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콕놀이 _ 촉감놀이편
“............”
갑자기 집안에 정적이 흐르기 시작했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아이를 낳은 후 집안이 조용하면 긴강과 불안이 온 집안을 휘감았다. 조용히 일을 저지르고 있을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럴 때 조용히 책을 보고 있는 모습을 볼 때면 왠지 흐뭇하다.)
식후 간식으로 먹던 교자상 위의 요플레를 만지고 있는 아이를 본 순간,
“안돼요! 먹는 걸로 장난하면 안돼요!”
라는 말이 튀어나오려던 입을 틀어막는다.
일단 아이는 만지기 시작했고, 어차피 치워야한다. 그렇다면 이거슨 기회!
아이와 재미있게 놀기 위해 잽싸게 준비한다. 집 한 켠에 미니돗자리를 펼치고, 아이와 요플레를 옮기고, 냉장고 속 여유분의 요플레 한 두 개를 더 꺼내주었다. 처음에는 아이가 요플레의 촉감을 느끼며 자유롭게 놀 수 있도록 곁에서 지켜보았다.
구강기 시기의 아이들은 입으로 가져가 탐색하려는 욕구가 강하다. 그렇기 때문에 감자, 고구마, 요플레, 미역, 두부, 바나나, 뻥튀기, 국수 등 놀이 중 먹어도 괜찮은 식재료를 촉감놀이 소재로 삼으면 좋다. 그 이후에는 클레이 점토, 수정토, 놀이용 거품, 촉촉이 모래 등 재료의 범위를 늘려가도 좋겠다. 단, 부모가 반드시 아이가 입에 넣지 않고 안전한 놀이를 계속 할 수 있도록 곁에서 지켜보아야 한다.
기왕 판을 벌린 김에 본격적으로 놀아보고 싶었다. 주방놀이 도구를 꺼내 소꿉놀이도 하고, 물감을 떨어트려 색 혼합놀이도 해보았다. 요플레만으로 단순한 촉감놀이만 했다면 금새 끝났겠지만, 그릇, 수저, 채, 물감 등 다양한 도구나 재료를 활용함으로서 재료의 특성을 살려 놀이가 좀 더 지속될 수 있었다.
사실 아이와의 놀이를 하다보면 준비와 정리가 8할이고, 본격적인 활동은 2할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아이가 어릴수록 집중력 유지가 어렵다. 그래서 놀이를 하다 지치지 않고, 활동 시간을 천천히 늘려가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해야 한다.
놀이 후 수월한 정리를 위해 놀이매트 혹은 김장매트를 활용하면 좋다. 그리고 소금이나 전분가루 등 물에 쉽게 녹는 재료의 경우에는 욕실에서 활동하고 바로 정리해도 좋았다.
한 번은 갯벌에 놀러간 큰 아이가 뻘이 몸에 닿는 것이 무서워서 싫다고 소스라치듯 놀라서 운 적이 있었다. 부모 입장에서는 ‘이게 뭐가 무섭다고 그러지? 아니 여기까지 왔는데, 뻘 한 번 못 만져보고 가는 게 말이나 되나? 너가 더 무섭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럴 때는 부모가 먼저 몸을 던져 놀아보는 것은 어떨까?
감각에 민감하고 경험이 적은 아이들은 낯선 자극에 쉽게 긴장할 수 있다. 그게 만약 처음 접하는 것이라면 더 그렇지 않을까? 무조건 놀아보라고 강요하기 보다는 천천히 놀아볼 수 있도록 주변에 있는 도구나 재료를 보여주거나 부모가 먼저 재미있게 즐기는 모습을 보이며 손을 내밀면 좋다. 갯벌에 놀러간 그날, 아이는 우리 손을 잡았고 우리 가족은 계획에 없던 뻘놀이를 즐긴 후 온몸에 뻘이 묻은 채로 차를 타고 돌아왔다.
또는 다양한 촉감 놀이 교구를 활용해도 좋다. 인터넷이나 sns 등을 보면 뾱뾱이, 까슬이, 비닐 등을 하나하나 준비해 다양한 촉감 놀이 교구를 만들어 엄마표 놀이에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엄마가 만들어 준다면 정성과 사랑이 가득 담겼겠지만, 내 경우에는 에너지를 그 곳에 쏟고 싶지 않았다. 사람마다 아이를 양육하면서 중점을 두는 부분이 다를테니 말이다. 최근에는 diy 키트를 제작해 판매하는 사이트도 생겼고, 촉감놀이 책 혹은 인형 등도 생겼다. 상황과 필요에 따라 시중에 판매 중인 것을 활용해도 좋겠다.
시각과 촉각, 후각, 미각 등을 다양하게 자극할 수 있는 촉감놀이는 우리 아이가 첫 놀이로 매우 적합하다고 한다. 특히, 활발한 두뇌 혹은 신체 발달에 매우 효과적이다. 주변으로 시선을 돌리면 접하기 쉬운 촉감놀이 재료들이 많으니, 일단 시작해보자.
분명 놀이 준비와 정리는 번거롭고 시간과 노력이 든다.
하지만 놀이 속에서 우리 아이의 웃음을 한 번 더 볼 수 있다면,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