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째 초등교사의 1학기 마무리
(한숨)
처음 학교를 옮기고 맞이한 첫 학기. 2009 개정 교육과정 운영도 벌써 세 번째이고, 6학년 담임도 6년차이며, 과학정보부장으로의 업무도 벌써 4년째라서 모든게 수월할 줄 알았습니다.
저를 수렁으로 밀어넣은 것은 바로 예비교사 현장실습. 그 4주간의 기간에 제 모든 일상이 멎어버렸다는 것을 며칠 전에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5월 말, e학습터 관련 컨텐츠 제작사로부터 컨텐츠 검수 요청을 받아 2주간의 말미를 얻었는데,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을 까맣게 잊고 있다가 며칠 전 불현듯 생각이 난 것입니다. 일자는 지났고, 웬일인지 제작사로부터는 연락이 없었고, 저는 까맣게 잊었고, 그렇게 시간은 흘러가 버렸습니다. 일을 못했다는 것보다, 까맣게 잊었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마도, 무언가 까맣게 잊은 것이 더 있을텐데... 아... 그런 한 학기를 보냈구나... 싶은 생각이 확 밀려왔습니다.
어쨌든, 한 학기가 그렇게 정신없이 지나갔습니다. 되돌아보자면...
수학과 사회를 교과(용 도)서 없이 교수-학습하였습니다. 수학은 3단원, 사회는 1단원 정도를 지난 방학 때 미리 준비했고, 학기를 진행하면서 나머지 부분도 학급 상황을 봐서 융통성있게 준비하여 교수-학습 하려고 하였는데, 6월의 예비교사 현장실습 때문에 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그래서 아쉬움이 남습니다.
수학은, 가만 생각해보니, 교수-학습 내용이 중첩되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에듀콜라 공간에도 진행 과정을 계속 기록하였지만, 서너 시간 정도는 겹치지 않아도 되는 내용이 겹쳤다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아쉬움이 되었던 이유는, 덕택에 시간이 부족했다는 것입니다. 6단원 직육면체의 겉넓이와 부피 단원을 조금 빠듯하게, 아이들의 성취 수준을 더 꼼꼼히 확인하지 못한 아쉬움이 남습니다. 내년에는 조금 더 밀도있는 교수-학습 과정의 운영을 위해서 이번 여름과 2학기에 걸쳐서 천천히 정리할 생각입니다.
사회는, 처음에는 꼭 기억해야 할 사건을 중심으로 내러티브를 담아 이야기를 해 볼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의 활동이 많이 적었던 것에 대한 아쉬움이 남습니다. 짧은 한 학기 동안의 기간 동안에 임진왜란 이후부터의 이야기를 모두 한다는 것이 분명히 어렵기 때문에, 국가 수준의 교육과정을 중심으로 취사선택을 했어야 하는데, 그것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계속 교수자 중심의 수업을 진행하였습니다. 아이들이 '어려웠다', '힘들었다'는 평가를 남겨주었는데, 욕심을 부린 것이 아쉽습니다. 교육과정의 세밀한 분석을 통하여 '내러티브 중심의 스토리텔링' 더하기 '조사발표학습 형태의 학생 주도적 활동 수업'을 통해, 우리나라 역사에서 꼭 기억해야 할 주요한 흐름이 밀도있게 안내되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체육과 음악은, 교과(용 도)서의 제재가 아이들의 흥미를 북돋우지 못하는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뉴스포츠라든지 아이들이 흥미를 가질만한 노래들로 바꾸어 볼 생각이었으나, 교육과정 상의 성취기준 분석이 미흡했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피구 없이도 아이들이 흥미를 가질만한 다양한 체육활동을 하였고, 아이들도 이 부분을 인정하였기 때문에 2학기 때에는 교육과정을 더 분석하여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제재를 구성하여 볼 생각입니다.
국어는 교과(용 도)서의 의존도를 많이 조정하긴 했지만, 내용의 적정화에는 미흡함이 남습니다. 조금 더 보완하여 2학기를 맞이할 생각입니다.
전반적으로 과정중심평가에 대한 의식을 많이 놓친 한 학기였습니다. 이번 방학 동안에 성취기준 하의 성취수준을 면밀하게 하고, 이를 확인할 수 있는 평가항목을 세부적으로 계획하여, 아동의 학습 과정에서 이를 토대로 아동의 성취를 끊임없이 확인할 수 있는 평가툴을 방학 동안에 한 번 시도해 볼 생각입니다.
1학기 때에는 아동 활동을 연습한 학기였습니다. 모둠 활동, 토의·토론, 조사·발표 학습 등을 다양하게 실시함으로써, 2학기에는 조금 더 아동 활동 중심의, 아동이 배움을 만들어가는 수업에 기틀로 삼고자 하였습니다. 2016년 교육과정 운영 당시, 아동 활동 중심의 교수-학습 과정을 진행하고자 하였으나, 큰 어려움을 겪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아직은 아동 활동 중심의 수업에 익숙하지 않은 아이들. 올해는 아이들이 모둠을 이루어 자신의 생각을 함께 공유하고 모둠별로 정리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가졌습니다. 2학기에는 그것을 토대로 더 많이 공유하고 스스로 정리할 수 있는 교수-학습 과정을 기획하여 운영할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한 학기 동안, 아동들과의 일대일면담 진행이 여의치 않았던 것에 대한 아쉬움이 있습니다. 점심 면담을 한 바퀴 돌고, 두 바퀴 째 돌다가 8번에서 멎었는데, 그에 대한 아쉬움이 가장 크게 남습니다. 2학기를 시작하자마자 다시 꾸준한 점심 면담을 해야겠습니다.
아이들의 중간놀이시간, 점심시간의 여가활동을 위한 보드게임 소개는 나름 만족스러웠던 듯 싶습니다. 지난 주에 지금까지 함께 논 보드게임에 대한 아동 평가를 해보도록 하였는데, 어떤 아이 하나는 총 31개의 보드게임을 1학기 동안 플레이해 보았다고 이야기해 주어서 저도 깜짝 놀랐습니다. 서른 한 가지의 놀잇감을 가지게 된 아이. 그리고 그것을 열심히 소개해 준 담임교사. 바쁘다고 했음에도 아이들의 놀이에 신경을 많이 써 주었구나 싶어서 내심 잘 했다는 칭찬을 스스로에게 해 주었습니다. 다만, 중간놀이시간, 점심시간, 방과후에 꾸준하게 아이들과 함께 놀아주지 못한 것은 아쉬움이 남습니다. 2학기 때에는 꾸준하게 중간놀이시간과 방과후 시간을 이용해서 놀이하는 아이들과 함께 노는 시간을 가지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수학을 싫어하는 아이들의 학습을 틈틈이 봐주는 일도 하였습니다. 총 네 명의 아이들의 수학 학습을 따로 챙겨 보았습니다. 올해 수학 교과의 교과 내 교육과정 재구성을 통해 아이들의 개별화 수업을 가능하게 할 수 있는 노하우를 얻었다고 생각합니다. '선수학습 개념 안내'-'토의·토론'-'개념의 일반화'-'적용·연습' 정도로 교수-학습 과정의 전반을 요약할 수 있을 듯한데, 적용 및 연습 시간의 또래 교수 활동이 담임 교사가 수학을 싫어하는 아이들에게 조금 더 집중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었습니다. 2학기 때에는 이를 바탕으로 수학이 좋아질 수 있는 개별적 안내를 더 치밀하게 시도해보고자 합니다.
주제일기는 총 17편, 독서감상글은 총 14편을 지도하였습니다. 항상 아쉽지만, 독서감상의 치밀한 안내가 이루어질 수 있는 교수-학습 과정이 진행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래도 국어 과목 교육과정 재구성을 통해서 아이들과 작품에 대한 감상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시간을 많이 가질 수 있었습니다. 작품을 보는 담임 교사의 안목, 아이들의 감상과 느낌, 이런 것들이 그래도 여러 차례 공유될 수 있었습니다. 독서감상글을 교과(용 도)서의 제재글로 해보게 하는 것도 좋은 시도였다고 생각합니다. 미리 읽어보고, 미리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지고, 이를 토대로 자신의 생각을 교수-학습 과정에서 다른 친구들과 공유하는 것은, 독서감상글이 아이들에게 그저 부담스러운 일은 아닌 것이 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덧붙여, 교사가 아이들의 주제일기와 독서감상글에 대한 충분한 반응을 전달하려고 애썼습니다. 결국 과제의 목적은 아이들과의 커뮤니케이션입니다. 아이들의 생각에 교사가 반응할 수 있는 기회가 면대면 뿐만 아니라 서면으로도 필요하다는 생각을 늘 가지고 있습니다. 저희 반 아이 하나는 항상 담임 교사의 코멘트를 형광펜으로 언더라인하면서 체크합니다. 그런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아이들의 생각에 대한 코멘트가 형식적이 되지 않게 하는 노력을 그치지 않을 생각입니다.
아이들의 모둠일기장과 배움일지도 있습니다. 항상 꼼꼼하게 읽어보면서 아이들이 교수-학습 과정에 대해서 생각하는, 학교 일상에 대해서 생각하는 바를 놓치지 않으려고 하는데, 그래도 정신없는 와중에 잘 해 왔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아이들의 반응이 되먹여지는 교수-학습 과정과 일상생활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지요.
올해의 업무는 과학, 정보, 예체능, 실습 관련 부장 업무를 수행하였습니다.
과학 업무는 학교 현장의 과학 실무사 님이 많은 일을 담당하셨습니다. 과학실 안전, 실험 안전, 실험 교구 관리, 시약 관리 등의 일상적인 업무를 모두 과학 실무사 님이 하셔서 저는 전반적인 사항을 보고만 받으면 되어서 좋았습니다. 과학 대회의 경우에는, 학년 중심의 과학 대회가 될 수 있도록 전체적인 틀을 제공하고 예산을 집행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을 하였는데, 옮겨온 학교가 요즘 학교 현장의 대회 운영 중심이 아니라 체험 중심의 과학 대회 운영을 하고 있어서 오히려 많이 배우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6학년 학년 부장님의 경우에는 아이들 중에서 행사 진행 도움 학생을 뽑아서 사전 지도 후에 학생들이 부스를 운영할 수 있도록 기획하셨는데, 십 수 가지의 활동들을 통해 아이들도 과학적 원리에 대해서 알고 경험할 수 있는 부스 운영이 되어서 나름대로 인상적이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다양한 교육지원청 차원의 대회 참가도 있는데, 점점 지원청 대회가 시상 중심이 아닌, 체험과 참여 중심으로 바뀌어 가고 있어, 별도의 대회를 운영한다든지 하는 부담을 덜어낼 수 있었습니다. 초등학교 교육 현장은 소수의 수상을 위한 행사 운영이 아니라, 많은 아이들의 참여와 체험의 행사 운영으로 변모해가고 있습니다.
정보 업무 또한 담당 선생님과 과학 실무사 님이 많은 일을 담당하셨습니다. 그러나, 업무 재조정을 통하여 개인정보보호·정보보안·홈페이지 관리 등의 업무는 제가 직접 할 수 있도록 건의하여 볼 생각입니다. 학교에 옮겨 와서 놀란 것은, 개인정보보호 및 정보보안에 대한 학교 내 업무 문서가 미비하다는 것이었습니다. 교육청에서도 계속 관련 사항을 수시로 공문으로 내려보내서 확인하고 있는데, 조금 더 짜임새있게 관련 문서를 정비할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결국 정보 관련 업무는 교사 본연의 업무는 아닐 것입니다. 그럼에도 학교 정보화 관련 기자재가 다양하게 보급·운영되고 있는 바, 누군가는 이를 '책임'져야 할 담당자가 필요해서 교사가 이런 책임의 일선에 설 수 밖에 없습니다. 업무 담당자의 재조정이 필요합니다. 지난 학교에서, 이런 업무들 때문에 제대로 된 학급 운영 관련 일은 집에 가지고 와서 할 수 밖에 없었던 기억이 납니다. 내년에 SW교육이 5·6학년군에 본격적으로 도입되면 이런 관련 일도 아마 맡게 될 것입니다. 전반적인 상황에 맞게 학교 업무가 어떻게 진행될지 담당자로서 생각해 보아야 겠습니다.
예체능 업무를 처음 해보는터라, 아직 일체의 업무 플로어를 숙지하고 있지 못합니다. 올해 했던 일은 체육대회, 그리고 학생선수 최저학력제 관련 업무가 있습니다. 올해 옮겨 온 학교는 체육대회를 학부모 주관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런 체육대회에 대한 경험이 없는 터라, 준비 및 진행에 큰 혼란을 경험하는 4월 말, 5월 초의 기간을 보냈습니다. 학부모께서는 의욕이 있으시지만 학교 현장 - 아동, 아동발달 및 교육과정 - 에 대한 이해도가 낮으신 상태이고, 교사는 학부모와의 협업에 대한 경험이 미비한 상태입니다. 이를 화학적으로 잘 결합하도록 중간자 노릇을 했어야 하는데, 그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좋은 경험을 하였고, 내년에는 '학부모·교사 간담회'-'학부모 중심의 행사 준비'-'관련 예산 집행'-'체육대회 개최'의 짜임새로 일을 진행하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봄 체육대회보다는 일정을 가을로 미룰 생각입니다. 내내 미세먼지 때문에 행사 개최에 신경썼는데, 아예 행사 자체를 미세먼지에 덜 신경쓰게 할 수 있도록 가을로 미루어 개최할 것을 건의할 생각입니다. 학생선수 관리는, 학생선수의 학력 저하에 대한 사회적 우려를 담아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시행·운영하고 있습니다. 제가 근무하는 학교도 학업성적관리위원회 규정을 보완하여 학생선수 최저학력 기준을 만들었고, 담당자인 저는 규정대로 등록된 학생선수의 성취수준을 확인하여 관련 사항을 기안하였습니다. 다행히 학교 운동부를 운영하지 않는 학교이므로 일은 조금 쉬운 편입니다. 그래도 신경쓰이는 업무라서 관련 업무 진행 과정을 잘 숙지해두려고 하고 있습니다. 교육지원청 차원의 학교스포츠클럽 축제도 역점으로 운영되는 사업입니다. 다행히 6학년 부장님께서 이렇게 저렇게 신경써주셔서 일을 많이 덜었지만, 제 생각에는 아동의 참여 기회 및 체험을 위해서 담당 교사를 지정한 후 주도하여 관련 업무를 처리할 필요는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예비교사 현장실습 관련 업무는 쉽게 경험할 수 없는 일이 될 듯 해서, 한 번 해 보겠다고 했고, 교장 선생님께서 흔쾌히 허락해주셔서 - 일 해보겠다고 하는 사람을 마다하시는 분은 잘 없긴 하죠 - 준비해 보았습니다. 실습 프로그램을 구성하고, 실습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여러 예산 사용에, 마지막 평가까지... 굉장히 재미있는 경험이었지만... 쉽지는 않았습니다. 대학교 4학년, 임용고사에 이미 너무 많이 몰입하고 있는 학생이자 예비교사들을 '관리'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래도 최대한, 학생들의 편의를 돕고, 많은 것을 배우고 느낄 수 있는 실습이 되도록 하려고 노력했는데, 어떻게들 생각하였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저 개인적으로도 교육과정 재구성에 대한 예비교사 강의, 보드게임 놀이 강의, 예비교사 전체 수업공개 등을 할 기회를 가진 덕에 조금 더 성장할 수 있는 계기를 가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런저런 업무를 하면서 가장 '짜증났던' 부분은, 정말 시시콜콜한 자료집계 관련 업무였습니다. 예컨대, 실내 체육시설 조사를 한다고 강당의 면적, 높이 같은 것을 자료집계로 보고하라는데 덕택에 학교 도면 보면서 면적과 층고를 확인하는 일 같은 것은 정말 번거롭고 짜증나는 일입니다. 교무실에서는 담당 교사에게 공문 접수 시키고, 담당 교사는 이 업무가 교사 업무인지 시설 관리 업무인지 확인할 겨를도 없이 아이들 활동을 되짚어봐야 하는 여윳시간인 전담 교사 시간에 이걸 확인하기 위해서 행정실 협조를 얻어 현장 도면을 직접 들여다 봐야하는 그런 상황이 정말 짜증나는 상황입니다.
예비교사 현장실습 때도 그런 일이 있었습니다. 예비교사들이 업무 담당 교사인 저를 찾아와서는 이런 프로그램을 이렇게 바꾸어달라고 요청하는데, 제가 그런 이야기를 해 주었습니다. 하나의 프로그램이 진행되기 위하여, 담당 교사가 기획하고, 업무 관련 교사들이 모여서 검토한 후, 이를 확정지어 관리자 결재를 받아 시행하는 절차를 밟는데, 예비교사들은 그런 생각까지는 못하는 것입니다. 비단 예비교사만 그렇겠습니까. 교육이 이루어지는 공간으로서 학교는, 다른 기관처럼 모든 행사가 다 기안되어 진행됩니다. 아니, 제 생각에는 사기업보다 더 많은 기안을 하는 듯 싶습니다. 3년 조금 넘게 직장을 다니면서, 저는 기안문 한 장 제대로 쓸 기회가 없었습니다. 관련 업무가 회계(경리)였기 때문에 전표는 어마어마하게 끊어 보기는 했지만, 혹은 평사원인 직책 탓도 있겠지만, 어쨌든 기안문 혹은 보고서 한 장 작성할 기회를 갖지 못했습니다. 계획서, 결과보고서, 기안문 같은 것은 교직에 들어서서 늘상 작성하는 것이 되어버렸습니다. 아이들에게 평가라도 하려고 하면 시험지 검토해서 결재 상신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죠. 학교는, 학생들을 데리고 하는 모든 일이 결재 대상입니다. 물론 교육과정 결재는 학년 초에 한 번에 맡아놓고 이후에 그것을 토대로 1년을 살아가지만... 어쨌든 아이들을 데리고 하는 일에 결재가 빠질 수는 없습니다.
결재가 조금 줄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습니다. 학교 기관장 소관인 업무는 교장 선생님의 성향에 따라 업무의 유연성을 꾀할 수 있지만, 이것이 교육지원청, 혹은 교육청 단위로 올라가면 경직성이 강화되는 측면이 있는 듯 합니다. 물론 모든 조직은 서류로 말합니다. 그러나 불필요한 업무가 학교 현장의 경직성을 강화한다면 아이들의 교육 활동이 그만큼 위축될 것입니다. 그에 대한 전향적인 검토도 필요하지 않나 싶습니다.
그리고 학년 업무도 있었는데... 동학년 선생님들께 많은 폐를 끼쳤습니다. (울먹) 아무래도 네 반 밖에 안되다보니, 제가 제 역할을 해주어야 하는데, 여러 업무에 치여서 동학년 사업을 이렇게 저렇게 돕지 못한 듯해서 죄송한 마음이 큽니다. 이전 학교에서는 기능부장이 담임을 하는 것을 크게 부담스럽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이번 학교에서는 기능부장이 동학년에 폐를 끼치지 않고 일하는게 정말 신경쓸 일이라는 것을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기능부장 업무를 담당하면서 학년 업무에 폐를 끼친다고, 담임을 놓고 싶지는 않습니다. 담임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교사가 해야할 몫인 교육과정(성취기준 도달을 위한 교수-학습 과정) 운영과 학급 경영의 두 날개 중 한 날개를 접는 것과 같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학교 현장에서는 무언가를 하려는 교사에게 업무를 주지, 담임을 주지 않는다는 것을 경험상으로 느끼고 있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모셨던 교장, 교감 선생님들은 참 합리적이시고 유연한 사고를 가지고 계셔서 항상 보고 배울 점이 많으셨습니다. 그러나 딱 하나 아쉬운 점이 있다면, '담임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업무는 누구나 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가지고 계신 것입니다. 저는, 가장 열심히 하려고 하는 교사가 담임을 할 수 있는 학교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열심히 하려는 교사에게 업무를 부여하고, 그 업무를 여유있게 하도록 하기 위하여 교과 전담 교사를 주는 것은 교사 본연의 업무인 학급 경영을 소홀히 여기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교장, 교감 선생님의 어려우심도 이해가 됩니다. 그래서 저는 담임을 너무너무 하고 싶기 때문에, 그를 위하여 학교 업무도 함께 하는 나름대로의 해결책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올해 동학년 선생님들에게 그래서 죄송한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많이 이해해주시고, 배려해주시는 것에 항상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실은, 동학년에게 학년 업무 때문에 폐를 끼치지 않으려면 저같은 업무 교사가 교과 전담 교사를 해야합니다. 그러나 저는 업무보다는 담임 교사로 학급 운영을 하고 싶습니다. 차라리 업무를 떼내고 학급 운영에만 전념하게 해 준다면 교사로서 정말 바랄게 없겠습니다. 그러나 누군가는 업무를 담당해야하는 것이 학교 현실이고, 마침 저에게도 그런 부탁이 있기 때문에, 방법은 학급 경영과 교수-학습 과정의 운영도 소홀하지 않으면서 업무도 열심히 하는, 두 마리의 토끼를 모두 잡도록 노력하는 것을 나름대로의 결론으로 내리고 있습니다. 2학기 때에는, 학년 업무도 더 잘 도울 수 있도록 조금 더 부지런하게 살아야겠습니다.
다행히, 이렇게 지내면서 칼퇴근하는 편입니다. 물론, 학급 운영과 관련된 일은 집에 가지고 오지만, 그래도 아직은 할 만 합니다. 재미도 있구요. 이렇게 한 학기를 나름 잘 보낸 듯 합니다.
아에드 인 마이오렘 델 글로인