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당학, 학당교]#3 말못하는 학생, 말 실수하는 교사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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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19 21:55
네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뭐야?
학생들은 교사들의 입과 눈에 예민하다. 교사의 한마디가 법이고, 판단 기준이 된다. 교사가 한번 내린 결정은 자신들 사이의 암묵적인 규칙이 되고, 한번 잘못된 결정을 내리면 교사가 그것을 인지하기까지 많은 시행착오가 아이들 사이에서 일어난다. 그래서 학생들은 자신의 의사를 밝히고 무엇인가를 요구하는 데 있어 많은 부분에서 주저한다. 또한, 아무 생각없이 내뱉은 교사의 말에 아이들은 대공황을 겪는다. 오늘은 그것에 대한 이야기를 할 것이다.
교사를 당황하게 하는 학생 #3 "선생님 쟤가 자꾸 절 놀려요.”
아이들의 시도 때도 없는 민원과 고자질은 교사들의 많은 고충이기도 하다.
그래서 학생들의 고자질과 신고를 구분하는 방법을 가르친다. 그러나 그 끓어오르는 신고정신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그렇다면, 다른 방법을 생각해보자. 잘 떠올려보자. 학생들의 고자질과 민원신고에는 어딘가 이상한 구석이 있다.
첫 번째 상황, 어느 수업 시간.
“선생니임~~” (한 학생이 얼굴을 찌푸리고 배를 부여 잡으며 앞으로 나온다. 발을 동동거린다.)
“왜?”
“아~ 급해요. 나올 것 같아요.”
“음, 그래……. 그래서?”
“네? 나올 것 같다니까요?”
“응, 그러니까. 선생님이 어떻게 해주었으면 좋겠니?”
“화장실에 다녀와도 돼요?"
“물론이지.”
“다음부터는 화장실에 가고 싶다고 이야기하면 된단다.”
“네!” (후다다닥)
두 번째 상황, 역시나 쉬는 시간.
“선생님, 쟤가 절 자꾸 놀려요.”
“음, 그래, 기분 안 좋았겠다.”
“네!”
(둘 사이에 침묵이 흐른다) “선생님!”
“응, 그래? 선생님이 어떻게 해 해주었으면 좋겠니?”
“음……. 글쎄요.”
“친구를 혼내 줬으면 하는 거니?”
“아니요. 사과만 해도 되는데요.”
“그럼, 가서 사과받아오렴.”
“만약에 사과를 안 하면요?”
“그럼 그때는 선생님이 상담해 볼게.”
“네!”
두 가지 상황에서의 문제점은 무엇일까? 고자질이나 민원을 하는 행위 자체가 문제가 아니다.
많은 학생이 자신의 의사를 분명히 표현하고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이야기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첫 번째 상황에서 ‘급해요!’라는 상황에 바로 ‘그럼 화장실로 가라’고 하면 학생들은 다음에도 교사에게 물으러 올 것이다. 두 번째 상황에서 놀림 장난을 한 친구를 불러서 중재하거나 사과하게 시켰다면 같은 상황에서도 학생들은 교사에게 도움을 청하러 올 것이다.
즉,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잃어버린다는 것이다.
학생들이 교사에게 ‘허가 ’받지 않고 ‘신고’만으로 할 수 있는 행동은 무엇이 있을까? 화장실에 가는 것, 보건실 등에 가는 일은 스스로 판단해서 가되, 교사에게 알려주기만 하면 된다. 다만 수업에 방해되지 않도록 약속을 정한다. ‘새끼손가락을 들어 교사가 확인하면 가기’, ‘뒷문을 이용하고 살금살금 나가기’ 등의 규칙 말이다.
학생 간의 문제가 생겼을 때도 자신의 감정과 의사를 정확히 표현하고 상대방에게 원하는 것을 요구할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한다. 필자는 학생들에게 ‘인사약’과 ‘감사약’을 가르치고 그래도 해결이 안 되는 경우 교사를 찾도록 하고 있다.
(관련 자료 http://blog.naver.com/platon1026/220953377791 / http://educolla.sharedu.kr/?r=educolla&m=bbs&bid=2015-renewal-16&uid=9407
학생들에게는 이렇게 이해를 시킨다. 선생님이 불러서 다그쳐서 받는 사과와 둘이 이야기해서 받는 사과 중에 어떤 것이 더 마음을 편안하게 만드는지 역할극 등을 이용해 본다. 초반에는 잘 안될 것이기 때문에 학생이 찾아와서 문제 해결을 도와달라고 했을 때 스스로 해결하도록 독려하고 그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는 것이 좋다. 그리고 다시 학생을 불러 잘 해결되었는지, 자신의 의사는 잘 표현했는지, 마음은 편안해졌는지 확인해 본다.
학생을 당황하게 하는 교사 #3 "선생님, 저번에는 이렇게 말씀하셨는데요….”
교사는 학기 초에 정신이 없다. 아니다, 1년 내내 정신이 없다. 방학이 없으면 교사는 거의 1년을 단기 기억상실증에 걸린 사람처럼 살아가야 할지도 모른다. 특히 하루에도 몇 번씩 학생과 학급의 민원과 문제들을 하나씩 해결하다 보면 오늘 내가 학생들에게 무슨 말을 했는지 조차 잊고 만다.
첫 번째 상황, 정신없는 미술 시간
“선생님, 그림 다 그렸는데요. 화장실 좀 다녀와도 돼요?"
작품 만들기 지도에 여념이 없는 김 교사 “응, 얼른 다녀와.”
“선생님, 손에 물감이 잔뜩 묻었는데, 화장실에서 씻고 와도 돼요?"
“응, 얼른 다녀와.”
미술 지도가 끝나고 감상 시간이 다가왔다.
“선생님, 저도 그림 다 그렸는데, 화장실 좀 다녀와도 돼요?"
“이제 감상할 거예요. 조금만 기다리면 쉬는 시간이니 기다리세요.”
“선생님, 00이는 아까 화장실 갔다 왔는 데요?”
두 번째 상황, 정신없는 청소시간
“선생님,저희 청소 당번이 저희 4명인데 오늘 다 같이 방과 후 학교에 가야 해서요.”
곧 직원회의를 참여해야 해서 정신이 없는 김 교사, “응, 그런데요?”
“내일 아침에 청소하면 안 돼요?"
“그래, 그럼 얼른 가세요!”
“네~”
다음날, 아침 청소하는 학생들.
“왜 아침에 청소하는 거예요? 학생들 독서시간에!”
“선생님이 아침에 하라고 하셨는데요?”
1년에 한두 번씩 겪게 되는 정체성 혼란, 내가 정녕 저런 말과 지시를 내렸던가? 혹시 아이들이 나를 농락하는 건 아닌가 의심해보기도 한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라. 아이들은 생각보다 정직하고, 그리고 학급에는 매우 정직하고 신고정신이 투철한 아이가 있게 마련이니까. 학생들은 선생님의 이런 애매한 판단에 혼란을 느끼고 심하게는 차별적 대우를 받는다고 느끼기도 한다. 이렇게 교사가 정신없는 틈에 이루어지는 혼란스러운 상황을 예방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예를 들면 이렇다.
1. 학생들의 여유로운 시간에 할 수 있는 활동에 대한 울타리 치기
- 모든 활동을 먼저 끝낸 학생은 권장 독서 읽기, 화장실은 손가락 신호 후 가기
- 모둠 활동의 경우에는 자신의 역할이 끝나면 친구를 도와 함께 끝내기. 다 함께 끝내면 책을 읽기
2. 학급 규칙의 융통성의 한계 정하기
- 청소는 하루 중 언제 해도 상관없으나 친구들의 활동 방해하지 않기
- 학급 규칙에 없는 내용으로 문제가 발생 시에는 포스트잇에 적어서 선생님께 제출하기
- 교사가 학생과 1:1로 대화중일 때에는 끼어들지 않기
3. 선생님과의 약속에 대해서
- ‘약속 알림이’를 정하고 스탠드 달력을 준 다음 선생님이 내준 숙제나 지켜야 할 기일을 달력에 표시하기
(적은 다음에 학급 뒤에 세워두고 학생들이 언제든 확인하기)
- 미니 화이트보드에 즉흥적인 약속과 이야기를 간단하게 적어두기(교사가 직접 해도 좋다.)
오해하면 안 되는 것은 규칙을 꼼꼼하게 만들수록 좋은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또한, 학생들의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규칙만 내세우는 것도 옳지 않다. 학급 규칙은 궁극적으로 학생과 교사가 학급에서 안전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빈틈 많은 규정에서 문제가 생겼을 때 해결 방법과 과정을 학생들에게 맡기고 해결 과정을 느껴보게 하는 것이 좋다. 학생들이 교사의 판단에 많이 기대게 될수록, 교사의 실수할 확률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첫 번째 미술 시간 상황에서는,
“3분 뒤 감상 활동을 할 건데, 지금 화장실을 다녀오고 싶은 친구가 있나요? 개별적으로 다녀올까요? 아니면 자유롭게 조용히 다녀온 다음 3분 뒤에 집중하며 시작할까요?” 로 전체에게 선택의 기회를 주어, 책임의 방향을 학생으로 돌린다.
두 번째 청소시간 상황에서는,
“선생님이 혹시 아침 시간에 잊어버릴 수 있으니 여기 포스트잇에 너희들이 할 활동에 대해 적어놓고 붙여놓고 집에 가렴, 선생님이 내일 아침 확인할게.”로 교사의 발언을 기억할 방법을 사용하도록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