고 반성을 통해 배우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