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당학, 학당교]#4 삶을 사는 학생, 경영하는 교사 - 1. 학급살이로의 생각 전환
교사에게 가장 중요한 일은 무엇일까, 혹은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무엇일까?
대부분 좋은 선생님이 되는 것, 학급을 잘 꾸려나가는 것이라고 이야기 할 것이다. 그렇기에 많은 교사들이 학급을 운영하는 방법에 관심을 가진다. 그리고 그것은 학급경영, 혹은 학급운영으로 묶여서 우리에게 다가온다.
그런데 학교는 어떤 곳인가? 교사에게는 직장이기도 하면서 배움의 공간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직장인으로서 도달해야할 목표와 실적이 필요하면서도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그러나 학생에게 학교는 그들이 최소한 10년 이상의 시간을 온전히 보내야 하는 삶의 또 다른 공간일 뿐이다.
삶을 살아가는 원동력은 실적과 결과가 아니므로, 학생과 교사는 서로 다른 방법과 시각으로 학교를 바라본다.
학교를 삶의 한 장면으로 살아가는 학생과 경영, 운영으로 바라보는 교사, 누구의 시점에 맞추어 나가야 할까?
교사를 당황하게 하는 학생 #4 "왜 해야 해요?"
“어떻게 살고 싶으세요?” 라고 누군가 묻는 다면 뭐라고 대답해야 할까, 대부분 “행복하게 살고 싶다”라고 이야기할 것이다.
삶을 살아가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행복 때문이라고 가정해보자, 그리고 처음의 질문을 바꿔본다.
“학교에서 어떻게 살고 싶으세요?” 이 질문에 학생과 교사는 같은 대답을 하게 될까?
운동회 시즌이 되면 학생과 교사의 불화가 싹트기 시작한다. 땡볕에서 각잡고 춤을 추는 아이들의 눈에는 원망과 피로가 가득하고, 열심히 하지 않는 학생들을 바라보는 교사의 눈에는 살기가 가득하다. 결국 한 학생이 힘듦을 이기지 못하고 분통을 터뜨린다.
“선생님, 이거 도대체 왜 하는 거에요?”
가끔 쉬는 시간에 복도를 나가보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기들끼리 삼삼오오 모여 춤을 추는 아이들을 쉽게 발견 할 수 있다. 교사가 우연히 틀어놓은 음악에 신나게 막춤을 추는 아이도 볼 수 있다. 혹은 목청껏 노래를 따라 부르기도 한다. 나는 그 장면을 흐뭇하게 바라본다. 운동회연습때와는 전혀 다른 눈빛과 표정이다. 같은 공간, 같은 사람들의 행동양식에 이런 차이가 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누군가에게 보여줘야하는 운동회 무용은 철저히 운영에서 나오는 실적용 행사이다.
학생들에게는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고 위로하지만 교사들도 안다. “도대체 누굴 위한거지?”
그러나 복도에서 교실 뒤편에서 춤을 추는 아이에게 그 시간과 음악은 그들의 삶에서 온전히 자신의 생각과 자유를 표현하는 찰나의 삶이다. 그 순간 신나는 삶을 사는 것이다. 그런데 그 순간의 신나는 삶을 학생만 누려야 하는가? 교사에게도 학교는 직장이면서도 행복한 삶의 한 장면이 되어야 한다.
다시 한번 스스로에게 묻는다. “학교에서 어떻게 살고 싶으세요?” 라는 질문에 교사와 학생이 ‘행복하게’라고 대답한다면 그 방법과 관점은 누구를 향해 있어야 할까?
그리고 새로운 질문을 던져보자.
“학교에서 어떻게 하면 행복할 수 있을까?”로 구체적인 이야기를 시작하는 것이다.
학생을 당황하게 하는 교사 #4 "과정이 중요해, 그리고 결과는 더 중요하지“
흔히, 학급경영이라는 낱말을 쓴다. 경영의 의미는 무엇일까?
경영(經營, management)이란 '조직의 목표를 설정, 고도의 업무수행을 위한 조직의 재 자원의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사용에 관한 의사결정을 행하는 행동'을 말한다.
즉, 학급경영이란 설정된 교육과정의 목표를 효율적으로 도달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과 행동이다. 기업에게 경영의 목표가 이윤추구라면 교실 경영의 목표는 무엇일까? 저마다 생각은 다를 것이다.
어찌되었든, 경영은 효율적이고 낭비없는 방법추구라는 것은 확실하다. 그리고 그것은 결과로 보여줘야 한다.
그러므로 교사는 수업장면과 생활지도에서 자신이 기획한 장면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기 위해 치열하게 학생들을 조정한다. 운영과 경영의 관점에 실패와 낭비는 허용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우리는 학생들에게 과정의 노력과 도전을 최고의 덕목으로 삼는다. 삶의 희열과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에 집중하도록 말이다. 그러나 어느 순간 경영이라는 덫에 걸려 결과에 집중하는 자신을 발견하고 만다.
학교라는 공간은 학생과 교사가 살아가는 삶의 한 장면일 뿐인데, 우리는 마치 기업의 직장인처럼 행동하고 사고한다. 실패해도 안 되고, 낭비가 있어도 안 된다. 학급경영의 노하우를 많이 알고 실천할수록 뒤처지고 따라오지 못하는 학생들을 다그치고, 관리하는 교사가 되어 간다. 교사는 그렇다 치더라도 학생들은 왜 그런 삶을 살아야 하는 걸까?
그래서 어느 날부터 나는 학급경영 대신, 학급 살이라는 말을 쓰게 되었다. 수업을 잘하기 위해서, 생활지도를 잘하기 위해서라는 목표보다 ‘함께’ 행복하기 위해서 그리고 행복하기 위해서는 어떤 것들이 필요한지에 대해 더 고민하게 되었다. 경영하기 보다 '잘 살기'위해 고민하는 시간을 가져보기로 한 것이다. 다음 화는 '잘 살기'위한 학급 살이 고민에 대해 다루어 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