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개냐, 20개냐. 그것이 문제로다. _(1)
지난 주말 우리 가족은 근처 아울렛을 들렸다가 동네에서 평범하지만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공룡에 관심이 커진 또규를 위해 동네 서점을 들렸다. 하지만 곁에 서 있던 또지가 그냥 지나칠리 없지. 어디선가 공주캐릭터의 컴퓨터 장난감을 품에 안고 나타났다.
“엄마, 이거 내가 원래부터 갖고 싶던 거였잖아! 엄마도 알지?”
난 정말 몰랐다. 그런 장난감이 존재하던 것이었는지, 그리고 또지가 그걸 원했던 것이었는지.
물론 장난감 한 개 사주는 것쯤은 그리 큰일이 아닐 수 있다. 사실 부모로부터 ‘그건 안돼! 약속한 게 아니었잖아!’라는 말을 듣고 상실감을 느끼게 하고 싶어서 한 개씩 사주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대화가 통하는 6살이 되지 않았나. 그래서 웃으며 단호하게 말했다.
“또지야, 오늘 우리가 서점에 들어오기 전에 또규 공룡책만 사기로 하고 왔지. 또지는 아울렛에서 유니콘 소독제통이랑 열쇠고리, 그리고 꽃반지 샀잖아.”
“엄마, 아니지. 유니콘 열쇠고리랑 꽃반지는 엄마가 사줬지만, 소독제통은 아빠가 사준거잖아요.”
“그치, 그래도 오늘 또지꺼 3개 샀잖아.”
“힝, 그래도 갖고 싶은데...”
끝이 없이 같은 자리만 맴도는 대화였다. 솔직히 마음 속에서는 ‘그만 좀 해! 사달라고 계속 말하면 앞으로 하나도 안 사줄 줄 알아!’라고 윽박지르고 싶기도 했다. 어린 아이를 힘으로 누르는 것만큼 쉽고 빠른 방법도 없겠지만, 한편 무식하고 일시적인 것이라고 생각해왔기 때문에 아이를 키우면서 한 번도 써본 적은 없었다. 어떻게 하면 평화롭고 현명하게 이 상황을 해결할 수 있을까 생각하고 있었는데, 또지가 먼저 제안을 했다.
“그럼 엄마 이건 어떨까? 내가 착한 일 10개를 하면 사주는 건 어떨까?”
이녀석 확실히 보통내기가 아니다. 일단 엄마가 오케이하면 무조건 겟할 수 있는 대화였으니까.
하지만 우리 부부는 기본적으로 보상체계에 대해서 긍정적인 입장은 아니었다. 그래서일까? 둘 다 교사임에도 불구하고 학급 운영 시 상벌제도 또한 활용하지 않았다. 그런 나에게 스스로 보상시스템을 제시해오다니...!
“또지야, 그런데 엄마는......”
말을 이어가려는 우리에게 서점 사장님께서 오셨다. 평소에 또지를 귀여워하시던 사장님의 예상치 못한 개입으로 우리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아줌마가 이거 선물로 줄 테니까, 착한 일 10개하고 스티커 모아와. 그때까지 사장님이 저거 안 팔고 보관하고 있을게. 알았지?”
“네!!!”
'또지가 6살이 되기까지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스티커보상제를 이렇게 시작해야 하는 건가?'
'사장님은 왜 내 생각을 묻지 않으시고, 아이에게 칭찬스티커판을 선물로 주신거지?'
'만약에 진짜 한다고 해도 솔직히 10개는 금새 모을 텐데 어쩌지?'
'아, 신랑도 칭찬 스티커는 아니라고 생각할 텐데 그건 또 어떻게 타협하지?'
나를 도와주시려던 사장님의 의도였겠지만, 나는 머릿속으로 수많은 생각을 하며 서점을 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또지는 내 옆에서 다시 재잘재잘 말하기 시작했다.
“엄마, 그럼 사장님말처럼 10개 모으면 오는 거지?”
“음... 또지야, 집에 가서 이야기하자.”
“아니, 엄마 잠깐만. 10개만 모으면 되는 거야! 그치?”
“솔직히 또지야, 엄마는 20개 정도가 적당하다고 생각해.”
어느새 나도 모르게 칭찬 스티커를 모으기로 잠정 합의한 것 같아 찝찝한 마음이었다. 하지만 어느새 나는 다 모으기도 어렵고, 모은다 하더라도 시간이 꽤 걸릴 거 같은 개수로 20개를 제시하고 있었다. 하지만 또지가 계속 딜을 해왔다.
“엄마, 나는 20개는 너무 많아. 그러면 11개는 어떨까?”
집까지 걸어오는 길이 너무나 피곤했고, 귀는 시끄러웠다. 분명 결론이 나기 전까지 계속 이야기 할게 분명했기에 우리 가족은 아파트 단지 내에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