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급 민주주의를 위한 넓고 얕은 대화]0. 대화를 위한 준비
파스타를 만들다
"파스타가 먹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 때, 어떤 행동을 해야 할까요?
어떤 파스타가 먹고 싶은지, 정말 먹고 싶은지 스스로 최종 확인을 해야 합니다. 그리고 스마트폰을 꺼내 요리앱을 열어 조리법과 재료를 확인하거나 유튜브의 콘텐츠 몇 개를 확인해 봅니다. 다음으로 주방으로 가서 냉장고를 열어 재료를 확인해 볼 것이고, 조리 도구가 있는지 확인도 하겠죠. 설겆이 거리가 쌓여 있다면 설거지부터 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파스타를 만들기 위한 최종의 '의지'로 요리를 시작할 겁니다. 정리해 보면,
1. 먹고 싶은 게 뭔지, 정말 먹고 싶은지 확인한다.
2. 조리법과 요리콘텐츠를 학습한다.
3. 재료와 도구를 준비하고, 주방을 정리한다.
4. 의지를 다지고 시작한다.
그러나 단계마다 파스타 만들기를 방해하는 요소가 발생합니다.
1단계에서는 '면 먹으면 소화 잘 안 되는데', '그리고 보니 아침에도 면 먹었는데'와 같이 자신의 취향과 경험의 방해를 생각볼 수 있겠네요. 2단계에서는 '생각보다 어렵네?', '그냥 시켜먹어야겠다.' 같이 실행을 위한 요구 수준이 방해요소로 작용합니다. 3단계에서는 '파스타 면이 없다.', '냄비가 없네.' 와 같이 물리적 환경이 방해요소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위 단계의 모든 방해요소를 모두 극복하셨다고 하더라도 최종 실행단계인 4단계가 가장 난관입니다. '빵이 있네? 그냥 빵 먹자.', '아, 귀찮다.'와 같은 생각이 '의지'를 흔들기 때문입니다.
넓고 얕은 대화를 위한 질문들
이번 '학급 민주주의를 위한 넓고 얕은 대화' 연재는 학급 민주주의를 시작하려는 교사, 관심있는 교사, 실천에 고민인 교사를 위해 지난 2년간 좌충우돌하면 겪은 고민과 성찰, 그리고 수업 장면에서 볼 수 있는 통찰을 나누는 것이 목적입니다. '민주주의'라는 누구나 잘 아는 낱말을 일상의 원동력이 될 수 있도록 독자와 함께 토론하고 싶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학급 민주주의를 위한 4가지 질문에 대답해야 할 것 같습니다.
나는 학교(학급)에 '민주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
나와 학생들이 '민주주의'를 소화할 역량(수준)이 있다고 생각하는가?
학교(학급)는 '민주주의'를 실천할 환경이 갖추고 있는가?
나는 학교(학급) '민주주의'를 실천하고 싶은가?
흔히, 학생들에게 너무 많은 자유와 권리를 주는 것은 교사의 책임을 저버리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학생들을 통제하고 균형을 잡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교사의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할지도 모르지요. 또, 학생은 지식도 부족하고, 아직 책임을 질 수 있는 시민이 아니므로 민주주의를 이해하고 소화할 역량이 떨어진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 학교는 관리자의 통제가 심하고 학부모의 민원도 만만찮기 때문에' 민주주의는커녕 민원주의를 피하는 게 일이라며 환경의 어려움을 말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외부 요인이므로 제외하더라도 언젠가 이 질문에는 확실히 대답해주셔야 합니다.
나는 학교(학급) '민주주의'를 실천하고 싶은가?
앞서, 저는 파스타 이야기를 통해 어떤 일을 실천할 때 4가지의 단계 혹은 경험을 하게 됨을 말씀드렸습니다. 자신의 취향과 경험의 점검, 실행의 요구 수준, 물리적 환경, 의지 중 어느 단계에서라도 방해를 받으면 생각은 실천으로 이어지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한가지 말씀드리지 않은 사실은, 앞의 모든 단계에서 파스타 만들기를 방해 한다 하더라도 마지막의 '의지'만 있다면 언젠가는 파스타를 먹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상투적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봐야 겠다는 생각만 있으면 됩니다. 단지 시간과 비용이 조금, 혹은 아주 많이 들겠지요.
Democracy, 사실 별거 없다
이번 연재에서 풀어낼 이야기는 정치제도와 학문으로써의 민주주의를 탐구하고자 하는 것이 아닙니다. 학급을 위한 민주주의 실천하려는 교사가 생각해야 할 시사와 딜레마, 학급 살이에 대한 실천적인 대화입니다. 민주주의 이야기는 어려울 수가 없고, 그래서도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우리의 일상이고, 지향하는 삶의 가장 밑바닥에 흐르는 시스템이면서 문화이기 때문입니다. 파스타 만들기를 1번만 제대로 해보면, 파스타처럼 쉬운 요리가 또 없다고 합니다. 그 한 번을 함께 나누어보고 싶습니다. 이제 연재를 통해 독자분들께 질문들을 던져보려고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 질문에 이르러 최종 단계인 '실천'에도 용기있게 긍정적인 대답을 해주신다면 저는 함께 공부할 작은 모임을 함께 꾸려볼 생각입니다.
그럼 준비는 끝났습니다. 학급 민주주의를 위한 넓고 얕은 대화를 시작합니다.
*다음 연재는 '1. 내가 정의하는 민주주의'로 '나는 학교(학급)에 '민주주의'가 정말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 첫 번째 질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