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콕놀이 _ 요리편
“엄마, 나도 해볼래!!!”
조용히 식사 준비를 시작하려고 하면 아이는 귀신같이 알아채고 팔을 걷어붙이며 나선다.
준비한 식재료를 버리는 일이 생길까.
한 번이면 될 일이 두 번 손가지 않을까.
주방이 난리 나서 식사 준비가 늦어지진 않을까.
오만가지 생각이 순식간에 머릿속을 스친다. 하지만 한번 마음먹은 아이는 쉽사리 마음을 꺾지 않는다. 괜히 실랑이해봐야 아이만 울릴 것 같아서 요리에 아이를 동참시킨다.
그 결과 엄마 속이나 부엌은 대환장파티가 될지언정 아이는 언제나 흥이 나있다. 그리고 대박 난 맛집 사장님마냥 나머지 식구들을 식탁 앞으로 모은다.
“여러분, 식사하러 오세요~ 오늘 메뉴는 두부가 들어간 된장찌개입니다!”
그동안 된장찌개를 별로 안 좋아한다던 아이는 식구 중에서 가장 맛있게 먹었다.
사실 아이와 함께 하는 장보기와 요리 놀이를 통해 단순히 요리 이상의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었다.
우선 아이가 좋아하지 않거나, 새로운 식재료를 자연스럽게 접하게 해줄 수 있었다. 눈에 띌 만큼 확실한 변화는 없었지만, 편식 습관을 잡아주기 위한 첫 시도로 꽤 괜찮았다.
“이건 좀 짠가?”
“진짜 달콤해!”
“아우, 셔!”
“난 이렇게 빨간 파프리카를 옆에 놓고 싶어.”
“엄마, 좀 타는 냄새가 나지 않아?”
“두부를 반으로 자를까?”
“빨리 저을까? 아니면 좀 천천히 할까?”
요리를 하는 내내 귀가 따가울 정도로 아이는 많은 말을 건넨다. 자연스럽게 미각이나 후각, 시각 등 오감과 관련한 말을 주고받으며 다양한 어휘를 접하고 직접 몸으로 느끼고 있었다.
완성된 요리는 서툴고 투박하지만 그 과정에서 아이는 창의력이나 성취감, 나아가 자신감도 얻을 수 있다. 나아가 낯선 음식에 대한 거부감을 낮추고 도전의식을 높이는 등 여러 긍정적 효과도 이끌어 낼 수 있다.
‘오늘은 우리 아이가 요리사!’
아이와 함께 요리할 때 속도가 느려서 답답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내가 생각한대로 따라주지 않아서 부글부글 속이 끓어오를 때도 많았다. 또 고집은 어찌나 센지! 그냥 다 때려치우고 소리 지르며 끝내고 싶을 때도 있었다.
하지만 요리에 아이를 동참시키는 그 순간, 아이를 나와 동등한 요리사로 인정해야 했다. ‘이건 뭘 만든 거야?’ ‘왜 그렇게 만들고 싶었어?’ ‘이렇게도 해보는 건 어때?’ 끊임없이 아이의 의견을 듣고, 존중하고, 조율해야했다. 그 속에서 아이는 의사소통하는 법이나 자신의 의견을 조리 있게 주장하는 법을 스스로 깨달아가고 있었다. 계란을 대신 깨주거나 섞어주고 싶을 때도 있었지만, 아이의 흥미나 주도성을 잃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난 오늘도 ‘보조 요리사’가 되어 조언과 격려를 아낌없이 해주었다.
‘안전만큼은 양보할 수 없어!’
요리 활동은 즐거운 활동이다. 하지만 언제 어디서 어떻게 사고가 일어날지 모른다. 그래서 요리를 시작하기 전 아이와 약속을 했다. 날카롭거나 뜨거운 것 등‘안전’과 관련된 것은 엄마가 양보할 수 없다고 말이다. 단, 직접 재료를 자르고 싶어 하는 아이를 위해 어린이용 요리 도구를 구비했다. 하지만 불을 사용한 요리만큼은 허락하지 않았다. 엄마가 곁에서 보조해줄 때는 간혹 한 번씩 시도해볼 수 있게 해주었다.
‘주변을 활용하세요!’
가끔은 가정에서 재료를 준비하고 요리를 하고 뒷정리를 하는 것 자체가 부담이 될 때도 있다. 그럴 때는 주변을 활용해도 좋다. 요즘은 인터넷에서 베이킹이나 떡 만들기 등 필요한 DIY 키트를 검색해 구입하면 준비의 수고를 줄일 수 있다. 원데이 키즈 쿠킹 클래스를 찾아 수강해보는 것도 또 하나의 방법이었다. 처음에는 기존에 먹어보았던 음식 중에서 골라 요리하거나 아이가 좋아하는 식재료가 들어가는 요리를 골랐다. 그리고 더 많은 요리가 필요할 때는 아이를 함께 키우고 있는 주변 엄마들과 정보를 공유하거나 인터넷, 책 등을 참고하면 좋을 듯하다.
요리는 즐겁다.
그런데 아이와 함께 하는 요리는 행복하다.
아이와 함께 맛있고 행복한 시간을 만들기를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